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짚신을 삼아다가 팔아서 먹고 사는 짚신장수가 살았어. 이 사람이 하루는 짚신을 여러 켤레 삼아 가지고 장에 갖다 팔아서 돈을 좀 벌었지. 여러 날 동안 부지런히 삼은 짚신을 다 팔아서 돈이 꽤 됐나 봐. 그 돈을 가지고 쌀도 사고 고기도 사고, 마침 섣달 그믐께가 돼서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아. 그래서 그런 것 사러 장터에 가는데, 길가에 웬 거지 노인이 거적을 깔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거든. 보니까 참 불쌍하단 말이야.
'나는 가난해도 집이 있어 걱정 없다마는, 저 노인은 집도 없이 한겨울을 어찌 날꼬'.
하도 불쌍해서, 앞뒤 잴 것 없이 가진 돈을 그냥 몽땅 그 거지 노인한테 줘 버렸어. 짚신 팔아서 번 돈을 한 푼도 안 남기고 다 줘 버린 거야. 그러고 나니 뭘 살래야 살 돈이 있어? 그냥 빈손으로 털레털레 집에 갔지.
집에 가는 길에 개울이 하나 있는데, 이 사람이 개울을 건너려고 하다 보니 저 위에서 헌 바가지가 하나 동동 떠내려오더래. 그러더니 이 사람 앞에 와서는 더 안 떠내려가고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고만 있거든. 이상하게 여기고 그냥 개울을 건너가니까, 아 글쎄 바가지가 물에 동동 떠서 자꾸 따라오는 거야. 가면 따라오고 안 가면 그 자리에서 뱅뱅 돌고, 이게 왜 이러나 하고 밀치면 밀려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이런단 말이야.
'이것이 나 보고 주워 가라고 이러나 보다' 하고 그 바가지를 주워 가지고 갔어.
집에 가니까 식구들이 나와서 뭘 사 왔느냐고 물을 게 아니야? 일이 이만저만하게 돼서 아무 것도 못 사고 헌 바가지만 하나 주워 왔다고 했지. 식구들이 모두 실망을 하고, 바가지에다 뭐 담을 것도 마땅한 게 없으니까 아이들 머리에 들이는 댕기 있잖아, 그걸 하나 넣어 뒀어. 그러고 나서 잠을 잤지.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글쎄 그 바가지 안에 댕기가 하나가득 들어있네. 엊저녁에 달랑 한 개를 넣어 뒀는데 그게 그냥 한 바가지가 됐어.
이상도 하다 하고, 바가지 안에 쌀을 딱 한 개 넣어 봤지. 어떻게 됐게? 그래, 쌀이 그냥 바가지에 가득 차는 거야. 콩을 한 알 넣으면 콩이 바가지에 가득 차고, 엽전을 한 닢 넣으면 엽전이 바가지에 가득 차. 그러니까 그게 화수분바가지지. 무엇이든지 넣기만 하면 가득 차는 요술바가지 말이야.
요술바가지 덕분에 짚신장수는 부자가 됐어. 부자가 돼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소도 사고 말도 사서 아주 잘 살았어.
그렇게 잘 살다가 이 사람이 늙어서 죽을 때가 됐거든. 이 사람한테 아들이 삼형제 있는데,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니까 다들 요술바가지를 탐내는 거야.
"다른 건 다 동생들 주고, 나는 그 바가지만 주십시오".
"아니, 나도 다른 건 다 싫으니 바가지를 주세요".
"나도 그 바가지만 있으면 돼요".
이렇게 서로 요술바가지만 가지려고 하니 일 났지. 화도 나고 귀찮기도 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바가지를 던졌더니, 삼형제가 달려들어 서로 가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다가 그만 우지끈 뚝딱 깨뜨리고 말았대.
깨진 바가지를 기워서 쓰면 안 되느냐고? 욕심을 내다 벌받아서 깨뜨린 건데 아무리 기우면 뭘해? 아무 소용없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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