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추박사'김영식씨-체계적 품질관리로 일등 추구

'대추 농사에도 제품품질의 유지.향상을 위한 품질관리(Quality Control)와 과학이 필요하다?'

경산시 임당동에서 대추 농사라면 누구에게도 뒤지기 싫다는 '대추 박사' 김영식(56)씨를 만나면 이같은 궁금증이 하나 둘씩 풀린다.

농사에도 가장 시장성이 높은 제품을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과학적인 농사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씨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방위산업체에서 본부장 직함을 가진 중견간부를 지내다 퇴직한 후 귀농했다.

이 산업체에 근무할 당시만 해도 후배 교육이나 구조조정 등의 각종 업무를 담당한 꽤 잘나가던 간부였다.

이런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1989년 경산에 정착해 대동에 있는 논 403평에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에 '농(農)'자도 몰랐던 그가 몇년간 벼농사를 지어 보았지만 별무 소득.

주변의 농민들이 대추농사를 지어보라고 권해 지난 1992년 논을 밭으로 만들고 대추로 작목 전환을 했다.

대추재배에도 역시 문외한이었다.

그렇지만 남들과 똑같이 농사를 지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품질관리를 농사를 짓는데 접목할 수 없을까? 농사도 과학적으로 계량화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농사를 짓더라도 일반기업체와 같은 공법을 도입하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품질관리 향상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먼저 대추나무 6그루씩을 6개조로 나눠 시험포장을 만들고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각 시험포장별로 산성도, 퇴비, 시료, 농약 살포, 전정 등 농사짓는 방법을 다르게 했다.

"남들이 36년동안 농사지은 것을 6분의 1인 6년만에 터득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같은 농사법을 생각해 낸 것이죠".

전정(나무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1.2 시험포장은 봄.가을에, 3.4포장은 개화직전 강.약으로, 5.6포장은 가을에 강.약으로 구분해 했다.

계속해서 각 포장별로 과실의 수확량과 품질의 정도 등을 그때마다 자세히 기록했다.

연도별 생산성 대비표도 만들었다.

상자당 수량, 상자 금액과 농약 방제비와 노동력 등 생산조성비, 생산성 금액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해 자료화했다.

'유별나게 ' 대추농사를 짓자 주변 농민들은 "저 사람 머리가 이상해진 것 아니냐"는 비아냥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지난 1998년인가 경북 일원에 대추나무 녹병이 번져 대부분의 농가에서 대추농사를 폐농하다시피 했으나 그간의 생산관리기법으로 이를 잘 해결해 오히려 높은 소득을 올렸다.

올해 태풍 '매미'로 많은 대추농가들이 예년 생산량의 30∼60% 수준에 불과했지만 김씨는 오히려 작년 보다 10% 정도 더 소득을 올렸다.

7천여평의 밭에서 약 8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퇴비 등을 통해 태풍에도 열매가 잘 떨어지지 않게 재배했다.

'매미'가 오기전에 전체 생산량의 70% 정도는 수확을 했고, 나머지들도 그물망을 쳐 놓아 떨어져도 상처가 나지 않도록 대추 하우스에서 특별 관리를 한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2001년도 대추 독농가로 선정된 이후 매년 경산, 청도, 충남 등지까지 가서 다른 대추 재배농민들 앞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한다.

자신의 '비법'인 대추재배 기술을 다른 농민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인터넷도 개설했고,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구입해 재배과정을 일일이 촬영, 조만간 책으로도 낼 예정이다.

"전국 최대의 대추 생산지역이라고는 하나 명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김씨는 "주로 생과와 건과로 판매하는 현재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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