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지금 선생님께서 주신 책 '일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 '울면서 하는 숙제' 등 몇 권의 책을 펴놓고 선생님의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책 안표지에는 선생님께서 서명한 독특한 글씨체가 마치 분신인 듯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저와의 인연은 1964년 초여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햇병아리 교사로 상주 남부초교에 근무중이었고, 선생님께서는 연구학교인 상주 청리초교에 교사로 계셨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참사람으로서의 마음과 생활을 되찾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들의 느낌과 생각을 정직하게 쓰는 일이다.
특히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상타고 이름내기 위해 거짓스런 말재주놀이를 절대 해서는 안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아이들의 글쓰기와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초 이른 여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와 ㄱ선생을 대덕산 입구 고산골 댁으로 초대, 손수 가꾼 상추로 저희들의 점심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생명력은 민족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힘으로 엄연히 살아있습니다.
남북분단이 아무리 오래 계속되더라도 실망할 것 없습니다.
아이들이 시를 쓰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한 우리의 머리 위에 태양은 항상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쓸때 가난하지만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 농촌 아이들과 소외 받는 계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주신 말씀은 지금까지 저의 삶의 푯대가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돌아가기 이틀 전인 23일까지 손바닥만한 공책에 일기를 쓰셨습니다.
일생을 글쓰기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에 진력하신 선생님의 일면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
이제 선생님은 가셨습니다.
이 땅의 사랑스런 아이들과 선생님을 흠모하는 많은 후배들의 속울음을 뒤로하고 훌훌 떠나셨습니다.
작지만 부지런한 걸음으로 높은 뜻, 귀한 마음을 새기면서 글쓰기 교육과 아동문학 창작에 부끄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청호(대구사대부속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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