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전소 절대부족-'천연가스버스 충전 '2시간 대기'

지역 대기질 개선을 위해 천연 가스 버스 보급이 늘고 있지만 CNG(천연가스) 충전소 건립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버스 기사들과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충전소를 둘러싼 관계 기관과 버스업계의 이해 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조기 확충이 어려운 실정이다.

◇버스 기사, 시민 모두 불편하다

대구 시내에 보급된 천연가스 버스는 6월말 현재 375대로 지난해보다 147대가 늘었다.

반면 고정식 CNG(천연가스) 충전소는 지난해 2곳(달서구 대곡동,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동구 동호동에 1곳이 더 건설된 것이 전부. 이에 따라 새벽이면 충전소마다 수십 대씩 버스가 몰리는 통에 아침 첫 운행이 결행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버스 기사 이모씨는 "보통 새벽 4시쯤이면 출근해 충전소로 가지만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면서 "새벽 5시30분이면 첫차가 운행을 시작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막차가 일찍 끊기는 경우도 많다.

운행 도중 가스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밤 9시 정도면 막차 운행을 한다는 것. 밤 10시가 넘어 중구청 앞에서 경산행 909번 버스를 기다리던 이수진(23·대구 시지동)씨는 "막차가 오는 시간이 들쭉날쭉해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평했다.

또 운행중인 차량이 가스를 보충하기 위해 승객을 다른 버스에 옮겨 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승강장에서 20~30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버스 기사들은 에어컨을 켜는 여름에는 한번 충전으로는 종일 운행할 수 없어 결행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충전소 왜 건설지연되나?

대구에 건설된 천연가스 충전 및 보충소는 모두 5곳. 성서, 대곡, 동호에 고정식 3곳과 시지, 범물에 이동식 2곳이 배치돼 있다.

통상적인 1일 처리 기준으로 충전 가능 규모는 성서 100대, 동호 120대, 대곡 100대, 시지·범물 60대 등 모두 380대로 현재로서는 충전 수요를 소화하기에 벅찬 편. 여기에 8월 25일 준공 예정인 매곡리(60대)에 새로 충전소가 들어서면 규모 면에서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대구시는 또 달서구 대천동에 1곳을 더 건설하기로 하고 현재 부지 매입을 위한 보상을 협의하고 있다.

관계자는 "매년 2곳 이상 충전소를 확충할 계획"이라면서 "권역별로 경산, 가창, 범물, 칠곡 등에 고정식 충전소를 건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전소 건설이 늦어지는 이유는 입지 선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정순식 버스운영 담당은 "주거지역이나 기존 차고지에는 법적 제한이 많고 민원 소지가 커 충전소 설치가 힘들다"면서 "주로 개발제한구역이나 자연녹지에 조성하고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 승인·설계·용역에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따라서 충전소를 빠른 시일 안에 늘리는 것이 힘든 만큼 새벽 시간대에 몰리지 말고 회차 때나 교대 시간에 충전하면 된다는 것. 또 건설주체인 (주)대구도시가스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정병근 생활공해담당은 "충전소는 대구도시가스의 수익 사업시설이므로 부지가 나오길 기다리지 말고 사유지라도 매입해 충전소를 건설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구도시가스 측의 입장은 다르다.

새벽 시간대 충전이 집중돼 불편이 발생하는 것일 뿐 충전소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 충전소 건설에 따른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창원과 경기도에서는 버스회사가 충전소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사례가 있다"며 버스회사가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버스업계는 충전소의 건설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버스 도입 자체에 소극적이다.

천연가스버스 차량가격과 부품이 비싼 데다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 버스업계 관계자는 "시민 불편은 이해되지만 장기간에 걸친 적자 누적으로 충전소를 지을 여력이 없다"고 했다.

버스 노조 측은 충전소를 먼저 확보한 뒤 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자동차노조 대구버스지부는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쳐 대구시에 충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정수 복지조사부장은 "버스를 교대할 때 대기하는 시간은 보통 20분 정도"라면서 "충전소까지 거리가 멀어 대개 30~50분이 걸리기 때문에 교대 시간에 가면 결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는가?

대구시와 업계 관계자들은 충전소 부족의 원인은 공동배차제라고 입을 모았다.

공배제에 따라 89개나 되는 대구시내 노선을 전 버스회사가 돌아가며 운행하다보니 충전소와 가까운 노선에만 천연가스 버스가 투입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충전소에서 가까운 4, 5개 노선을 1, 2개 회사가 전담해서 운영하는 CNG 노선군을 만들면 충전소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버스 노사는 지난 4월 19일 전면 공동배차제를 폐지하고 88개 노선을 8~10개씩 세분해 공동 배차하는 조별(권역별) 공동배차제로 전환할 것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흑자 노선 확보가 업계 이익과 직결되는 까닭에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