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은 불륜 충동의 해방구?

자물쇠로 잠가 둬라. 감금하라. 문지기를 두어 보라. 그러나 문지기는 누가 감시하지? 여자란 지혜롭다.

그녀들은 문지기부터 손을 댄다.

-유베날리스

스크린 속 불륜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몇 년 새 불륜을 보는 시각이 부드러워졌다.

예전엔 불륜현장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당하다.

때론 '불륜도 사랑'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불륜은 예나 지금이나 금기다

영화 속 불륜커플들도 마지막에는 정신(?)을 차리거나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불륜은 여전히 위험한 시도일 뿐이다.

#사랑은 수면제-'해피엔드'

유부녀, 보라(전도연 분)는 애인과의 약속시간이 다가오는데 아기가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대자 수면제가 든 분유를 먹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녀는 물론 바람을 피지만, 남편에게 다른 사랑이 들키기를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는 애인과 둘이 찍은 사진 같은 것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녀의 불륜은 '들키는 순간 죽음과 맞바꾸어야 할 모험'과 같은 것이다.

혹은 목숨까지는 걸지 않더라도 '엄밀한 나쁜 짓'으로 치부됐다.

★수면제(혹은 사랑)는 건강을 해친다.

★가능하면 안 먹는 편이 좋다.

수면제든, 불륜이든.

★만일 먹게 되더라도 외부엔 가능한 한 알리지 않기를 원한다.

#사랑은 라면-'결혼은, 미친 짓이다'

연희(엄정화 분)는 한국의 결혼제도가 마뜩찮다.

아무도 "신랑이 너만을 사랑하니?"라고 묻지 않는다.

모두가 "신랑 직업이 뭐니?"라고 물어보고, 여성의 결혼을 감히 점수 매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한다.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되, 사랑하는 남자와는 연애만 하기로...

그녀는 결혼생활을 깰 용기는 없다.

아마 불륜을 들킨다면 남편에게 이혼 당할 지도 모른다.

이런! 그건 원하던 바가 아니다.

하지만 불륜이 엄청난 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실 '들키지만 않으면' 불륜은 퍽이나 즐거운 일이다.

뜻하지 않게 애인 준영(감우성 분)과의 트러블은 엉뚱하게 나타났다.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콩나물비빔밥을 거부하고, 무례하게도 라면을 끓여먹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세상에! 정성을 무시하고 인스턴트 라면이라니...

★라면은 사실 몸에 나쁘다.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밥이 싫증날 때는 라면 만한 것이 없다.

★주변엔 왜 이렇게 라면을 먹는 사람이 많을까.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은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라면광고만 나오면 군침이 돈다.

호기심에 또 먹고 싶다.

#사랑은 아이스크림-'바람난 가족'

호정(문소리 분)은 한마디로 '쿨'하다.

결혼했다고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란 법이 있나.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바람 피는 것을 눈치챘을 때도 그녀는 이렇게 말해준다.

"힘들 때 털어놓을 데가 있어서 당신은 참 좋겠다".

남편의 바람을 이해해주고, 시어머니의 연애담에 웃어줄 줄 알 듯, 그녀는 자신의 바람에도 당당하다.

귀여운 옆집 '고삐리'의 치기 어린 접근에 웃음이 나는데…. "21세기에 내가 은장도라도 꺼내리?" 그녀는 고등학생과 격정적 섹스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오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다.

그리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시원하게 먹는다.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달콤하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한가지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다고, 다른 아이스크림에 눈이 안 가겠는가. 하나로는 성이 안 찬다.

아이스크림도, 사랑도.

★아이스크림을 너무 먹다가는 배탈이 난다.

하지만 배탈로 고생해도 아이스크림이 싫어지지 않는다.

왜일까.

#사랑은 술-'스캔들'

"통하였느냐?" 술 한잔에 달아오르는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

어두운 방안, 남녀가 마주하고 있다.

어스름한 촛불 아래 남자는 더 멋있게 보인다.

게다가 혹 누가 둘만이 있음을 눈치챌까 여자의 신발까지 방안에 들여놓은 섬세한 배려(?)까지 있다면….

이제 사람들은 불륜이라는 소재만으로 놀라지 않는다.

애인과 드라이브간 유부녀가 바닷가에서 갑작스런 남편의 전화를 받는다고 해서 어떤 관객이 가슴 졸이겠는가.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정도나, 바람 피는 상대가 미성년자라고 강조해본다면?

관객들은 이미 불륜에 익숙한 상태다.

그 정도는 우습다.

500년을 기다렸다.

결국 나왔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며 상투 틀고 장옷으로 얼굴 가리고 외출하던 시대의 불륜.

★오십세주, 폭탄주, 회오리주... 여러 종류를 섞어 먹어야 왠지 더 맛있다.

★술 때문에 속 쓰려본 경험 있는가. 쓰린 속을 달래는 방법은 하나뿐. 바로 해장술이다.

술로서 아픈 속, 술로 달랠지어다.

★남이 나보다 술이 센 걸 보면 괜스레 오기가 생기는 건 왜일까. 때론 남이 잘 마신다는 사실 때문에 질투가 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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