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학살자 콜럼버스'

불경스러운 말로 들릴 수 있으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뱃사람'은 장보고를 꼽을 수 있다.

세계로 넓혀 보면 아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첫번째로 등장 시켜도 별 무리는 없을 성싶다.

접근성(接近性)등을 감안하면 콜럼버스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의미랄지 영향은 장보고와 비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유럽, 북미 등에서는 위인(偉人)의 반열에 올려 놓고 있다.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에스파니아에서 활약한 행적은 오늘의 국제화 인물에도 어떻게 보면 아귀가 맞는다.

1492년부터 1502년까지 감행한 대서양 탐험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다.

▲콜럼버스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도 드물다.

우선 하트(Michael Hart)가 선정한 '역사 전개에 영향을 미친 100인'에서 9위에 기록될 정도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아메리카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단순한 해적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신세계에 노예제도를 퍼트린 '무식한 뱃놈'이라는 혹평도 따라 다니는 인물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콜럼버스에게 가장 혹독한 비난을 퍼붓는 비판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학살자로 본다.

1492년 10월 12일(오늘날의 달력으로는 10월21일) 미주대륙에 상륙한 후 '인류역사상 최대의 학살'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1억명이었던 원주민수가 150년만에 300만명으로 줄었다는 주장이다.

▲평가가 어쨌든 콜럼버스라는 인물에 접근하면 '콜럼버스 달걀'도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

알다시피 콜럼버스가 세워지지 않는 달걀의 밑부분을 깨뜨려 세웠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발상(發想)을 전환하라는 의미다.

아는 것은 있어도 종전의 사고(思考)에서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도 된다.

멀쩡한 달걀을 무슨 수로 세울 수 있을 것인가에 머무는 고민을 깨뜨리는 창조성이다.

해적, 학살자로 비난을 받고 있으나 '콜럼버스 역사'가 주는 또다른 의미는 500년전에 이미 '발상의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린 지금 '역사'라는 말의 홍수속에 산다.

무슨 일만 터지면 '역사가 기록할 것...' 등을 들먹이는 정치인, 권력자를 보면서 역사 전개가 보편적 가치판단을 외면할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우려를 떨치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SK돈 대선자금 유입 등을 둘러싼 여.야당의 댓거리나 말의 대응은 역사를 뒤돌아보게 한다.

자신들의 치부나 잘못된 관행은 밀어놓고 상대의 허물만 확대재생산하는 편향적 행위에 대한 역사의 잣대는 어떻게 기능할지는 이미 답이 난 상태다.

지구 한쪽에서는 해적, 학살자로 비판받는 '콜럼버스의 역사'를 닭보듯 할 수 있는 것인가.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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