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경제와는 다르지만 시장의 논리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없지 않다.
교육도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고, 학교·학원·과외 등 시장을 통해 주고받는 서비스다.
금융·법률·의료 등도 마찬가지지만 교육은 그 어떤 서비스도 시장 위에 군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있을 가치를 잃게 되고, 마침내 시장에서 밀려나게 마련이다.
요즘 엄청난 돈과 이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녀의 조기 유학을 서두르고, 해외 어학 연수를 시키는 열풍은 그럼에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교육 환경에 제 아이를 방치해 두기는 싫습니다". 어떤 학부모의 '절규'지만, 크게 과장된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구호는 여전하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풍토는 요원하기만 한 게 현실이다.
지금 우리의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처참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불신을 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동안 유학·연수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8억2천90만 달러(약 9천84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무려 29%나 증가, 한국은행 집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다.
반면 외국인들이 같은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쓴 돈은 690만 달러에 불과해 '교육 수지' 적자 규모도 8억1천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원인은 사실상 대학의 필수 코스가 돼버린 듯한 해외 어학 연수와 초등학생에까지 번진 영어 연수, 조기 유학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우리 교육에 대한 위기 의식과 좌절감, 불신 등이 어느 정도인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조기 유학생 수는 2001년의 배가 넘는 1만6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자녀에게 보다 좋은 교육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러기 아빠'를 마다 않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해외 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당장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악화된 국내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바 아니다.
교육 시스템과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실천적 덕목이 난제일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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