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축구대회-'수적 우세' 한국팀엔 소용없어

한국 축구대표팀이 제1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초대 챔프에 올랐으나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일본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마무리 난조의 악몽에 시달린 끝에 '숙적' 일본과 득점없이 0대0으로 비겼다.

한국은 2승1무로 일본과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1 앞서 대회 우승컵을 안았고 일본과의 역대 A매치에서 38승18무11패로 절대 우위를 지켰다.

'코엘류호' 출범 후 성적은 7승2무6패.

이날 한국 축구는 '오만 쇼크' 이후 계속된 내용없는 플레이를 반복해 지난해 한일월드컵에서 쌓은 신뢰를 무너뜨렸다.

일본 선수가 전반 일찌감치 퇴장당해 수적 우세의 이점을 누리고도 호쾌한 승리는 커녕 답답한 경기 운영 끝에 겨우 비기는 졸전으로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골결정력 부재'와 '창의적 플레이 실종'이라는 고질병도 여전히 되풀이됐다.

김도훈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안정환, 김대의를 좌우 윙에 배치한 한국 공격진은 전반 7개, 후반 10개 등 17개의 슈팅을 난사했지만 1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골결정력 부재는 최전방 공격수들의 창의력 부족과 완벽하지 못한 조직력 탓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반 스리톱과 후반에 투입된 김은중, 이관우 등 공격수들은 일본의 수비 라인을 뚫는데 역부족이었고 골 찬스에서도 부정확한 슛으로 일관했다.

한국 수비진도 조직력에서 난조를 보였다.

10명이 싸운 일본과 맞서고도 후방에 잇따라 공간을 내주며 롱패스 하나에 수비라인 전체가 무너졌다.

초반 탐색전을 끝낸 한국은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상대 공격수 오쿠보가 전반 17분 시뮬레이션액션으로 두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면서 경기는 한국의 흐름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잘 맞은 슛이 몸을 던진 일본 수비라인의 강력한 저항에 막힌 데다 공격수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골문을 열지 못했다.

38분 안정환이 위협적인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후반에는 체력 난조와 함께 집중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결정적인 역습 위기를 수차례 허용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24분에는 일본의 역습에 이은 코너킥 때 구보에 골포스트를 맞는 헤딩슛을 내줬다.

양팀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유상철은 경기 후 "조직력이 아쉬웠다.

다음 월드컵 전에 이 점을 발견한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중국이 홍콩을 3대1로 따돌리고 1승2패로 3위를 차지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