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섬유 이대로 둘 것인가(6)-패션어패럴밸리 조성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문화의 발원지를 꿈꾸었던 대구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

기존 대구 패션소재 산업의 강점을 살린 제품과 하이패션 지향 제품을 목표로,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고급 패션시장의 제패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지난 1999년에 남먼저 출발했던 대구패션어패럴밸리 조성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를 원동력으로 싣고 떠나긴 했지만 한치 앞도 나가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업추진에 지지부진한 채 흘려보낸 5년. 후발 주자들인 타시도들이 더먼저 무한한 생산성을 낳는 '패션도시'라는 골문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반면 패션특구를 꿈꾸던 대구의 패션어패럴밸리는 비상도 하기전에 날개가 녹아내린 이카루스의 꿈에 불과한가? 다시한번 비상할 수 있을까.

◇ 패션산업단지를 표방한 '프레타포르테 성남시티'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적인 기성복 패션의 대명사인 프레타포르테 연합회와 연면적 22만평 규모의 '프레타포르테 성남시티' 패션산업단지 건립계약을 체결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5년전에 출발한 대구 패션어패럴밸리 조성 사업은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의 최대 걸림돌로 남겨진채 사업성사조차 불투명하다.

밀라노프로젝트(1999~2003년)의 최대 단일 사업인 패션어패럴밸리(국비 700억원, 민자 856억원) 조성은 후속 포스트밀라노에서 완전 배제됐다.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모든 계획들이 2007년 이후로 연기됐다.

패션어패럴밸리는 다른 밀라노프로젝트 개별사업과 달리 대구시 의지가 가장 많이 반영된 사업이어서 대구시가 왜 그렇게 허술하게 사업을 진행시켰는지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패션어패럴밸리란 무엇인지, 왜 대구시가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이도 드물다.

◇원대한 꿈, 비참한 현실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

패션과 각종 의류사업을 일컫는 어패럴이 합쳐진 35만평의 골짜기(Valley)를 뜻하는 대구패션어패럴밸리에 대해 밀라노프로젝트 초기 입안자들은 '2조3천억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썼다.

그만큼 입주업체에게 완벽한 지원을 하고, 패션산업 중흥에 대한 대구시와 중앙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담겨있는 신개념의 산업단지이다.

국비 700억원과 민자 856억원(현재 2천307억원)의 초기 사업비 1천556억원은 도로 등 밸리내 기반 시설 공사비와 토지 매입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정대로 밸리가 조성돼 상업, 산업, 연구, 주거 시설 등이 입주할 경우 총 사업비가 2조 3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역만의 패션산업 기반과 밸리의 역할이 가미되어 패션어패럴산업의 지식정보화와 네트워크화를 촉진함으로써 고급패션산업으로 급성장시킨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안고 시작된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은 크게 섬유패션 비즈니스 센터와 패션스트리트 두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주변에 문화예술공간과 공원 등 환경 친화적 요소를 동시에 배치하는 사업이다.

패션비즈니스 센터는 원사, 직물, 의류, 부자재 등 섬유. 패션 산업과 연관된 모든 기업들의 정보 집적화 단지이며 패션스트리트는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 편의시설 등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결집한 하나의 관광명소 개념이다.

대구시는 패션스트리트에 오사카 '난바 시티', 요코하마 '캐널',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 등과 서울 센트럴 시티와 같은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왜 패션어패럴밸리인가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은 시작부터 서울 수도권은 물론 지역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대에 직면했다.

서울 수도권 인사들은 디지털의 속도로 밀라노패션산업을 따라잡자는 뜻을 담고 있는 '밀라노프로젝트'가 패션산업의 문화적 기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며 대구의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밀라노 '몬테나 폴리오네', 파리 '포부르 생 토노레', 뉴욕 '로데오' 등 수십~수백년간 이어온 문화적 토대위에 자연 발생한 세계적 패션거리를 공공기관이 인위적으로 조성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 발상이라는 것.

지역내부 반발도 컸다.

대구 섬유산업의 장자임을 자부하는 직물, 염색업계는 밀라노프로젝트가 패션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반대했다.

소품종 대량생산 및 수출 관행의 지역섬유업계가 다품종 소롯트의 패션업체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맺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을 비롯한 밀라노프로젝트 초기 입안자들은 패션어패럴밸리가 단순히 지역 패션산업 육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많은 지역 섬유인들이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에 견해를 같이했다.

이용근 대구섬유.패션기능대학 학장은 "현 시스템대로라면 대구는 영원히 산기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패션어패럴밸리는 패션과 직물의 유기적 연계 시스템을 형성하기위한 필수 과제로 테마파크 등 복합문화공간을 성공적으로 조성할 경우 그 자체로 대구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영석 계명대 통상학과 교수는 "나노, 바이오 등은 대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 추진하고 있는 첨단산업이지만 패션기반을 구축한 도시는 많지 않다"며 "서울에 모든 패션 역량을 넘겨줄 경우 대구패션의 미래는 없어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은 지방분권차원에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단 선정 시급

패션어패럴밸리 조성 사업은 대구.경북 섬유.패션산업의 원대한 꿈을 담은 것은 분명하지만 철저한 사업계획 수립없이 밀라노프로젝트와 연계한 국비 확보에 주력한게 패착의 원인이다.

이같은 사실은 이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1999) 보고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KDI는 대구시가 700억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큰 사업을 벌이면서도 부지조성 장소와 규모 이외의 사업계획을 명시하지 않아 조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를 고려치 못한 대구시는 지난 5년 동안 설계작업에 매달린채 분양계획에는 소홀, 지난해 12월 토공과 밸리 위탁개발 협상에 실패한 후 최근에야 현 미국계 JPDC를 주거용지 사업자로 선정했다.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구축. 지난 2000년 산업연구원의 어패럴밸리 타당성 조사에서도 이 사업을 이끌 '패션어패럴밸리사업단' 구성이 성공의 첫 과제로 제시됐지만 아직까지 대구시는 사업단구성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구시는 내년에 패션어패럴밸리 전담계(5명 예정)를 신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설 패션어패럴밸리계의 인력과 규모는 2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다.

산업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밸리조성 총괄 사업단이 입주기관간 네트워크 형성, 밸리 홍보.마케팅, 전시회.패션쇼.박람회 개최, 인력양성 및 인력 수급 정보 제공, 교통.통신 등 인프라 확충 등 종합 사업계획을 기획, 수행해야 성공적 밸리 조성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진훈 경제산업국장은 "이같은 이유로 전담 과(課) 편성까지 신중히 검토됐지만 인력 및 예산한계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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