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나에서 잃은 돈 신고하세요"

'잃어버린 돈 신고하세요'. 목욕탕 전문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지만 지갑의 돈 중 일부만 빼가는 교묘한 수법 때문에 정작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경찰이 속을 태우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7시50분쯤 포항시 항구동 ㅎ사우나 남자탈의실에서 드라이버로 옷장을 연후 이모(46)씨의 지갑에서 2천800만원짜리 수표 등을 훔친 혐의로 17일 이모(31.포항시 학잠동)를 검거했다. 이씨는 지갑에서 수표 한장과 만원짜리 몇장만 빼가는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피해자 이씨는 도둑 맞은 사실을 3일이나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이 수표를 ㅈ은행 포항지점에서 이서한 뒤 10만원권 수표 280매로 교환했다. 경찰은 이서한 주민등록번호를 근거로 수사에 나섰지만 인적사항을 알 수 없었다. 주민등록이 이미 말소돼 있었기 때문. 그러나 경찰은 은행 여직원이 설명하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최근 '일정한 직업 없이 많은 돈을 쓴다'는 첩보에 따라 내사 중이던 이씨와 매우 비슷했던 것. 결국 경찰은 사진 대조와 은행 CCTV 확인 작업을 거쳐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인근 목욕탕 5곳에서 7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을 훔쳤다"고 자백했지만 교묘한 절도수법 때문에 아직 피해신고가 없는 상태. 경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절도범으로부터 7차례에 걸친 절도행각의 자백을 받고도 단 한 건만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

포항북부서 김용철 형사반장은 "이씨 집 장롱에서 2천800만원짜리 수표를 바꾼 10만원권 수표 100장 이외에도 50만원권 수표 등도 발견됐다"며 "수법으로 보아 전문털이범이 확실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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