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정회장 죽음의 교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맥베스'에는 이상야릇하고 기분이 나쁜 세 명의 마녀가 등장한다

마녀는 스코틀랜드의 용맹스러운 장군 맥베스가 왕위를 빼앗으려는 은밀한 야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교묘하게 부추긴다.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에 현혹되어 던컨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맥베스의 폭정에 대한 저주가 시작되고 반란이 일어나자 맥베스는 다시 마녀를 찾아가 예언해 줄 것을 요구한다.

마녀는 여성으로부터 출생한 사람은 결코 그를 패망시킬 수 없다고 예언하였다.

그러나 던컨왕의 아들 맬컴을 추대한 맥더프에 의하여 그는 살해된다.

맥베스는 맥더프가 어머니의 배를 절개하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는 마녀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갖고 있는 악마적인 작용을 상징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도 마녀는 존재하고 있는 지 모른다.

현대 왕가의 상속자 정몽헌 회장은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했다.

문민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 타도의 대상이었던 군부 출신과 제휴하여 정권을 잡은 세력은 정권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남북관계를 형식적으로나마 개선시키고, 평화를 구축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공적을 독차지 하기 위하여 밀실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정권 주변의 욕망집단은 현대그룹과 힘을 합쳐 2000년 4·13 총선 직전에 남북정상회담 개최사실을 발표했다.

그 때 우리들은 그 회담이 진정하고도 순수한 회담인 것으로 알았다.

준비된 대통령의 능력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 이면에 엄청난 리베이트가 현대그룹을 통하여 제공된 사실을 알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국민들의 분노로 쟁취한 특검제 실시로 인하여 진상의 일부가 드러났다.

정몽헌 회장은 부실기업의 상징 현대그룹의 이익을 위하여 정권과 손잡았고, 기업의 회계를 조작하여 만든 검은 돈 수백억원을 은밀한 정권의 담당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헌 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인생의 종말을 고한 것으로 보아 모험에 대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몽헌 회장은 마녀의 사주를 받았을 지도 모를 위험집단에 유혹되었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죽음을 통하여 그 비밀을 폭로했는지도 모른다.

정치집단의 구태를 개혁하겠다는 현재의 새 대통령을 모험적으로 선택한 국민들은 정권의 담당자,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 정치집단 모두에 대하여 미래지향적인 개혁과제의 집행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정 회장의 죽음을 통하여 정권의 욕망을 위한 반이성적 행태는 언제든지 폭로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들에게 먼저 검은 정치자금이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속삭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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