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짜 자판기' 사기 조심

'자판기 방문판매 주의하세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3.대구시 남산동)씨는 최근 한 캐피탈로부터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5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돼있었기 때문. 사실을 확인해 보니 식당 앞에 설치된 자동판매기를 자신이 구입한 것으로 돼있었다.

김씨는 "단순히 자판기를 놔뒀다는 확인을 받아가야 된다고 해 도장을 찍어줬을 뿐"이라며 항의했지만 업체에서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자신이 도장을 찍어준 것을 변호사 공증까지 받아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것.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은 영세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성 자판기 판매 피해가 늘고 있다. 올 들어 대구지역 소비자 관련 단체에 접수된 자판기 피해 상담건수는 150여건에 이른다.

이모(41.대구시 이곡동)씨의 경우 자판기를 무료로 설치해줄테니 수익금의 일부만 업체에 내고 나머지는 본인이 가지면 된다는 말만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가 뒤늦게 900만원이나 하는 자판기 대금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YWCA 소비자상담실 지혜경 간사는 "자판기처럼 설치와 동시에 현저하게 가치를 하락시키는 물품은 14일 이내 철회권이 해당되지 않고 물품금액의 3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며 "도장, 신용카드번호, 주민번호 등은 어떤 경우라도 넘겨줘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높은 수익으로 자판기 등을 주겠다고 속여 불법자금을 모집한 업체 85곳을 적발, 사법당국에 통보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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