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순환도로변 효성타운 입구의 초록색 건물 3층. 전문 요리학원도 아니지만 이곳에선 매주 화. 수. 목요일 요리교실이 열린다. 강사는 벽안의 이탈리아인 조르지오 스코파(Giorgio Scoppa·63·대구시 남구 대명9동)씨. 물론 가르치는 메뉴는 스파게티와 파스타 등 이탈리아 요리가 주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며 통역하는 사람이 있다.
미군부대인 캠프조지 내 외국인학교로 발령받은 부인을 따라 지난 2000년 8월 한국에 온 조르지오씨가 요리강습을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초. 작은 것이나마 이탈리아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서란다.
"이탈리아에서도 부엌에 드나드는 남자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요. 그렇지만 전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호텔 식당에서 요리사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던 아버지로부터 요리도 배웠고 고교 재학시절엔 요리학원에도 다녔어요".
월 4회씩 7개월 과정을 마치면 54가지의 요리 조리법을 완전히 익힐 수 있다는 그의 요리강습(수강료 월 18만원·재료비 포함)은 스파르타식이다. 한번에 2시간 가량 진행되는 수업 중에 잡담은 용납되지 않으며 수강생은 그가 가르친 대로 따라야 한다. 수강생 각자 만든 음식을 둘러앉아 나눠 먹는 것으로 수업은 끝난다. 하지만 그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지 못한 수강생의 '작품'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이탈리아 음식이나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음식 조리법을 배웠다고 뻐기고만 다닐 사람은 사양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배운 것을 발휘하고픈 분들만 오세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머리에 쓴 위생모와 허리에 두른 앞치마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의 전력은 화려하다. 로마대학 출신인 그는 5개국어를 구사하며 스무살 때 고향인 카프리(CAPRRI)에서 제일 큰 호텔의 책임자(Director)를 역임했다. 이후 국영방송인 RAI방송국에 기자로 입사(1967년)해 영화총감독(Chief Director for Movies)까지 지내다 정년퇴직(1999년)했다. 그가 만든 영화가 150개가 넘고 그 중 2편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입상도 했다.
한국에 온 지 만 3년이 넘는 그는 한국인이 정이 많고 부지런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너무 폐쇄적이라고 아쉬워한다. "자기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고조차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어요. 제가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추진된다고 해 도움이 될까 싶어 이탈리아 유명 오페라관의 도면을 구해와 대구시청 관계자들에게 전했는데 별로 반기지 않더라고요".
지난 4월 수출·입 업무를 대행하는 '(주)마누앤마누'라는 법인을 설립한 조르지오씨는 "앞으로는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에 알리는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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