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시대는 특수층이 즐기는 음악과 춤이 따로 있었다.
일반대중은 거기 접근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들이 즐기는 음악과 춤이 또한 따로 있었다.
그러나 이때에는 예술이란 말이 없었다.
예술이란 말이 쓰이게 된 것은 개화기 이후다.
그동안 예술에는 두 가지의 구분이 있었다.
한쪽을 고급예술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을 대중예술이라고 했다.
대중예술은 연예라고도 했다.
이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예술이란 말에는 품위와 진지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연예는 속악하고 깊이가 없다
요즘 우리는 양쪽을 다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물론 고급예술을 즐기면서 대중예술(연예)쪽은 멀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물론 그 양쪽을 다함께 즐기는 사람들도 있기는 있다.
생각해 보라. 가곡과 유행가는 확연히 다르다.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은 유행가를 멸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곡은 물론 서양음악이고 세계적으로 한 빛깔이지만 유행가는 서양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로까지 건너왔지만 여러 가지의 유행이 생겨났다.
프랑스의 샹송, 이태리의 칸소네, 남미의 탱고, 일본과 우리의 트로트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은 가곡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나는 젊었을 때 고복수, 남인수, 이난영 등의 노래(유행가)를 좋아했다.
그러면서 한편 가곡도 함께 애창했다.
그때 내가 부른 유행가 가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타향살이'나 '목포의 눈물'이나 '애수의 소야곡' 따위다.
그러나 물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흥미없는 흘러간 옛 노래로 잊혀지고 있다.
요즘은 나와 같은 층(세대)의 생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유행가와 함께 TV에 어울린다고 TV가 조장하고 있는 얄궂은 몸짓(나와 같은 세대의 눈에는) 이 유행하고 있다.
이제는 세대에 따라 대중예술(연예)에 대한 기호도 달라진다.
나와 같은 세대는 아직도 트로트 쪽이다.
트로트는 그런 대로 아직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사회문제로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또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와의 관계다.
노래고 춤이고 간에 지금 압도적으로 세력을 펴고있는 것들은 그것들을 부채질하는 배경이 있다.
자본주의다.
가곡이나 교향곡에도 물론 배경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배경은 매우 미약하다
중에서도 특히 미국식 유행가와 제스처는 엄청난 자본이 뒷받침돼 있다.
TV나 라디오도 그 힘에 밀리고 있다.
아니 편승하고 있다.
이 방면의 가수들은 또한 재벌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점차 부지기수로 이 방면의 가수들이 불어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평균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가곡과 같은 발레와 같은 우리의 궁중음악이나 춤과 같은 전통예술은 상대적으로 기가 다소 죽어있다고 할 수는 없을까? 아니 밀리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방면도 특수한 몇 엘리트들은 그런 대로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중예술(연예)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이 일반적으로 사회분위기를 아주 광범위하게 자기 쪽으로 물들이고 있는 듯하다.
사회분위기를 아주 속악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베스트 셀러로 등장하고들 있는 시집들을 보면 유행가 가사와 비슷한 레벨이다.
시라고는 도저히 불러줄 수가 없다.
창피스럽다.
그런 쪽으로 자본주의는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누가 경종을 울리지도 않는다.
자본주의사회의 당연한 추세라고 치부한다.
하기야 보궐선거에 당선된 사람이 국회의사당에서 노타이 차림으로 선서문을 낭독하는 세상이니 어쩌겠는가?
자본주의는 대중이란 핑계로 모든 것을 속악하게 만든다.
음악과 춤도 한갓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20세기 초에 이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말하고 있다.
옛날에는 가재도구 하나에도 그것을 만든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량생산의 시대다.
모든 것이 획일화되고 상품이 되고 있다고…민주주의도 자본주의가 뒷받침되고 있는 이상 이런 따위 속악성을 늘 경계해야 되리라. 그리고 교육의 평준화도 재고해야 하리라.
질의 저하로 획일평준화 될까 두렵다.
김춘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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