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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는 세자매 이야기 '토끼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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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붙잡혀 갔던 아이들은 나보다 어렸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열네 살 소녀 몰리는 여덟 살, 열 살인 두 여동생의 손을 잡고 수용시설을 탈출했다.

이들 소녀는 9주 동안에 걸쳐 무려 2천400㎞(6천리)를 걸어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찾아 6천리다.

1931년 호주의 서부, 지갈롱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토끼 울타리'(도리스 필킹턴 지음/김시현 옮김/황금가지)는 세 소녀가 겪었던 납치와 탈출을 통해 호주 원주민의 역사와 가족의 개인사를 담아내고 있다.

1880년대부터 '오스트레일리아는 백인의 것'을 주창한 백호주의가 대두하면서 호주 정부는 유색인 이민을 거부하는 동시에 원주민에 대한 동화정책을 폈다.

이 동화정책은 원주민의 문화와 전통을 없애고 백인 사회에 흡수하는 것을 그 골자로 했다.

동화정책의 하나로 백인의 피가 섞인 혼혈 아이들을 문명화한다는 명목으로 수용.보육했다.

이 아이들은 원주민 언어와 문화를 금지당하고 영어와 기독교를 주입받으며 자라 나중에 노동자나 하녀 등 백인사회의 하층민으로 살아갔다.

이러한 혼혈아 정책은 1960년대까지 계속돼 1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가족과 떼어놓았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토끼울타리가 지나는 외딴 초소곁 지갈롱에서 태어난 몰리도 혼혈아 중 한명이었다.

1931년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몰리와 두 여동생을 엄마 품에서 떼어내 남부의 먼 수용소에 보냈다.

엄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한 몰리와 두 여동생은 토끼 울타리를 좌표로 삼고 머나먼 길을 걸었다.

급식으로 나온 빵조각과 옷만 갖고 다른 도구나 성냥도 없이 소녀들은 매일 100리를 걷고 또 걸었다.

원주민의 방식으로 작은 동물을 잡아 먹고 때로는 구걸을 하며 토끼 울타리를 따라 조금씩 '전진'했다.

추적해오는 백인 경찰에 여동생 한명은 붙잡혔지만 몰리와 다른 여동생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다시 안겼다.

소녀들이 집을 찾아오는데 도움이 됐던 토끼 울타리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를 3천km에 걸쳐 남북으로 종단하는 울타리다.

유럽인들이 호주에 들어온 후 폭발적으로 번식한 토끼가 서부지역까지 번져 오는 것을 막기 위해 1907년에 세워진 지상 최장의 울타리이다.

이 책을 쓴 도리스 필킹턴은 몰리의 딸이다.

어머니와 이모들의 실제 경험을 담은 '토끼 울타리'를 발표, 호주에서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지갈롱에서 팔순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지난 해 필립 노이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돼 17일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가 개봉된다.

호주에서는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호주 정부의 원주민 강제 수용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세대를 '도둑맞은 세대'라며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 중 상당수는 보육원이나 백인가정에서 성적.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했으며 후유증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문명화란 이름으로 자행된 또 하나의 인권유린인 셈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곧 개봉될 영화 '토끼 울타리'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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