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유배달 12년에 1억8천 '저축왕'대구 이말금(46)씨

"12년간 우유배달해서 번 돈을 한푼도 빠짐없이 통장에 넣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1억8천2백만원이나 되었네요".

지난달 28일 제40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주부 이말금(46.대구 수성구 상동)씨. 이씨는 우유배달을 시작한 1992년 2월1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상적으로 한다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도 되지만 처음 나서는 우유배달이어서 1시에 집을 나섰다. 그러나 겨울 눈길에 오토바이가 미끌어져 넘어지는 바람에 우유통이 도로에 나뒹굴면서 터져버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직 칠흑같은 어둠이었고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어떻든 한 집도 빠지면 안돼'. 배달을 끝낸 시간은 오후 5시. 무거운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의 간식과 남편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이렇듯 눈물겹게 한달을 보내고 나니 그녀의 손에는 거금(?) 20만원이 쥐어졌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이씨는 온 가족이 모인 앞에서 그 돈을 펼쳐보인뒤 남편(여규문.당시 경북도청 농정과 7급)과 세살난 막내아들을 데리고 은행에 가서 예금통장을 만들었다.

그녀는 "너무 힘들게 번 돈이라 10원도 손대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에도 우유배달을 해서 받는 돈은 무조건 은행에 넣었다. 생활비와 1남3녀의 학비는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을 아끼고 또 아껴쓰면서 해결했다.

우유배달 수입은 배달하는 집이 많았던 95, 96년에는 월 200만원이나 됐고, 최근에도 150만원 정도는 너끈해 연간 저축액이 1천500만∼1천800만원에 이른다. 그 돈과 이자가 쌓여 1억8천여만원이 된 것.

이만큼 큰 돈을 갖고 있으면서 이씨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원시인(?)에 가깝다. 흔하디 흔한 것이 신용카드인데도 그녀에게는 신용카드 한장 없고, 심지어 현금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오로지 은행통장과 도장이 전부다.

대학생인 큰아들과 딸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하는 사람이면 신용카드를 몇장 갖고다니는 것이 보통인데도 6급 공무원인 남편 역시 신용카드는 한장도 없다. 카드라면 아내의 명령에 따라 월급에서 생활비를 인출할때 사용하는 현금카드 1장이 전부다.

비행기는 4년전 우유 판매 1등을 했다고 회사에서 제주도 여행을 보내줬을때 타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무런 불평없이 묵묵히 도와준 남편과 열심히 공부하며 때로는 우유배달을 돕기도 했던 자녀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회사에서 내년에 동남아 여행을 보내준다니 해외 여행도 우유 배달 덕분에 처음으로 할 수 있겠네요".

36평형 아파트에서 84세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씨는 "몸이 따라줄 때까지 우유배달을 계속하겠다"며 "은행 통장을 하나 새로 만들어 3년 이내에 3천만원을 더 모아야겠다"며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이상철기자 cdro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