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공연장 이것이 문제다(3)-시설 집중 해부

지난 9월 말 대구지역의 한 민간 소공연장에서 열린 재즈바이올리니스트 공연 때 있었던 일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음향설비가 내내 말썽을 부렸다.

전자 바이올린 소리와 가수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다 끊기다가를 반복했다.

클래식 전용 소공연장을 표방한 나머지 음향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 공연장에서 음향 증폭 설비가 필수적인 재즈 전자바이올린 연주회가 열린 것 자체가 무리였다.

대구의 공연장을 진단하면서 시설과 입지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구의 공연장들 대부분은 위의 극단적인 사례처럼 시설이 열악하지 않다.

90년대 이후 문화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관이 지은 공연장의 설비는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개선할 점 역시 아직 많다.

대구에서 가장 음향과 조명 등 시설이 좋은 전문 공연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조차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부지 넓이를 감안할 때 1천300석 규모로 지어져야 최적인 공간임에도 대구시의 주문에 따라 1천500석의 객석을 집어넣다 보니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사각(死角) 지대가 생기고 의자간 앞뒤 거리도 좁아졌다.

또한 로비가 매우 좁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안게 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또 무대 너비가 15m로, 객석 수가 1천석 규모인 대구문예회관의 무대(14.5m)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연합합창단과 같은 백수십명의 출연진이 한꺼번에 등장할 경우 덧마루를 나열할 공간이 부족해 앞줄에 있어야 할 합창단이 뒷줄로 밀리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

로비 및 휴게실이 부족한 것은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을 비롯해 대구지역 대부분의 공연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문화.휴게 공간으로 활용되기에는 대구지역 공연장들의 로비는 황량하고 썰렁하다.

매표소 또한 공연장 문 밖에 위치해 차려 입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궂은 날 추위와 비바람에 '스타일을 구기는' 일이 다반사다.

대구지역의 한 공연 기획자는 "대구문예회관의 경우 분장실이 4개밖에 안돼 큰 공연이 오면 출연자들이 화장실,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는 진풍경이 연출된다"면서 "광역시에 있는 문예회관 가운데 대구문예회관의 시설이 가장 나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연장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음향 여건도 대체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음협의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 음향여건이 좋은 공연장은 대구문예회관과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해 세 군데 정도에 불과하다"며 "모 공연장의 경우 최근 지어진 대규모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리가 삭막하다"고 평가했다.

공연기획자 ㅈ씨도 "대구지역의 공연장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소리가 무대에 가까운 객석 쪽에 맴돌고 뒷쪽으로는 잘 안 빠진다"고 주장했다.

무대시설 전문가 ㄱ씨는 "각종 다양한 연출 및 극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조무대와 후면무대가 필요한데 이를 갖춘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조명효과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장비를 빌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장비를 대여할 경우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극장 시스템에 맞게 일부 효과를 포기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래된 공연장의 경우 무대 바닥이 노후화돼 균열되거나 바닥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빚어지고 있으며, 조명빛이 바닥에 '잘 안먹는'(반사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대구지역 공연장들의 시설과 입지가 이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부지 선정과 건축.시설 도입 과정에서 운영 전문가 및 예술인 등을 상대로 한 폭넓은 의견 수렴이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건축물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장비 도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무대시설 전문가 ㄱ씨는 "대구지역의 공연장 모두 특화.전문화되기 보다는 다목적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특정 시설 분야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며 "공연장의 경우 한번 지어 놓으면 고치기 힘든 만큼 이같은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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