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계가 개방의 물결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북한영화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편이나 남쪽의 땅을 밟았다.
그동안 스웨덴, 러시아, 유럽 각국의 영화제를 통해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던 북한주민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담긴 작품들이 한꺼번에 분단의 벽을 넘은 것은 의미가 높다.
영화는 강력한 남북 문화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부산 앞 바다의 만경봉호가 남북의 마음을 녹였듯이…. 그래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북한영화특별전'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다.
◆한국 대중과의 첫만남
오랜 초청 시도 끝에 올린 쾌거. 이번 북한영화 상영은 한국 관객이 영화제를 통해 북한영화를 만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2000년 민간차원에서 수입된 상업영화 '불가사리'가 우리 관객들에게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상영될 영화는 격이 틀린다.
북한주민들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조망한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삼각관계, 재혼문제, 키스신 등 멜로 드라마 형식의 초청작들은 남북의 경계없이 개인의 삶과 사랑이 서로 닮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묘한 삼각 관계지만 결국 남녀가 다시 사랑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의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는 우리 드라마의 단골메뉴와 비슷하다.
또 '우리 렬차 판매원'은 창조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한 여성판매원의 얘기를 통해 진취적 사회 참여를 주제화했다.
하지만 북한 최초 극영화 '내고향'과 '봄날의 눈석이'가 이데올로기 문제로 제한상영으로 결정,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북영화 교류로 분단의 벽 허문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사는 항상 반쪽의 허전함을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이번 북한영화(정부방침에 따라 북한영화는 한국영화로 인정됐다) 상영은 나머지 반쪽을 찾는 첫번째 작업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국가문헌고에는 2만~5만개의 필름들이 소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이미 1950년대부터 국제필름아카이브협회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분실된 이만희씨의 '만추' 등 희귀한 작품까지 보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결국 향후 남북한 필름 및 영화인의 교류 활성화에 파란불이 켜진 셈이다.
◆북한영화 어떤게 있나
#'내 고향'(감독 강홍식.1949)=북한의 전설적 배우인 문예봉이 출연한 작품. 일제 치하, 해방 이후의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담고있다
7일 대영2관(제한상영)
#'신혼부부'(윤룡구.1955)=갓 결혼한 남녀 철도 노동자는 6.25 전쟁이 끝난 뒤 경제복구 현장에 투입된다.
아름답던 금수강산은 포화가 남긴 상처에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눈물어린 노력은 점차 성과를 보이는데…. 북한의 전쟁복구 노력과 신혼부부라는 소재가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 7일 대영3관
#'우리 렬차 판매원'(고학림.1973)=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한 여성판매원이 상부를 쫓아다니며 억척스럽게 제품개발을 설득한다.
8일 대영2관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윤기찬.1985)=북한 최초의 삼각관계 멜로 드라마. 사랑하는 남녀가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웬걸. 꿈에도 그리던 남자 옆에는 다른 여인이 자리하고 있다.
미묘한 삼각 관계…. 8일 대영3관
#'봄날의 눈석이'(림창범, 고학림.1985)=조총련계와 민단계의 이념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 결혼식날 양가는 봄날 눈이 녹듯 서로를 이해한다.
북한판 로미오와 줄리엣. 9일 대영2관(제한상영)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2편'(김길인.1993)=대동강 공훈선장과 유치원 원장의 재혼을 소재로 했으며 북한 가정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9일 대영3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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