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중에 차지하는 사교육비의 비중이 3%로서 27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합한 전체교육비의 비중(7%)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 중 다수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소득의 50% 이상을 자녀교육비로 지출하고, 심지어는 빚을 지면서까지 과외를 시키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 중에는 국내에서 비싼 과외비를 들여 공부시키느니 차라리 외국에 보내서 공부시키는 것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놓고 아버지는 국내에서 돈 벌어서 송금하는 소위 기러기 가족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좋은 학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의 강남지역 등에는 자녀교육을 위해 많은 가정들이 몰려들어서 이들 지역의 집값과 전세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토록 사교육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공교육 즉 학교교육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고등학생들 중에는 학교 수업시간에는 잠자거나 다른 짓을 하고 방과 후에 학원이나 과외교사에게서 교과학습을 지도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교육이 이렇게 된 것은 중고교 평준화 이후 학력차가 큰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다 보니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중고교를 평준화시켰으면 적어도 학력에 따른 반편성을 해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여 학교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의 평등화를 추구하는 지금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과 같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조기 해외유학, 그리고 서울 강남지역 집값 상승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고등학교 입시제도가 있을 때에는 가난한 집 자녀들도 공부를 잘 해서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과외공부 없이 학교공부만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외를 받지 않고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교육의 평등화 추구가 결과적으로는 교육의 불평등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역대정부가 지금까지 여러 번 입시제도 개선을 포함한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였음에도 사교육비 지출이 오히려 늘어만 가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손대지 않고 지엽적이고도 현상적인 분야에만 치중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대학을 평준화시켜 추첨으로 입학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대학입시를 위한 과외열풍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할지 몰라도 대학교육의 하향평준화로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의 방법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고교입시제를 부활하여 학교별로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학교수업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모든 고등학교의 시험 선발제가 어렵다면 공립학교는 현행과 같이 학생들을 추첨 배정하고, 사립학교는 학교의 선택에 따라 시험에 의해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들 사립학교는 정상적인 학교수업과 보충수업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굳이 과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이들 사립고교에 들어가기 위해 중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따라서 과외도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전반적인 사교육 의존도는 크게 낮아질 것이다.
김병일(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