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트모더니즘 권위자 지젝교수 대구 강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슬라보예 지젝(54) 교수가 대구에서 강연을 한다.

유럽 인문학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지젝(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 철학과) 교수는 9일 오후 5시부터 계명대 성서캠퍼스 대학원 4층 대형세미나실에서 강연하고, 참가자들과 토론을 벌인다.

그의 강연 주제는 유전공학으로부터 정신분석학으로이며, 계명대 목요철학세미나의 연사로 초청돼 이번 강연이 이뤄지게 됐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지젝 교수는 대구와 서울에서 모두 네차례 강연한다.

라캉의 제자이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사상가인 지젝 교수가 한국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철학이 아닌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 등의 문화비평 분야가 먼저였다.

대중문화와 정치사회 구조에 정신분석을 연결시킨 그의 이데올로기 분석서와 논문 등이 주로 소개되면서 문화이론가로서의 입장에 사람들이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본모습은 헤겔, 마르크스, 라캉 등의 업적을 재해석하고 주체(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정치철학, 정신분석학, 문화비평에서 새로운 시각을 전한 철학자라는 데 있다.

자본주의의 전개가 정점에 달할수록 자기모순 역시 극한적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는 후기산업사회 비판과, 동구몰락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 내에서 저항의 동력을 찾아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젝 교수는 방한에 앞서 미리 보낸 강의요약문 실재의 열망, 가상의 열망에서 자신의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들의 주체성이 사라지고 주체의 행위는 시시한 것으로 전락한 반면, 현실은 주체의 좌절과 상관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데 주체의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이란 것은 진짜로는 원하지 않은 대상을 꿈꾸는 것이고, 원래 위선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괴리는 현실에서 더 생생하게 드러나며 현대사회의 인간은 실재가 없는 가상 속에 살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 지방을 뺀 크림, 알코올없는 맥주, 아무런 사상자 없는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미국식 전쟁, 정치없는 정치를 부르짖는 이론들이 현대인을 에워싸고 있다는 얘기다.

지젝 교수는 이 가상의 그물을 걷어낸다고 실재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 실재는 어떤 악몽의 출현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현실을 허구로 오인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 아프카니스탄전쟁은 반미 테러범과의 전쟁(가상)이 아니라, 자신(미국)의 과도한 잉여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주적으로 삼은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이 실상은 과거 옛 소련과의 경쟁에서 미국중앙정보국(CIA)이 지원하던 게릴라 부대였음에 주목해야만 대테러 전쟁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의 세계는 실체가 제거된 현실이고, 그 실재(알맹이)의 핵심적 저항이 죽어버린 것이라며 그 가상을 깨는 동력, 그것이 실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지젝 교수의 시각은 현대의 정치 이데올로기, 소비, 문화 행위를 전복시켜 실체를 드러내는 데에 유용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영어.독일어.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영미권의 주요대학에서 강의를 맡는 그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 그를 대구에 초청한 계명대 철학과 김용일 교수는 주류 철학자들 사이에서 배제돼온 그의 전모를 알려 우리 학계에 일종의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의 저작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1989년)을 필두로 삐딱하게 보기-대중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1991년),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1992년) 등이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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