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뭘하며 놀까-미술, 또 하나의 언어

'의사소통에 애로를 겪는 엄마와 자녀에게 동물로 엄마를 각각 그려보라고 했다.

엄마는 자신을 캥거루로 묘사한 반면 아이는 엄마를 힘센 코끼리로 그렸다.

엄마는 자신을 헌신적이라고 생각한 반면 자녀는 엄마를 강압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미술치료학 전문가의 상담 경험이다.

'통 말없는 어린이에게 여러 동물 그림을 내놓고 아버지와 어머니 자신을 나타내는 동물을 골라보라고 했다.

어린이는 아버지를 늑대에, 어머니를 고양이에, 자신을 토끼에 비유했다.

그리고 계속된 놀이에서 어린이는 늑대의 무서운 울음과 겁먹은 토끼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 다른 미술 치료학 전문가의 상담 사례다.

평소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 어린이는 간접 화법인 '동물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미술 치료는 어휘력과 사고력이 부족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또 하나의 대화법이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가 말이 없다' '특정한 그림만 반복해 그린다' '왼손으로만 그린다' '검정 빨강 등 기분 좋지 않은 색을 고집한다' '그림을 반만 그린다' '사람을 그리지 않는다' '옆모습만 그린다' 등 다양한 이유로 미술치료에 관심을 보인다.

"미술치료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첫째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로 치료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억눌리고 숨겨진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마음 속 갈등을 해소합니다.

둘째로 그림을 대화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 표현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술치료전문가는 그림을 통해 피상담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갈등을 읽어내고 치유합니다". 대구미술치료연구소의 전태옥 부소장은 창작활동이 곧 치료일 수 있으며 그림을 매체로 마음 속 갈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 치료는 다양한 미술매체를 이용,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피상담자의 마음속 갈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어린이에게 '식구가 누구누구니?'라고 물었을 때 '엄마 아빠 언니 나'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평면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식구를 그려보라'고 했을 땐 상황이 달라진다.

그림 속에 등장한 아빠와 엄마 언니와 나는 위치도 크기도 표정도 다르다.

입체적이다

미술치료는 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상을 드러낸다.

'엄마가 밉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어린이들도 그림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림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의식의 통제를 덜 받기 때문이다.

미술은 또 어떤 유형의 대답을 즉시 얻을 수 있다.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있는 유형의 자료가 주어지기 때문에 상담자와 피상담자간에 대화의 채널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에 미술치료 전문기관은 한국 미술치료연구소, 한국 미술치료학회, 대구미술치료 교육센터 등이 있으며 약 30여명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미술치료는 1회 약 50분에 5만원 선이며 증상에 따라 10∼20회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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