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던 지난 8월말 대구지역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리허설을 시작하기 위해 무대 단상을 만들고 음향반사판도 제자리에 세팅해야 할 공연장 측 무대직원이 '초대권을 안준다'며 잠적하고 만 것이다.
다급해진 기획사 측이 여기저기 수소문했더니 문제의 무대직원은 "나 지금 술마시고 있다.
당장 표 가지고 오라"며 몽니를 부렸다.
공연장의 수가 늘어난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극장 내부의 메커니즘과 서비스이다.
그러나 대구지역의 공연장들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 소비자인 관객과 공급자인 예술인들을 최우선시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대구지역의 주요 공공 공연장의 조직표를 보면 관리과장이 운영과장보다 선임자로 돼있다.
공연 그 자체 보다는 공연장 건물과 시설의 관리가 우선이라는 공무원적인 사고가 배여 있는 것이다.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공연장 직원들의 태도 때문에 관객들은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기분을 잡치는 경우가 많다.
박영숙(53.여.대구 북구 관음동)씨는 "공연장을 찾아가보면 안내 직원인 듯한 남자들이 '이리 가라, 저리 가라'며 명령하듯 말해 불쾌한 적이 여러번"이라며 "요즘처럼 고객을 우대하는 시대에 공연장만큼 불친절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과 달리 서울지역의 유명공연장의 경우 출연자와 관객을 배려하는 점이 사뭇 다르다.
서울지역의 유명 공연장에서는 공연장 내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모든 안내를 자막으로 처리한다.
하우스 매니저들이 모니터를 통해 관객들의 동향을 파악하며 불편해 하는 사람은 없는지,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찾아본다.
문제가 발생하면 조용히 찾아가서 안내.계도를 한다.
코리아트 허균열 대표는 "서울에서 공연을 해 보면 매우 편하다.
기획사는 비용만 부담하면 공연장 측에서 전문화된 안내 도우미를 제공한다"며 "제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상냥하고 젊은 여성 도우미들이 관객 안내에서부터 입장 관리 등을 맡아주기 때문에 관객들도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대구의 공연장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기획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는 곳은 대구에서 오페라하우스, 문예회관, 학생문화센터 등 5곳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는 사실상 대관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무대 및 조명 관련 전담 인력을 갖춘 곳도 일부 대형 공연장을 제외하고는 없다.
대구에서 관 주도로 각 구마다 공연장이 지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이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도외시된 채 하드웨어적인 '구색' 갖추기에 급급한 것이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 역시 부족하다.
대구지역 공연장 가운데 제대로 된 홈페이지를 구축해 공연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곳은 대구문예회관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부산문화회관과 비교할 때 정보의 양과 질이 많이 떨어진다.
시민으로서는 어디서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정보를 얻기 매우 힘들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지역의 유명 공연장을 가 보면 대부분 로비에 전단 게시대가 있어 다른 공연장에서 계획돼 있는 공연의 팸플릿까지 비치해 놓고 있다.
이들 공연장의 로비는 공연이 없더라도 개방돼 있어 시민들의 휴식과 만남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서울지역의 유명 공연장에서는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견학,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개발, 메일링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며 "대구의 공연장들도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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