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없을 무렵인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추억의 영화 포스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올드팬'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교내 디자인동 전시장에서 열고 있는 이번 추억의 영화 포스터 전시회에는 과거 명작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중년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시회에는 50, 60년대 초반 자유.대구.만경관 등 대구지역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국내외 명작 영화 포스터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은 보물창고=1952년 12월 3일 대구 동성로 자유극장에서 첫 상연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나애심 주연의 '백치 아다다', 지금은 헐리고 없어진 대구극장에서 1956년 11월 28일 처음 간판을 내건 뒤 당시 청춘남녀의 심금을 울렸던 윌리엄 홀텐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한 '모정', 같은해 12월 18일 만경관에서 대구팬들에게 첫선을 보인 토니 카티스 주연의 '목숨을 걸고'…. 전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어느 영화 포스터 할 것 없이 값진 보물을 찾듯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짚고 있었다.
영화 주제곡으로 더 알려진 최무룡, 문정숙 주연의 '꿈은 사라지고', 국내혼혈아들의 아픔을 그린 '내가 낳은 검둥이'(최무룡, 최지희 주연)와 황해, 양석천, 양훈 주연의 '청춘 쌍곡선'과 '논산 훈련소에 가다', 곽규석과 허장강 콤비가 빛나는 '후라이보이 박사소동' 등 국내영화 17점이 전시됐다.
또 1957년 나란히 등장,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마를린 먼로(7년만의 외출), 소피아 로렌(해녀)과 '파리의 연인'의 오드리 헵번, 총잡이로 유명했던 게리 쿠퍼 주연의 '베라크루스' 등 서부극들…. 그리고 말론 브랜도, 몽고메리 클리프트, 딘 마틴 주연의 '젊은 사자들'과 지금 4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목장의 침입자', 20대에 요절한 젊은이들의 우상 제임스 딘을 위한 영화 '에덴의 동쪽'과 '이유없는 반항' 등 외국영화는 80점이나 선을 보이고 있다.
◇정(情) 시리즈=애정, 모정, 순정, 연정, 여정, 열정…. 이 당시 영화들의 특징은 유독 사랑에 대한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앞에 열거한 것과 같이 '정(情)'으로 끝나는 비슷한 제목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최근 우리 에로비디오의 야한 제목처럼 표절 현상의 하나일까. 대경대 김삼일 교수는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영화의 소재가 사랑으로 한정됐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치하에서 해방되고 곧이어 6.25전쟁을 겪은 직후였지요. 국민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뭔가가 절실한 상황이었죠.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결국 문화라고는 거의 없을 당시 유일한 위안이었던 사랑영화를 통해 온 국민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었죠. 외국도 1,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영화가 붐을 이뤘습니다".
◇포스터의 유치찬란 문장, 단골 메뉴="폭풍우의 밤, 어쩌다 잃어버린 순결 때문에 애상의 길을 걸어야 했던 여인의 비애", "만인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애정애화", "사랑 안할려면 버려다오", "오직 사랑 때문에 나는 목숨을 건 1만마일의 험한 길을 헤매어 왔다"…. 당시 영화 포스터에 실린 홍보글귀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수식어였을 터.
게다가 흥미로운 점은 이 당시 영화 포스터에 반드시 들어가는 글귀가 여러 개 있다는 것이다
첫째가 '총천연색'. 컬러가 막 도입된 이 시기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막강한 무기였다.
나머지는 '시네마스코프'와 '센츄리레코드'. 당시 스크린 크기가 제일 컸던 시네마스코프와 음향의 질이 가장 뛰어났던 센츄리레코드는 이 시대 영화 포스터의 단골 손님이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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