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음하는 대구 인근 도시(2)-공원묘지.채석장 천국

칠곡군은 공원묘지 천국이다.

주민들은 "칠곡은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대형 공원묘지는 대구시립공원묘지를 비롯해 현대1.2공원, 조양공원, 학명공원, 청구공원 등 모두 6곳. 공원묘지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232만9천88㎡이며, 총 매장가능 기수도 무려 8만5천500기에 달한다.

공원묘지 현장을 둘러보면 산꼭대기까지 빽빽하게 묘지가 들어차 세상이 온통 묘지들로 가득찬 듯 거대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공원묘지에는 납골당도 설치돼있다.

공원묘지들은 더이상 허가면적 확대가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공원묘지마다 한 기의 묘지라도 더 설치하려고 혈안이다.

결국 공원묘지는 온통 석축천지가 돼 버렸다.

산꼭대기까지 성벽마냥 설치된 하얀 석축의 모습은 혐오스럽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다

거대한 산 전체가 묘지로 뒤덮이다보니 주변지역 개발은 언급조차 할 수 없다.

공원묘지를 옮기지 않는 이상 주변 개발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때문에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던 주민들은 공원묘지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최근 한 공원묘지가 3만기 규모의 추모관(납골당)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해 결국 무산시켰다.

'죽은 사람의 자리'를 더 넓히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반응.

칠곡군 지천면과 동명면 일대에 초대형 공원묘지가 잇달아 들어선 것은 지난 1970년대. 대구시 도시계획권에 포함된 외곽지역을 대상으로 혐오시설 유치장소를 물색하다보니 자연스레 칠곡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원묘지가 조성된 인근 지역은 30년전 대구시의 규모로 볼 때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

당시엔 관선시절이라 이런 일이 가능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됐다면 이처럼 거대한 공원묘지를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었고, 특히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때문에 유치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른바 '혐오시설 백화점'으로 불리는 경산시 남천면도 공원묘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 역시 인구는 4천125명인데 묘지는 2만여기로 5배 정도 많다.

남천면에는 지난 1975년 설치된 백합공원묘지(홍산리)를 필두로 1977년 장미공원묘지(금곡리), 1981년 경산공원묘지 등이 들어섰고, 현재 세 곳의 공원묘지에는 모두 2만기의 묘가 있다.

여기에다 지난 1982년 설치허가를 받은 후 주민반대로 진입로 개설을 못해 묘지 조성을 포기했던 ㄷ공원묘지가 최근 들어 사업추진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천면 청년회 손영우(43) 회장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지역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근 도시민들이나 특정업체의 돈 벌어주는 장소로 전락했다"며 "공원묘지를 비롯한 각종 혐오.기피시설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했다.

남천면 청년회는 혐오.기피시설과 관련된 현안이 생길 때마다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설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온 산을 뒤덮은 공원묘지도 문제지만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쪽은 채석장이다.

일부 지역에선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 주민들이 채석장 신설에 반대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일상 생활에 피해가 큰 만큼 그에 대한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군위군 효령면 매곡리에 채석장을 설치하려다 불허가 처분이 내려지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ㅂ산업은 최근 대구지법으로부터 '군위군의 불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 행위'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ㅂ산업은 작년 9월 전 사업주의 부도로 방치된 채석장을 인수해 토목.건설용 골재를 채취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불허가 처분을 받았다.

주민들은 "10년전 석산 개발 초기엔 아무 것도 모른 채 수수방관하다 많은 피해를 봤다"며 "발파폭음과 진동으로 집에 균열이 생기고 농사 피해도 컸지만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며 법원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물론 채석장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다.

법원이 결정한 사항이고, 사업자측이 성의를 보이면서 일자리도 만들고 마을기금도 지원해준다니 허가를 받아들이자는 것. 그러나 반대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거세다.

군위군 관계자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만큼 항소해도 시간만 지연시킬 뿐이지 별 의미가 없다"며 "반대주민들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결국 고법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영천 대창면과 북안면의 석산개발도 주민들과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대창에 있는 석산은 수년전 대구의 업체가 개발할 때부터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주민들은 석산의 발파작업으로 돼지들이 떼죽음하고 소음, 분진, 차량들의 공해배출과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영천시에 집단민원을 내는 등 석산개발을 반대했으며 현재까지도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북안의 석산개발도 현재 주민들의 반대로 마찰을 빚고 있다.

대창면사무소 김동현씨는 "인구 3천600여명에 불과한 대창면의 하루 차량 통행량이 5천여대이며 이들 중 석산과 경부고속철 공사장 화물트럭이 2천200대나 된다"며 "화물을 적재한 대형차량들이 밤낮없이 면소재지를 통행해 주민들이 생활 불편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홍섭.정창구.서종일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