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년을 끌어왔던 대구 동성로 거리의 배전기기 이설문제가 일단락됐다.
대구시와 한국전력 관계자는 30일 국회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실에서 배전박스 이설을 위한 '가(假) 협약서'에 서명하고 내년 1월부터 사업에 착수, 늦어도 오는 2005년까지 동성로 배전박스를 지하 혹은 건물내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번 양측간 배전기기 이설합의는 대구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동성로 배전박스는 상가 1천여 개가 밀집한 폭 12m 거리 중앙에 위치, 보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재난시 차량소통이 어려워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해왔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지목돼 민원을 낳기도 했다.
때문에 시는 물론 중구청, 상가번영회측이 한전측에 줄기차게 이설을 요구해왔고 지난 99년에는 '동성로 배전기기 이설촉구 100만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배전박스 이설에 드는 비용문제로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한전측은 "시가 배전박스 이설공간 제공과 비용을 부담할 경우 기술적인 자문에 응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2000년 3월 배전박스를 건물로 이설할 수 있도록 하는 시 조례가 제정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그해 5월 이설비용 확보의 일환으로 정부측에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이른바 '수익자 부담원칙'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원래 변압기나 개폐기 등 지장물 이설은 수익자 원칙에 따라 이설을 요구한 측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한전의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중구출신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이 시와 한전, 산업자원부를 상대로 절충을 벌인 결과, 이번에 결실이 이뤄졌다. '배전박스를 옮겨갈 건물구입비 90억원은 한전이 대고, 대신 이설공사비 80억원은 시가 내 놓는다'는 조건이었다. 특히 한전측이 이 같은 절충안을 전격 수용한 것도 배전박스 이설문제를 매듭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 의원과 대구시 공업진흥과 이시용 과장은 "배전박스 이설에 드는 건물 구입비와 공사비 모두를 시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전이 이례적으로 수용, 당장 내년 초부터 이설사업이 추진되게 됐다"고 반겼다.
다만 시의 재정 형편이 어려워 내년에 이설 공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2005년까지 사업완료 기간을 미룬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또 배전박스를 상가 건물로 옮길 경우 지가하락을 우려한 인근 상인들의 반발과 배전박스를 중심으로 장사를 해온 영세 노점상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성로에 있는 배전박스는 대우빌딩~중앙 지하상가(380m) 사이 43개(변압기 35, 개폐기 8), 중앙 지하상가~대구백화점(140m) 사이 22개(변압기 14, 개폐기 8) 등 모두 65개가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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