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동해수산연구소 포항분소를 폐지키로 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지금까지 이 문제는 경북지역의 현안 문제로 남아있다.
완전히 폐지키로 했던 당초 계획을 바꿔 심해자원연구센터로 존치키로는 되었으나 연구원 몇 명의 형식적인 연구소로 남게 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11월초 수산과학원이 지역여론을 고려하여 포항분소 폐지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그 다음날 공교롭게도 울산시는 고래연구소가 신설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울산에서 발간되는 한 신문은 울산시의 발표를 인용해 "수산과학원은 물론 해양수산부와도 공식적인 협의를 거쳐서 신설 국립고래연구소(가칭)의 울산 건립방침이 사실상 확정 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리고는 "울산과 함께 고래연구소 건립지역으로 거론되던 포항의 동해수산연구소 포항분소는 수과원의 연구역량강화를 이유로 폐쇄될 것으로 알려졌다"며 포항분소 폐지와 고래연구소 설립이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 기사는 연구소 운영이 정상궤도에 들어서는 "2, 3년 뒤에는 정원이 40여명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다.
수산과학원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조직개편안의 내용을 보면 3개의 연구소 분소와 6개의 수산종묘시험장을 폐지하고 9개의 전문연구센터를 설립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지되는 3개의 분소 중 군산과 목포는 전문연구센터로 전환되기 때문에 사실상 포항분소 하나만 폐지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없어지는 포항분소보다 더 큰 규모의 연구소를 울산에 새로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그렇다면 과연 새로 울산에 고래연구소를 세워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우선 국가예산으로 신설되는 연구소라면 폭넓은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포항분소에서 동해안 고래류의 생태조사를 해왔고, 또 영일만에서 울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고래가 포획되고 있음에도 왜 굳이 울산에 새로 연구소를 만들어야 하는지 경북지역 어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포항연안의 고래혼획 건수는 2001년 147마리, 2002년 124마리 등 매년 100마리가 넘는데 반해 울산지역은 10여 마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래는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결정에 따라 포획이 금지되어 연구용이나 혼획.좌초된 것만 잡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로는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상업적 포경의 재개를 주장해 온 일본은 지난해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대대적인 로비활동과 함께 포경재개 건의안 통과를 시도하였으나 다수 회원국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대신 그 후로 '그린피스' 등 전세계 NGO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금년 6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IWC 총회에서는 고래보존대책을 한층 강화한 '베를린결의안'이 통과되어 이제 상업포경 재개 가능성은 더더욱 없어졌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포경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집중표적이 되었으며, 고래보존위원회 설치안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분담금 유보, IWC 탈퇴검토 등의 초강경 수단을 동원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따라서 정부가 상업포경이 재개될 것에 대비해 고래연구소를 세우려 했던 당초 계획은 재고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표단이 금년 IWC 총회에서 일본과 함께 '베를린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앞으로 국제적인 감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처럼 고래연구를 이유로 고래포획의 허용을 추진한다면 자칫 미국 등 반(反) 포경국가들에 의해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고래연구소 설립문제는 국제여론이 바뀐 후 차차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지역의 낙후된 수산업을 바로 일으키는 일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포항분소는 무려 60년 동안이나 경북 동해안 어민들과 함께 해온 지역수산업의 구심점이었다.
이러한 곳을 없애면서까지 고래연구소를 세워야 하는 이번 개편안에 경북지역 어민들은 정말 분노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 진흥을 위해 수산과학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고래연구소 설립이 아니라, 그 예산과 인력을 포항분소에 배정해 지역특성에 맞는 연구소로 육성해 나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선복 포항공대 교수.해양생명환경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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