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차 이일수.박영훈 과장의 주5일제

국내 사업장 중 최대 규모로 노동계를 대표하는 울산 현대자동차 본공장. 이달부터 주5일제가 실시됐지만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인 듯 한 인상이다.

격주휴무 탓도 있지만 파업 이후 밀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은 물론 야간에도 특근을 하는 마당에 연휴를 즐길 여유도 없다.

입사 20년째인 이일수(46)과장은 부인과 고교 3년인 아들, 중학 3년인 딸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봤을 때 40대 중반의 직장인 가정은 주말에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곤 가족 전체가 주말여행을 즐기기는 불가능합니다". 이 과장은 6일 근무를 할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특별한 취미가 있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라는 것.

"아들은 대학 수능이 코앞이어서 아버지 얼굴 볼 시간조차 없고, 울산이 비평준화지역이다 보니 딸도 고교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어요. 저 혼자 주말에 책을 보거나 등산 가는게 고작이죠". 자식들 눈치보느라 아내와 함께 주말 여행을 떠나기도 쉽잖다.

그는 "온 국가가 경제난이라며 힘들어 하는데 주5일제 때문에 오히려 게을러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영훈(39) 과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식구들의 주말 이벤트 계획 주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 딸과 3세 둘째 딸은 둔 그는 주5일제 이후 주말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의 속내를 모르는 아내는 딸과 '공모'해 남편에게 주말여행을 가자며 졸라댄다는 것.

초등생인 딸 교육을 위해 체험활동도 함께 하고 쉽지만 매주 떠나기는 현실상 어렵다.

가족여행을 떠나면 경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싼 곳에 가도 네 식구가 1박2일 보내며 먹고 구경하려면 최소 30만원은 깨집니다.

이젠 주말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로 아내와 토론을 할 때마다 부부싸움까지 벌어졌고, 가장의 체면도 구겨졌다는 그는 이젠 가족들의 '협박성' 행동까지 무시하고, 가벼운 외식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주5일제로 직장인들은 엄청난 주말 활동비를 부담하게 됐습니다.

일부에선 주말 해외여행을 간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그럴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주말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지만 넉넉한 시간과 돈은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극과 극이더군요". 자신을 괜찮은 직장인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미래를 위해서도 연휴를 놀며 보낼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윤종현기자yjh093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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