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학생 모시기.교사 모시기'

'사람은 서울로, 말(馬)은 제주도로'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딱하다.

지방의 뜻 있는 인재.자본.산업 등이 끊임없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다.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떠나버린 농.어촌은 이제 노인들만 집을 지키는 '젊음 공백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어 각급 학교는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해마다 여의도의 30배나 되는 농경지도 일손 부족으로 폐경화의 길을 걷는 형편이다.

게다가 농산물 개방까지 겹치게 돼 우리 국토의 85%를 차지하는 농촌의 경우 파산지경에 놓이고 있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2%(지방 88%)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국 인구의 47%가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권력.금력 집중도는 훨씬 심각하다.

지방 대학들은 '학생 모시기'를 위해 교수들이 직접 고교를 방문해 '구걸 행각'을 벌이는 등 학생 붙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대학 입시부터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은 '대입 정원 역전 시대'를 맞아 지방 대학들은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농.어촌의 현주소는 '교사 모시기' 비상이 대변해 주기도 한다.

일부 교육청들은 교사 확충을 위해 필기시험을 없애는가 하면, 응시 제한 연령을 50대로 높였다.

심지어 57세 응시가 가능해진 지역(전남)마저 있다.

어제 서울을 뺀 전국 15개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내년 초등교사 선발 공고에 따르면, 경북.전남은 교육학.교육과정 시험이 없고, 전남.충남.충북은 제한 연령을 50대로 높였다.

▲하지만 초등교사 임용고시 문턱 낮추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교단의 노령화와 교육의 질 저하는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추세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보이기는 하나 교육과 교단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이 선행돼야겠지만, 급한 대로 교사들이 농.어촌을 떠나지 않도록 근무수당을 인상하고, 근무 강제조항을 신설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들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농.어촌 등 지방이 왜 이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가. 두말할 나위 없이 오래도록 정부는 모든 국민의 삶의 터전인 국토를 이익 추구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에 방치해 왔기 때문일 게다.

수도권은 지방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땅값.집값의 상승 속도가 빠르고,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집중되지만,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는 여전히 '구두선'이지 않은가. 대학의 '학생 모시기', 초등학교의 '교사 모시기'는 지방의 삶의 질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로 들려 씁쓰레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