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중고 섬유...제직업계-(3)해외마케팅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의 지역 제직산업 불황 타개책과 관련해 밀라노프로젝트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분야는 해외 마케팅 강화이다.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해 소프트웨어 분야가 취약했던 밀라노프로젝트와 달리 포스트밀라노는 섬유마케팅 및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구·경북 견직물조합이 주관하는 해외 공동마케팅, 한국패션센터가 추진하는 3S 프로젝트 등을 주요 사업으로 채택해 지역 제직업체들의 마케팅력 향상을 본격 지원키로 한 것.

하지만 포스트 밀라노의 해외마케팅 강화는 사업 중복성 및 실효성 부분에서 지역 제직업계의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는 포스트밀라노의 해외 마케팅 관련 사업이 각 주관기관을 중심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각 사업에 대한 유기적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 예산 및 사업 내용의 중복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 마케팅 강화 왜 필요한가

90년대 들어 본격화 한 지역 제직산업의 장기불황은 어느 한두가지 요인 때문이 아니라 소품종 대량생산에 의존했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지만 종합상사 섬유부문축소, 섬유기업 해외지사 철수 등으로 인한 해외 마케팅 부재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 무역부가 장기불황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섬유를 포기하면서 자체 무역부가 없는 대부분의 섬유업체들은 해외 시장 판로를 상실한 것이다.

ㄷ섬유 윤모 대표는 "중소기업의 힘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도 해외 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다"며 "다품종 소량체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시장 개척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순간에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대구공단내 ㅎ섬유 박모 사장은 종합상사의 섬유무역 축소는 곧 1, 2인 중심의 소규모 국내 무역 중개상 난립으로 이어져 지역 섬유 시장의 가격 조절 기능을 완전 마비시켰다고 했다.

섬유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이들 기업의 조기 퇴직자들이 너도나도 소규모 무역상을 설립해 지역 섬유업계에 뛰어들면서 해외 바이어 선점을 위한 치열한 제살깎기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박 사장은 "2천원대 나일론 원단이 순식간에 200원대로 떨어진 적도 있다"며 "소규모 중개무역상(속칭 나까마)들이 바이어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출단가를 낮추면서 최소한의 가격 마지노선마저 붕괴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ㅅ섬유 장모 사장은 "무역상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20~30%의 마진도 중소업체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라며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직수출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어 소통 등의 문제로 쉽잖다"고 했다.

◇3S 프로젝트

마케팅 부재로 인한 지역 제직업계의 어려움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한국패션센터는 마케팅 및 상품기획력 구조고도화 방안으로 3S 사업(Special Marketing, Special Concept, Special Fabrics)을 제안해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와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센터는 최근 밀라노프로젝트 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목적 보조사업으로 매년 1억1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실시해 온 3S 프로젝트 사업을 대폭 확대해 포스트밀라노엔 35억원의 예산을 대구시에 요구했다.

3S 사업의 핵심은 지역 제직업체들의 상품 고부가가치화 및 마케팅 강화를 위해 컨설팅 및 상담용 소재맵과 의류샘플을 제작 지원하는 것이다.

3S사업에 대한 업체 호응과 사업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는 컸지만 예산부족에 의해 구체적, 전문화된 지원에 어려움을 겪어온 패션센터는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수혜 대상 업체를 확대, 업체별 아이템에 따른 소재정보와 마켓정보 제공, 소재 컨셉과 특성에 맞는 바이어 상담용 소재맵과 의류샘플 제작, 해외(미주, 유럽, 일본, 중국) 표적시장 조사, 바이어 동향 및 정보 조사분석 등의 세분화한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영아 담당 연구원은 "대기업은 자체 상품기획실을 통해 트렌드 및 마켓정보에 의한 상품기획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반면 지역 중소업체 경우 소재개발자가 상품기획 업무를 병행해 트렌드에 맞는 패션소재를 개발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세계적 패션흐름, 소재 상품기획의 패션성, 국내외 시장분석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복 우려, 통합 시스템 마련 시급

그러나 지역 제직업체들은 3S 사업은 마케팅 강화를 위한 또 다른 사업으로 대구·경북 견직물 조합이 추진하는 해외 공동마케팅과 일부 사업내용에서 중복돼 통합적 추진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견직물조합이 추진하는 해외 공동마케팅 사업은 세계 섬유패션 시장 및 트렌드 급변에 따른 신속대응시스템 구축을 위해 해외 주요 섬유직물시장 거점지역에 전시, 홍보 및 마케팅컨설팅 수행을 위한 상설전시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 텐진에 첫 홍보관을 설립한 견직물조합은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미국 뉴욕, 중국 상해,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상파울로 등에 추가 전시관을 설립할 예정으로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총 7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제직업계는 해외 공동마케팅과 3S사업 모두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임에는 틀림없지만 통합적 추진체계를 마련해 예산 및 사업 중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공동마케팅은 현지 상설전시관설립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선 3S 사업과 차이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의 세부 사업 내용에선 유사한 점이 많아 두 사업 모두 해외 트렌드 및 현지 시장조사, 소재샘플 및 스와치 북 제작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U, 중동, 아프리카, 인도 등 전 세계에 걸쳐 상설전시관을 설립하려다 대규모 예산 삭감을 우려해 뉴욕, 상해 등 4개 도시로 사업을 축소한 해외공동마케팅 경우 패션센터와의 사업조율 및 공동 추진체계 확립을 통해 윈(win)-윈(win)의 상승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섬유업계는 오퍼상 및 브로커 난립으로 출혈판매 및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해외 마케팅 강화는 지역 제조업체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실적 사업이라며 견직물 조합의 해외거점 확보와 패션센터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마케팅 사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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