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주공 1단지, 도시가스 공사 요구 시위

"없는 것도 서러운데..'.

대구 동구 안심주공아파트 1단지 주민 70여명은 23일 오전 8시부터 모여 바로 옆의 2단지 주민들을 겨냥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이웃도 없는 2단지 주민들은 각성하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안심 주공1단지는 영세민을 위한 영구임대 아파트(864세대). 이날 1단지의 주민들이 시위에 들어간 이유는 난방을 위한 도시가스 배관 공사를 해야 하지만 2단지 주민들이 배관이 통과하는 1.2단지 사이 도로가 자신들의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된 사유지라며 도로 굴착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단지는 영구임대 주택이 아닌, 주택 공사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분양한 아파트.

주택공사 고객지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영세민들의 겨울철 난방비 절약을 위해 도시가스.동구청과 함께 가스보일러 교체사업을 시작했으나 2단지 주민들의 반대로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같이 사업비를 배정받은 3단지는 이미 17개 동 중 10개동의 보일러 교체를 끝냈다"고 밝혔다.

2단지 주민들의 배관 공사 반대는 이 도로가 사유지이며 배설 공사에 따른 소음과 교통불편 등 때문이다. 그러나 1단지 주민들은 "굴착 공사 폭이 1m 밖에 안된다"며 "평소에도 1.3.4단지 주민들이 2단지 주민을 영세민이라고 무시해왔고 이번에도 수차례의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배관 공사를 담보로 주택공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택공사측은 지난해 11월 2단지 주민들의 요구로 1.2단지 사이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펜스를 설치, 단지간 통로를 차단했으며 올 9월 입주가 시작된 4단지(국민임대)와 2단지간 보행자 출입구 설치 계획도 없애고 모두 펜스로 둘러쌌다. 주택공사측은 "2단지 일부 주민들이 주택공사가 도로를 되사라거나 4억여원의 예산이 드는 아파트 도색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 단지에 영구임대아파트가 같이 들어선 90년대 이후 임대 아파트와 일반아파트 주민간의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달서구 본동 ㅅ초교의 경우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가 영구 임대 아파트의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학교측에 반을 분리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을 정도다. 인근 월성주공아파트 단지내 신당복지관 김혜정 복지사는 "5개 단지중 2개 단지가 임대 주택인데 평소 일반 단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임대 주택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주민끼리 상당한 위화감이 조성돼 있다"고 했다.

"못살면 사람도 아닙니까. 같은 주민끼리 이건 너무 하네요" 이날 안심 주공 1단지 주민들은 아파트를 나서는 2단지 주민들의 차량을 붙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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