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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이퀼리브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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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액션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홍콩누아르의 '수혈'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오우삼, 성룡, 주윤발 등 홍콩 영화인들을 끌어들여 스펙터클 액션에 심혈을 기울였다.

캥거루처럼 서서 치고 받는 밋밋한 미국 액션이 홍콩 무협의 와이어(공중을 나는 액션을 위해 묶는 피아노선)를 단 것이다.

'매트릭스' '언더 월드' 등의 액션은 다분히 홍콩 무협스타일이다.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이퀼리브리엄'(감독 커트 위머)은 '영웅본색'에서 보여준 주윤발 쌍권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권총을 들고 주먹질을 하는 장면은 총이라는 원격 결투와 주먹이라는 근접 결투를 교배시킨 색다른 시도다.

3차대전이 일어난 후. 지구인들은 감정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감정이 생기면 증오도 생기고, 그 증오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을 복용, 아무 감정도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지하에선 이러한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LP음반으로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예이츠의 시를 읽는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전사로 양성된 특수요원들이 있다.

이른바 '클러릭(성직자)'. 최고의 클러릭인 존 프레스톤(크리스찬 베일)은 어느 날 약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새로운 감정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균형''평정'이란 뜻의 영화제목은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미래 세계를 뜻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얼마 전 이연걸 주연의 '영웅'을 연상시킨다.

고도의 무인이 최고권자 암살의 임무를 띠고 철통같은 요새를 침입한다는 식이다.

과장도 심하고, 리얼리티의 두께도 얇다.

그럼에도 주목하는 것은 동, 서양 혼합무술의 새로운 시도다.

권총을 칼 대신 쓰는 '건 가타(Gun Kata)' 장면은 색다른 시도로 벌써 마니아들이 형성될 정도다

이 영화는 2천만달러의 저예산영화다.

미국 개봉 후 평론가들의 빗발치는 악평과 혹평으로 100만달러라는 흥행 참패를 거뒀다.

그러나 DVD가 출시되면서 팬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영화의 색다른 맛을 느낀 것이다.

이야기 전개의 논리적 토대보다 비주얼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입맛을 당긴 것이다

또 한가지는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마로 나온 그는 무표정한 얼굴과 절제된 연기로 액션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호연한다.

또 여주인공 에밀리 왓슨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명연기를 펼친 영국배우다.

뜬금 없이 비장하고, 멋대로(?) 치닫고, '뻥'도 심한 '이퀼리브리엄'은 관객의 마음을 '평정'시키지는 않지만, 비주얼이란 측면에선 컬트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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