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생각'을 생명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복제자로 봐야 한다는 도발적인 가설을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Selfish Gene)에서 제시했다.
도킨스는 생각과 사상·지식·문화 등에 '밈(meme)이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밈은 '모방'이라는 뜻의 그리이스어 'mimeme를 딴 것으로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유전적 메커니즘을 이용해 숙주 세포에 기생하듯 밈도 모방의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퍼져가며, 이 때 사람의 뇌는 중간 매개체(숙주)가 된다는 주장이다.
즉 생각 자체에 생명력과 복제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밈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못한 상태이며 무의미한 은유 혹은 공허한 유추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요즘처럼 생각과 지식, 주의·주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곰곰이 반추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생각한다'(사고·think)라는 말을 별 생각없이 쓰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에 휩쓸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
멍하니 혼자 있을 때나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의 물결이 이어지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일까?
생각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지닌 자산이라지만, 정작 인간에게 생각의 주도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고로 '생각한다'는 '생각난다'(사념·thought)는 말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사고와 달리 사념은 심신을 피곤하게 하고 더러는 심각한 병폐마저 끼친다.
사념이라는 것이 대개 고민거리나 강박관념 등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뉴로 링귀스틱 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5만 번 이상의 생각을 하지만 이 가운데 70%가 부정적인 것이며, 걱정하는 것 가운데 9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 어니 젤린스키도 저서 '모르고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에서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것은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마음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즉 두 가지 작업(생각)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념이 몰려올 때 이를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2천500여년 전 고타마 붓다는 가르쳤다.
욕망과 집착이 낳은 사념은 번민과 고통을 낳을 뿐이지만, 생각의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하는 사고나 사유는 창조적 결과를 낳는다.
생각과 주의·주장에 중독돼 바쁘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현대인들···문득 한번씩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머리를 비우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김해용〈사회1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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