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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가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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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점심시간을 틈내 동료화가의 개인전을 보러가다 홍엽에 뒤덮인 국채보상공원에 들르게 되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오방색 춤사위에 넋이 나갔다고 해야하나, 너무나 황홀한 광경에 "아~ 저 빛깔", 그만 취해버리고 말았다.

붉은 물결, 지난 여름을 달궜던 붉은 악마들의 응원 열기를 또 보는 것 같아, 가슴에 뭔가 뭉클해오는 그때의 감동이 느껴졌다.

이런걸 두고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마흔을 넘겨서야 알다니 그동안 어지간히 멋없이 살았나 싶다.

도심 공원으로까지 몰려든 막바지 단풍들이 해탈한 고승의 몸짓으로 산책나온 도시인들에게 잠시나마 사색의 방으로 인도하고 있다.

꽃피는 봄을 지나 한 여름을 황금기로 보낸 나무들은 피안의 겨울로 가기 전, 가을을 회한과 아쉬움의 시간으로 삼은 듯했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시인 묵객이 된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며 자신의 심경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많은 생각을 한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아픈 자리가 있을 것이다.

불현듯이 그 친구를 생각하고, 언젠가는 뒹구는 낙엽의 처지가 될걸 알면서도 아귀다툼하며 매정하게 굴었던 나 자신에게 실망한다.

나무들은 봄이면 일시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이중에는 꽃망울을 틔우지 못해서 죽고, 열매가 뭔지도 모른 채 피었다 떨어진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본 들 여물기도 전에 새들의 밥이 될 뿐, 씨앗으로 퍼지거나 식탁에 올라오는 마지막 과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간이라해서 다를까. 열 달을 못 채워 사라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뒤로한 채 꽃다운 나이에 먼저 떠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사고나고 병드니 천수를 다하면 천복이라 하지 않는가.

이래서 인간들은 자연의 법칙 앞에서 하잘 것 없는 미미한 존재요, 삼라만상 모든 피조물은 평등하니 잘난 체 하지 말라고 했던가. 안개처럼 잡히지도 않던 심연 속의 분노, 미움, 실망, 시린 감정들을 망각이라는 신의 선물에 기대어 벌어진 상처를 덮으려 애쓴다.

만추 속으로 나를 던져 본다.

더 깊은 의미를 찾아서…. 남학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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