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펄떡이는 물고기처럼

고교 선배의 권유로 계명대 의대 교수팀으로 구성된 '리더십 트레이닝' 코스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수개월간 계속된 리더십 코스에서는 여러 책을 읽고 토론을 벌였다.

그 가운데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원제 FISH!)이라는 얇은 책은 오늘날 대구가 앓고 있는 여러 어려움과 성숙되지 않는 직장문화 등을 반추해 보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 책은 미국내 2천여개 기업이 구입하여 따분한 직장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즐거운 일터로 변화시키는데 활용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지 일년반 만에 36쇄를 찍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고기 철학'전세계 강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은 축축하고 냄새나는 일반 어(漁)시장과 다름없었던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 왕성한 에너지를 내뿜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환골탈태하게 된 배경과 이 어시장 상인들처럼 삶을 혁신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철학이 쉽고 단순하게 담겨있다.

바로 '물고기 철학'(Fish Philosophy)이다.

'물고기 철학'은 침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략과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지혜로 압축된다.

이는 곧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를 놀이터처럼 바꾸어 무한한 창의력과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게 만든다.

일터를 놀이터로 바꾸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곳은 국내에도 서울 서초구, 분당 등지에 단시간에 8개의 대형매장을 낸 '총각네 야채가게'를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주로 IMF 때문에 기업체에 취직 못한 총각들을 영업사원으로 영입해 물건 사입을 까탈스럽게 하고, 철저하게 거래 신용을 지키며, 찾아오는 주부들에게 재미까지 덤으로 안겨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터를 놀이터처럼 바꾸면서 일에 빠져드는 집중력과 창의력이 폭발적인 영업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활동 시간의 절대량을 일과 관련된 활동에 쓰는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일터에서 무한한 자신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일터에서 에너지와 자신감을 충전시킬 수 있는 비법은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 문제로 집약된다.

하루를 선택하는 태도가 일하는 방법, 삶의 자신감과 성취감까지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비록 내가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대구.경북에도 수많은 직장이 생몰하고, 직장인이 늘어났지만 실제 수많은 직장인들은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정체되어 있다고 한다.

일터로 향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개인에 국한된 문제일 것 같지만 실상은 소속 직장의 건강성을 좌우하며, 도시의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재미를 느끼며 생산적으로 일할 것인지, 소극적으로 끌려다니면서 일할 것인지의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있다.

단지 침체된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일터를 신명나게 바꾸겠다는 결단이 중요하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는 활기찬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내가 어물전 상인이라면, 비린내 나는 환경을 깨끗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기업체 종사자라면 무겁게 내려앉은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뛰어다닐 것이다.

또 공무원이라면 지역발전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펴려고 고민할 것이다.

'펄떡이는 기운'으로 대구병 치료

각계각층의 이런 펄떡이는 기운들이 하나 둘 모일 때 개인의 삶이 즐거워지고, 소속 직장이 밝아지며, 살고 있는 지역의 불치병들을 치유할 수 있다.

16개 지자체 가운데 대구는 외자 유치 꼴찌(전국 대비 0.5%), 1인당 GRDP 전국 평균의 64.5%, 지역내 총생산 십수년째 꼴찌(전국 대비 3.4%),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전국 평균의 56.5%, 막대한 지하철 부채, 사흘이 멀다하고 터지는 각종 대형사고, 유난히 강한 반기업 정서, 남이 잘 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풍토, 실리는 없이 명분만 앞세우는 허세 등등으로 규정되는 심각한 '대구병(病)'을 앓고 있다.

그러나 대구병은 어느 누가 단번에 치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만히 두면 덧나기만 할 뿐 결코 낫지 않을 병이다.

이 병을 다스리는 묘약은 따로 없다.

바로 대구에 살고 있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살 수 있는 물(지역사회 풍토, 혹은 삶의 기반)을 맑게 지키면서 열심히 사느냐에 달려있다.

최미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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