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민족들이 근대화 과정에서 혼란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으면서 민족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만큼 혹독한 시련을 겪은 민족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원인은 선조 정치인들이 무능해서 혹은 알고도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제때에 필요한 정책을 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폐해는, 비록 그들이 원했던 결과는 아닐지 몰라도, 한민족에게 업보로 수 세대에 걸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인(公人)이 자기역할을 제때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노상강도의 악행보다 더 사악한 것이다.
내년 '4.15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여기저기서 몸을 달구고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권력욕을 가진 존재여서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헛된 공명심의 노예가 되어, 혹은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어 누릴 영화에 눈이 멀어 공인으로서 자기역할을 다 못했을 때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찬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능력들을 모아서 창조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조직.동원한 정치권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정치권력은 잘못 쓰이면 발전을 정체시키고 기존의 훌륭한 위업도 단기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안다면 쉽게 공인이 되겠다고 나서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날 전근대적인 사회에서는 공인의 주도적 역할이 강조되어 그들의 역사의식과 소명감이 주요한 역사적 맥락에서 절대적 역할을 했다면, 근대화된 시민사회에서는 주권자로서의 국민들의 역할이 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중요시된다.
이런 관점에서 내년 '4.15총선'에 임하는 주권자들은 준거점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 봐야 될 것이다.
먼저, 통일된 민족국가의 건설이라는 미완성의 과제를 생각할 때, 북한과의 관계 진전, 주변 4강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있어 많은 이견들이 제시될 수 있으나, 지향점은 통일된 한국사회에 '제도적 다원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조건적 '대북 화해정책'이나 '가시적 업적주의'는 피하고, 방향성을 갖춘 유연함과 인내와 끈기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대북 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어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하면, 그들이 구사하는 수사가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그 결과는 역사적 소명을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
아울러 4강과의 관계도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형성.유지하지 못하면 우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객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한국사회는 이제 1인당 GNP 2만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시기는 남미의 몇 국가들이 그 전례를 보여 주었던 것처럼 전진하지 못하면 쇠락(衰落) 할 수 있는 위기와 시련의 시기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은 둔화되었는데 활성화된 이익집단들은 더 많은 '분배와 참여'를 끊임없이 요구하여 혼란과 비능률이 사회 전 분야에 주요 극복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수 세월 동안 투쟁하여 이루어 놓은 '분배와 참여'의 과실을 무시하거나 무위로 돌리려는 태도나 시각도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창조 없는 평균주의'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인류의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저버리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사회적 잠재력을 극대화, 현재화(顯在化)시키고, 분배를 투명화, 합리화시킴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말에 조선사회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 권력에서 소외되어 있던 지식인들이 좋은 대안들을 제시했었으나 채택되지 않은 것은 위정자들의 과실이었다.
그러나 주권재민의 대중정치는 더 이상 공인으로서의 위정자들의 책임만 물을 수는 없게 한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는 후보들만이 활발히 움직일 것이 아니라, 주권자들도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정에서부터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야 되며, 열린 의식을 갖고 정책들을 검토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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