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자가용 출근길에 나선 기업체 영업사원 김용일(39)씨는 경쾌한 노래소리로 바뀐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고 핸즈프리를 이용해 전화를 받았지만 이내 끊기고 말았다.
배터리 충전을 깜박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하는데…", 급속 충전기를 찾아 재충전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귀찮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왜 이래 배터리가 잘 닳지, 짜증나게".
그런데 이번에는 김씨 차 앞을 시내버스가 새치기 해 들어와 시커먼 매연을 뿜어댄다.
"오늘 정말, 왕재수야…".
현대인의 필수품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와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엄청난 불편을 주는 두 얼굴을 지닌다.
누구나 김씨와 같은 일을 겪지만 2010년쯤이면 이해하기 어려운 옛날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
바로 연료전지가 가져올 혁명적 생활변화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혼다, 도요타 등에서 양산체제를 갖춘 연료전지 자동차는 공해가 전혀 없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환경오염 논란을 일순간에 불식시킬 위력을 지니고 있다.
순수한 수소를 고압 봄베(=수소, 산소, LPG 등의 압축가스를 넣고 저장.운반하는 고압용기)에 넣고 사용하는 경우 배기가스는 수증기가 전부다.
고압수소의 위험성과 수소 공급 인프라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솔린이나 메탄올을 개질해 얻은 수소를 사용하더라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50~100 분의 1에도 못미친다.
연료전지 자동차가 일반화 된다면, 유가폭등 따위의 소식도 더 이상 주요 뉴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연료전지는 더 이상 석유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내연기관은 화합물을 태워서 화학에너지로 바꾼 뒤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환시켜야 하는 반면,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곧바로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브러시리스(brushless) 모터로 차량 바퀴와 직접 연결되는 탓에 트랜스미션도 필요없다.
애당초 에너지 효율은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고급차량의 조건으로 꼽히는 정숙성과 운전 편의성은 티코형 전기자동차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자동차 탄 기분이 안난다"고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난관은 수소공급 인프라의 확보. 끓는 점이 영하 260℃인 수소는 LPG처럼 액화시켜 보관해야 하는데 그 비용과 폭발 위험성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처럼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수소를 공급하고, (주유소와 같은) 수소대리점은 컴프레서로 압축해 지하탱크에 보관했다가 자동차에 내장된 고압수소통에 주입해야 한다.
이런 공급시스템을 갖추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모바일 혁명의 주역으로도 연료전지가 꼽힌다.
휴대전화나 PDA,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져갈 때 간단히 액체를 보충해 계속 사용할 있고, 그 액체용액을 편의점 가판대 등에게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배터리 재충전에 따른 불편함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연료전지는 충전할 필요없이 연료의 보충만으로 에너지를 회복하는 특징이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나노기술이 접목될 경우 모바일용 연료전지의 수명은 수 천 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바일용 연료전지의 대중화를 위해 넘어야 할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백금 촉매를 사용해야 하고 대량생산이 어려워 고가제품부터 적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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