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법보다 주먹이라지만

외딴 마을에서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폭력 때문에 마을 노인들이 공포의 나날을 보냈다면 이를 믿겠는가.

"감옥에 보내도 걱정, 보내지 않아도 걱정이야…".

올해 구순을 넘긴 한 할머니(달성군 가창면)는 8일 동네 주민 오모(44)씨가 달성경찰서에 공갈, 협박,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늘 불안과 위협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보복이 더 두렵다"며 치를 떨었다.

이 할머니는 "밤중에 혼자 잠을 자는데 술취한 오씨가 문을 박차고 다짜고짜 '술을 내놓으라'며 시도때도 없이 행패를 부려 공포에 떤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씨는 외딴 마을에 혼자 사는 할머니 5, 6명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내놓으라" "술을 사오라"고 협박과 행패를 일삼아왔지만, 누구 하나 말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30여 가구가 모인 마을 자체 회의에서 오씨의 '격리'를 요구할 정도로 주민들은 불안한 생활을 했으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입'을 열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

전과 16범인 오씨는 지난해 6월 마을 노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다 구속돼 2개월전 출소한 후 "주민들 때문에 감방살이를 했다"며 앙심을 품고 공갈, 협박을 더욱 노골화했기 때문.

달성서 이종원 형사는 "주민들이 오씨 처벌을 요구하면서도 피해자 진술을 꺼리는 등 오씨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작업을 벌인 경찰은 오씨가 혼자 사는 할머니의 잠긴 방문을 부수고 4만여원을 훔치고 10여 차례 주민들을 협박한 사실을 가까스로 밝혀냈다.

마을 이장(53)은 "술만 먹으면 할머니들을 협박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려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주민 호소가 잇따랐지만,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딴 마을에서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현실을 본다는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회1부.강병서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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