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林步) 시인은 '우리들의 대통령'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시인은 '자전거 타는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왜일까? 새와 돌멩이 같은 자연물에 '풀꽃상'을 주는 '풀꽃세상'이라는 환경단체가 '자전거'에 제8회 풀꽃상을 주면서 발표한 '선정이유'의 한 대목을 보자.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만약 대통령이, 단지 홍보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그만큼 그가 나라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원래 가톨릭 사제였으나 중남미에서의 반체제적 활동으로 교회에서 추방당한 뒤 '떠돌이' 학자로서 현대산업사회 체제를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저술과 강연을 하다 세상을 떠난 현자(賢者) 이반 일리치는,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에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라고 권했다.
그러자 아옌데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리치는 이렇게 대꾸했다.
"집무실에서 살해되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다가 살해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민주적으로 선출된 사회주의자 대통령 아옌데는, 미국정부의 사주를 받은 쿠데타군에 의해 1973년, 그의 "집무실에서" 살해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해서 미국이 그를 두번 죽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경호상의 이유로" 휴가지를 비밀에 부쳤고, 휴가중 "골프를 두차례" 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정도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권하는 것은 시기상조겠다.
신동엽(申東曄) 시인의 '산문시'(散文詩·1)의 한 대목.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이것은 영원히 시인의 꿈일 뿐인가!
변홍철 녹색평론 편집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