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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부모랑 자녀랑-방학과제 이렇게

개학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방학 동안 신나게 놀았던 아이들은 이맘때쯤이면 미뤄둔 방학 과제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덩달아 엄마들도 아이의 방학 과제물을 챙겨주느라 바빠지게 마련. 아예 '엄마 숙제'로 여기는 엄마들도 적잖다.

학교에서 시상하고 전시한다는 얘기에 방학 과제를 대행해주는 학원에 맡기는 엄마들도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아이들에게 '눈가림도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대신해주는 것보다 방학 초기의 계획을 수정해서 이제부터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도와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해 준 것으로 보이는 과제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예 시상.전시회 자체를 없애는 학교도 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방학 과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따라 다양해졌다.

방학 과제를 선택과 필수로 나눠 학생이 선택하게 하는 학교가 많으며, 아예 과제를 학생이 정하게 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요즘의 방학 과제는 예전과 비교하면 양은 적지만, 내용은 현장 체험을 강조하고 있어 간단치만은 않다.

미리미리 계획해서 준비하지 않으면 방학이 끝날 무렵 부모까지 급박해지기 십상이다.

남은 기간이라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정성을 들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숙제를 버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또는 학교에서 시상.전시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대신해주는 건 금물. 아이들이 직접 쓰고, 만들고, 풀어 낸 과제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학습효과도 높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돕는 것이 좋다.

대구시 교육청 김형경 초등장학사는 "방학 과제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한 자발적인 학습"이라며 "학부모가 대신해 주거나 인터넷에서 적당히 베껴 내는 것을 허락할 경우 자녀가 좋지 못한 학습 습관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일기가 밀렸다면 차라리 그때부터 쓰게 한다

일기는 매일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몰아서 억지로 쓰게 하는 것보다는 남은 기간이라도 성실하게 쓰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

일기는 아이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오늘은 일기를 썼니?"라고 강조만 하기보다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를 부모가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

또 틀에 박힌 일기보다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써보는 독서일기, 체험학습을 하며 찍은 사진 등으로 꾸민 사진일기, 만화일기, 편지 일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면 일기 쓰기가 재미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방학 과제 중 가장 부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견학이나 답사다.

아이들끼리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 등에 갈 수 없는 데다 단순히 박물관이나 공연장에 데려다 주는 것만으로 감동이나 교훈을 얻게 한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

부모가 아이와 함께 꼼꼼히 견학.답사 계획표를 짜고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지식을 담아간다면 견학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동.식물 관찰이나 휴가지에서의 체험학습 등 탐구과제도 부모와 함께 하면 좋다.

휴가 갔던 일을 얘기해 보며 관련 자료들을 함께 찾아보거나 온 가족이 관찰 대상을 살펴본다면 아이는 흥미를 갖게 된다.

감삼초등 이은생 교사는 "방학 과제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방학동안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부모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아이 스스로 하게끔 놓아둬 혼자 생각하는 힘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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