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생각해보기-"가족해체 원인은 소통단절"

한국 전통 괴담 '장화 홍련전'의 뿌리는 가족 해체다.

무심한 아버지, 악독한 계모 그 사이에 한을 품고 죽은 자매. 이 스토리의 얼개를 현대적인 색깔로 입힌 것이 2003년 '장화, 홍련'이다.

2003년판이 다르다면 자매가 더 외롭고 절절하다는 것이다.

장화와 홍련은 같이 죽어 같이 귀신이 된다.

그러나 '장화, 홍련'의 수미와 수연은 같이 죽지도 같이 환생하지도 못한다.

결론에 가서 사실 수연은 유령이었다는 '식스 센스'식 반전이 나온다.

수연의 죽음을 막지 못한 언니의 압박감이 그녀를 산 사람처럼 대한 것이다.

죽은 동생, 죽이고 싶은 계모, 죽은 거나 다름없는 아빠, 그리고 죽고 싶은 나. 4인 가족의 4인 해체의 분열양상이다.

거기에 간병인이었던 계모가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자 저항하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병든 엄마까지.

가족 해체의 단초는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들 넷의 소통점은 철저히 막혀 있다.

수미와 수연의 경우 이승과 저승으로 갈려져 있다.

죄의식으로 무기력증에 빠진 아빠와 이를 조롱하는 계모의 사이도 마찬가지다.

증오와 저주의 감정만이 이들을 지배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정신병원이다.

수미는 결국 한을 씻지 못하고 하얀 벽 속, 단절된 공간에 갇히게 된다.

영화는 어떠한 가능성의 여지도 남겨 놓지 않은 가족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주목할 점은 영화 속에서 상황을 지배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수미와 수연, 계모는 철저하게 대립하면서 갈등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집에 들른 삼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촌의 애인은 집안의 무거운 기운을 감지하고 갑작스런 발작을 통해 그 존재를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이조차도 감지하지 못한다.

이 장면은 한국의 현실을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특히 이 당시 상처를 입은 것이 남성이고, 부권(父權)이다.

일용할 양식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 그러나 위엄과 자존심은 버릴 수 없는 관습. 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버지와 이를 통해 반사 권력을 갖게 된 어머니의 역할이 서로 충돌하면서 가족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회적 가치관과 윤리관이 점차 서구화, 개인주의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의식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혼율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며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경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반작용으로 가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정과 가족이 단위가 아니라 개인이 만나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허구의 세계를 그린다.

그러나 그 바탕은 언제나 현실이다.

그렇게 볼 때 '장화, 홍련'은 현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정 붕괴의 위험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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