지난 주말 정전협정 50주년을 맞아 여러 곳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세미나와 집회가 있었다.
국내 평화세력들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한반도는 전쟁 중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런 한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인 긴장과 또 다른 전쟁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에는 너무 진행되어 버렸기 때문에 한반도에 제2의 한국전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이들 평화세력은 지난해 촛불시위와 같이 다시 시민사회가 전쟁반대 의견을 결집시켜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외교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비판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정부의 북핵 외교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으며, 정상외교를 포함해 저간의 외교활동 가운데 비판받을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를 포함해 한반도정세 개선과 관련하여서는 분명 정부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국가간의 분쟁이나 긴장관계를 푸는 일은 정부의 최우선적 역할이다.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아예 정부를 제끼고 민간이 나서서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논리는 지나친 것이다.
정부는 출범전부터 나름대로 노력을 다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끌어냈고, 이제 대화의 틀을 만드는 일이 막바지에 있다.
외교가 통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다만 이런 과정이 일견 지지부진하게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 자체가 모두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자신의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끊임없이 상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북아시대 구상이 갖는 현실적 의미는 남북관계를 그런 틀 속에서 접근한다는 데 있다.
동북아시대를 여는 전제가 남북관계 진전이며, 남북관계가 진전되어야 비로소 동북아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복합적 사고가 바로 동북아 구상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대 구상이 동아시아나 아태와 차별적인 의미를 갖는 부분이 바로 한반도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참여정부는 북핵문제를 푸는 데 단기적으로 다자간 외교에 노력을 기울이되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 과제를 열성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제의 핵심은 남북경협이다.
동북아 경제중심 목표가 역내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체 형성이라고 한다면, 그 일환으로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통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이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라고 하겠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야 본격적인 경협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북핵문제가 남북경협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아래 북핵문제라는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을 가속화해야 한다.
가속화된 남북경협의 결과 경제통합이 일어나고, 그 결과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날 수 없는 그런 경제공동체 구축이 과제다.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사업의 일관된 추진, 금강산관광사업의 확장,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 등 세 분야에서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이들 사업들은 모두가 동북아 역내 경협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참여정부가 말하는 동북아시대 구상을 실현시키는 핵심 프로젝트들이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은 남한기업들의 돌파구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개성공단 사업의 성공은 인천을 물류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에 부합된다.
인천이 남북을 잇는 물류거점으로 성장할 뿐더러, 날로 부상하는 중국으로의 관문으로서 더욱 큰 기능을 떠맡는다는 이점을 지닌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확장과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도 남북경협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동북아 협력 사업과 직결될 수 있다. 경의선 연결만으로도 엄청난 물류비용 절감효과가 난다는 통계가 제시되었다.
경의선이나 동해선이 연결되면 극동러시아의 자원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첩경이 된다.
예컨대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은 남북간의 협력 사업임과 동시에 동북아 에너지협력 사업으로서 동북아시대 구상에 부합된다.
남북경협은 동북아시대를 여는 데 핵심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경제공동체 건설에 다가가면 그것이 곧 평화를 이루는 길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뿌리뽑아야 하며, 그 길은 동북아시대 구상의 실현과 남북경협의 가속화를 통한 남북경제통합이다.
이수훈 경남대 북한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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