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은근과 끈기로

한글날이 지났다.

우리 사회는 어떤 특정한 행사가 있거나 기념일이 있으면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사회 전체가 술렁거릴 정도로 떠들썩하다가 그 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한글날 역시 그러하다.

한글날 당일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는 온 국민이 한글만 쓸 듯 떠들썩하다.

그러나 불과 며칠이 지난 지금 한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기 교육의 열풍을 몰고 온 것 중에서 영어보다 더 한 것이 또 있을까?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가 있다보니 너도나도 영어를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부모들이 영어 교육에 정성을 쏟는 만큼 국어 교육에 힘을 썼다면 적어도 고등학생이 되도록 받아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군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최만리를 비롯한 여러 학자가 훈민정음 창제의 부질없음을 역설한 상소문을 올렸다.

이것을 본 세종대왕이 크게 진노해서 '너희들이 중국사람이냐?'라고 추상같이 꾸짖었다.

현 시대에 세종대왕이 살아 계신다면 틀림없이 '너희들이 미국사람이냐?'라고 꾸짖을 것이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사대주의 사상에 젖어있다.

다만 그 대상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아갔을 뿐이다.

우리 민족의 민족성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하라면 은근함과 끈기를 들 수 있다.

그러기에 나라꽃도 무궁화가 아니겠는가! 반만년의 역사 동안 900여 차례의 외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애국심뿐만 아니라 은근함과 끈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은근함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와 같으며 끈기는 끊임없이 일렁이는 파도와 같다

한글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은근한 바다가 되어야 하며 한글 사랑의 마음은 끊임없는 파도와 같아야 할 것이다.

바다 속에 대륙이 하나 생긴들 그것은 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

바다가 품고 있는 일개 대륙일 뿐이다.

한글은 바다요, 외국어는 대륙이다.

한글이라는 바다 속에 외국어라는 대륙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대륙 속에 바다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한글이라는 바다에 한글 사랑이라는 파도를 일으켜 모든 대륙을 품어 봄이 어떨까?

전종필 동명동부초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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