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큰 나무로 키우자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학교, 집, 도서관의 생활이 학교, 집, 학원, 과외로 바뀐 것말고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어쩌면 과거보다 못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과거에도 입시위주 교육이 있었고 보충수업, 자율학습도 입시에 대한 요즘 청소년들과 학부모의 생각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거의 절대적이다.

입시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입시 외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 청소년들보다 생각이나 행동이 훨씬 어리다.

청소년들의 사고력의 저하는 영상매체의 영향이나 과거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도 한몫 할 것이다.

부모들은 과거와는 달리 고학력에다 경제적 여유까지 갖추고 있고 자녀 수도 적다보니 자식들에게 쏟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너무 온실 속의 화초로만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궁하면 찾는다'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성장할 때 사고력도 향상되고 사회의식도 성장할텐데 그런 여유를 갖기도 전에 원하는 것을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고, 입에 넣어주는 것이 요즘 부모들인 것 같다.

며칠 전 올해 수능시험 대구전체 수석을 차지한 학생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 학생은 따로 과외를 받은 적이 거의 없고 학원 한달 다닌 것이 과외의 전부라고 하면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평소 아이들, 특히 주말이면 학원이나 과외를 받고 컴퓨터나 음악을 들으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을 보면 꼭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을 가져보라고. 청소년 단체의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도 다녀보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보라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 사람들과 만나고, 의미있는 모임을 갖고, 영화나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문화활동은 이후의 삶에 참 소중한 자산이 된다.

지금 수능을 치고 별다른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고 3생들이나 아니면 곧 방학을 맞게 될 청소년들을 둔 부모님들은 이번 방학엔 과외나 학원이 아닌 아이들의 삶에 양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를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삶을 배울 수가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큰사랑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닐까. 부모의 사고와 생활 속에서만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는 닫힌 사고가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삶 속에서 자기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가르칠 때 아이들은 진정 거목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안미향 대구청소년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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