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서 섬유산업은 사양사업이 아니라 유망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신소재 개발 등을 통해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 섬유산업의 미래에 대해 청와대.산자부.한국개발연구원 등 정부 부처나 연구소 관계자들의 시각은 이같이 요약된다.
밀라노 프로젝트 주무부처인 산자부의 윤동섭 섬유패션산업과장은 "전세계적으로 생산량이나 품질면에서 이만큼 집단화된 화섬단지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은 기반을 십분활용, 고부가가치를 창출토록 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박준경 선임연구원도 "선진국인 이탈리아나 프랑스, 일본에서처럼 섬유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뒤 "대구지역 업체들은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살아남기 위해 품질고급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역 섬유산업의 현실에 대해선 따가운 질책도 쏟아졌다.
▨섬유업계 자구노력 보여야=섬유업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많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령, 디자인만 해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경쟁업체가 내놓은 것을 모방하는 데 급급해왔다.
실제로 많은 돈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했던 대구의 ㄷ무역은 후발 카피업체들의 저가공비 때문에 결국 부도를 냈다.
또 어떤 제품이 잘 팔리게 될 경우 새로운 품질개발 노력은 뒷전인 채 이 제품을 생산하는데만 매달리는 식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도 이제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섬유산업과 관련, 변변한 통계자료 조차 갖춰놓고 있지않다는 점도 개선과제로 꼽혔다.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과 관련, 현지 조사에 참여했던 중앙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현지조사를 하느냐"는 불만까지 들었을 정도.
밀라노 프로젝트의 실무담당자인 산자부 섬유패션산업과의 이영렬 사무관은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때문에 현지 업체들중엔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그 재원으로 직접 자신들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까지 들리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산자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의 목표는 암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지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섬유업계만을 대상으로 국고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데 대해 지역내 비(非) 섬유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있다.
실제로 산자부는 지난 6월 청와대 보고때 이같은 지역내 기류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사장 이지철)과 염색기술연구소(이사장 함정웅), 한국 패션센터(이사장 최태용) 등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 추진사업들간에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밀라노 성과 적지 않다=그렇다고 밀라노 프로젝트 5년의 성과가 없다는 게 아니다.
지난해 전국적인 섬유수출액이 전년과 비교, 2.5% 감소했음에도 지역내에선 오히려 3% 증가했다는 것. 폴리에스터 직물의 수출단가 역시 지난 99년 1kg당 6.14달러에서 2002년엔 6.37달러로 오르는등 품질 고급화, 혹은 고부가가치화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였다.
5년동안 성과가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사업성과가 그렇게 적었다면 감사원 등에서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겠느냐는 논리였다.
특히 핵심사업인 섬유개발연구원 등 3개 기관에 투입된 국비는 1천500억원밖에 되지않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박 선임연구원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밀라노 프로젝트 5년을 통해 갖춰진 하드웨어를 통해 기술개발 등에 적극나서야 한다"며 "대구시에서도 섬유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겠다는 자세로 바뀌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무엇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3개 기관들간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 업계지원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들 기관간의 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업목표를 제시토록 한 뒤 이에 맞춰 예산을 배정하고 사후 평가를 통해 실적에 미달하면 문책토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대구시 섬유 육성 의지 중요=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의 예산규모를 둘러싼 논란만 해도 당초 기대수준보다 줄어들게 된 점에 대해선 대구시 측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비롯된 점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는 대구 섬유를 비롯 부산의 신발, 광주의 광(光)산업, 창원의 기계산업 등 기존의 지역전략산업에 대해 2단계사업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소요예산의 총액을 지역별로 균등하게 책정키로 했으나 대구의 경우 한방바이오, 메카트로닉스 등을 전략산업의 신규사업으로 추가키로 함에 따라 투입재원이 분산돼 결과적으로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의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과장은 "지역전략산업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출발한 만큼 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때문에 2단계 사업의 예산규모에 대해서도 4개 지역별로 각 2천억원정도씩 균등배분키로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대신 각 지자체에서 추가로 신규사업도 신청, 추진할 수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와 달리 광주에선 신규사업 대신 광산업만을 계속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2천억원 전액이 이곳에 투자될 수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대구의 지역전략산업 다변화 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한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섬유업계 구조전환 시급하다=정부와 연구소측은 일차적으로 대구가 섬유소재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특히 품질고급화를 통해 고가 직물을 수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고임금 체제임에도 불구, 우리나라 및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고가의 직물을 수출하는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기술력과 상품 기획력 등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정부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와관련, 정부 측은 폴리에스터 직물에다 면 등 천연섬유를 혼합하는 새로운 복합사를 만드는 것을 추진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이달말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새로운 방사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섬유업계의 구조전환도 시급하다.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국엔 하청업체 등 지역내 80%정도의 업체는 업종을 바꾸거나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이에 적응하지는 않고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한채 연명해 나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측은 "하청업체들에 대한 지원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잘라 말한뒤 "이들 업체는 주문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생각뿐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등 기술개발을 위한 여력이 없는 처지인 만큼 갈수록 버텨나가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급 전문인력 양성과 적극적인 마케팅전략 추진, 기능성 및 산업용섬유 생산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렬 사무관은 "선진국의 경우 의류용 섬유의 비중을 줄이고 인테리어와 토목, 의료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용섬유 비중이 70~80%나 될 정도로 더욱 높다"며 "우리의 경우 15~20%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초보단계인 만큼 대구지역에선 의류용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분야로의 방향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션분야의 활성화도 추진돼야 한다는 것. 윤 과장은 "지금까지는 판매망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어 패션도 수도권에 집중,육성돼 왔으나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며 "대구의 경우 대형 의류매장이 진출한 것을 계기로 한국패션센터 등의 지원을 얻어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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