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발레오 김상택씨

"아직 주5일 근무제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토.일요일에도 특근형태로 근무여건을 만들어 놓아 동료들이 서로 경쟁하듯 일 합니다.

물론 저는 조금 다르지만".

경주 용강공단내 발레오만도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 연구소시험평가팀에 근무하는 김상택(49)씨.

주5일제 시행 후 생활 변화에 대해 "시간과 삶의 여유가 많아지면서 근로자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료나 후배 대부분 미처 준비가 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과 사무직 종사자 1천여명이 근무하는 프랑스계 회사인 발레오는 현대.기아 등 대기업 납품업체지만 오히려 노조가 나서 주5일 근무를 타결지었고, 지난 6월부터 첫 시행에 들어갔다.

"이데올로기적 사고 때문에 근로자들조차 주5일제를 놀고 먹는 제도로 인식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5일제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근로자들의 그릇된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5일제 이후 특근과 잔업을 하는 동료들이 2일간의 휴일을 모두 지키는 다른 동료들을 보며 "게으르다"며 나무라는 것은 주5일제가 몸에 배지 않은 탓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는 주5일제가 첫 시행된 지난 6월부터 황금같은 주말 연휴를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투자했다.

부인(김우준.46)과 대학 2년생 혜진(21)과 고교 3년인 혜정(19) 등 두 딸을 둔 그는 자녀들 때문에 한창 돈이 들어가야 할 시기여서 마음이 급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철저히 이용키로 했다.

"일주일 중 이틀은 저 자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좋아하는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어쩌면 발레오에서 시행하는 주5일제의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제 자신인 셈이죠".

그는 첫 시행 이후 잔업과 특근에 주어지는 150%의 급료에 유혹되기도 했지만 과감히 뿌리치고 자신에게 투자했다.

특히 자신의 극한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철인 3종경기에 매료돼 매번 휴일마다 연습과 경기참여 등으로 보낸다.

철인경기에 8번 출전해 경북지역 최다출전 기록을 보유한 그는 경주시 철인3종 경기회장 자격으로 지난 8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철인대회 심판으로 연휴를 만끽했다.

그러나 이런 그도 요즘 갈등이다.

"돈 쓸일은 많은데 마냥 연휴를 보내는 것도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는 그는 "집사람과 부업거리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힘들더라도 삶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연휴를 재충전의 기회와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가지는 것이 좋다"며 "주5일제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주.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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