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꽃보다 아름다운 쌀

얼마 전 서울에서 병원을 이전한 선배가 축하 선물로 쌀을 받아 양로원을 도왔다.

많은 사람들이 개업식에 선물이나 화환은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초대받은 입장에선 빈손으로 갈 수는 없고 선물하기는 번거롭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돈을 주긴 어색해서 화초나 화환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동창회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도 으레 화환이 줄지어 선다.

행사가 끝나고 아까운 마음에 화환의 꽃을 골라 본 적도 있지만 쓸 수 있는 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꽃 선물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잠깐동안 사용되곤 천덕꾸러기가 되는 화환은 분명 낭비다.

지난 여름 광주의 어느 유통업체가 할인점을 개점하며 축하 화환대신 이웃돕기 쌀을 모아 200여 포대를 소년소녀 가장과 홀몸 노인들을 위해 기증했다.

행사 때마다 '화환은 사양합니다'라는 거절의 말을 초대장에 썼지만 관례적으로 들어오는 화환이 많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 기증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루만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화환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쌀이 더욱 아름답습니다'라는 초대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호응을 보냈다.

며칠 전 대구시에서도 시 행사 때 축하 화환 대신 성금을 모아 태풍 매미 피해자를 돕는데 사용하였다는 반가운 기사를 보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낭비되는 것에 대한 인식과 작은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어려운 이웃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뷔페 식의 식사가 준비된 모임에서 늘 남게되는 음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남아넘치는 곳과 부족한 곳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며 누구라도 손쉽게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많아졌으면 한다.

10월의 마지막날 할로윈에 미국 보스턴 시에서 주최한 서커스를 관람한 적이 있다.

입장권 대신 공연장 입구에 놓여진 큰 상자에 통조림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었고. 모여진 음식은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와 같이 한 봉지의 쌀, 라면 하나도 모이면 어려운 이웃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 겨울은 지난 어느 해보다 춥고 힘겹겠지만, 작은 나눔으로 인해 모두가 따뜻해지고 서로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기를….

강애리 사랑이 가득한 치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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