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토요일 오후, 나는 나와 함께 우리 백두대간 종주팀의 종마인 허정균선배의 초청으로 전북 부안에 내려갔다. 부안은 허선배의 고향으로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평가되는 새만금간척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화제의 지역이다. 이 문제는 이미 국내는 물론 나라밖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좋은 일 가지고 주목을 받아야지. 인류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갯벌파괴가 자행되는 바람에 이목을 끌어서야. 쪽 팔리게.
나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새만금 갯벌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의식도 더 일깨우고 또 깨끗한 대자연속에서 도시의 찌든 피로와 짜증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주말여행'도 할 겸, 겸사겸사 해서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 '누이좋고 매부좋고', '금상첨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반대는 '엎친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죠. 야한 말이 있는데. 욕하지 마세요. 여자분들의 경우 "국 쏟고 뭐 데고". 퀴즈, 뭐가 뭐게요. 손이죠. 뜨거운 국물떠다가 국쏟고 손데고. 이상하나요.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하지. 손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구요. 알아서 생각하세요.
미리 밝혀두는데요, 제 글은 '나오는대로 지껄이는 글'이고 어떤 면에서는 '청소년 불가, 성인용 심심풀이 잡글'입니다. 그래도 가슴에 감동이 오는 내용도 있다구 하더라구요. '남회귀선'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밀러 아시죠. 책을 써다가 써다가 잘 안되어서 개판처럼 산 자기인생을 소설로 썼더니 대히트를 쳤죠. 나오는대로 쓰는 게 최고죠.
'방편'이란 말이 나오네. 여러분 아시죠. 지난 대선때 당시 노무현 민주당후보가 가는 곳마다 입장이 조금씩 달라서 비판을 받자 부처님의 '방편'을 꺼집어 내며 피해갔죠. 불교용어죠. 부처님께서 먼저 언급하셨죠. 중생들에 맞게 다양한 방편을 구사해야한다고. 큰바다를 건널 때는 배가 필요하듯이 부처님께서는 갠지스강의 수없이 많은 모래알 같은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할 뿐이지 추호라도 중생을 속이지 않는다구요. 그렇구나. 나도 유용하게 써 먹어야지. 잉. 부처님이나 노무현대통령이 사용하면 좋은 의미의 '방편'이고 이헌태가 사용하면 나쁜 의미의 '말바꾸기','사기''변명'이죠.
퇴근해서 오후 3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운동장에서 거행되고 있는 '2003 국회 고.연대 한마음체육대회'에 잠깐 얼굴을 내밀고 바로 여의도에서 88올림픽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김포쪽으로 벗어나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 남녘으로 향했다.
이 체육대회는 모교인 연세대학교와 영원한 라이벌인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국회의원 보좌진, 정당 당직자, 국회사무처요원, 소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연.고대 출신인사들이 모여 갖는 행사다. 대운동장에 들어서니 한창 축구경기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경영학과 동기인 민주당의 송영길 국회의원도 축구복을 입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무척 반가웠다. 이미 약간 뛴 모양이다. 늙어서 몸이 말을 안들을 낀데. 청춘이라구요. 솔직히 얘기합시다. 나이가 40세가 지나면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더라구요.
40살을 넘기면 세월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데요. 나이드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라구요. 어릴 때나 젊었을 때는 세월이 느리게 가다가 왜 40살만 넘으면 갑자기 빨리 갈까요. 가장 가까운 답은. 1)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2) 40살부터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3) 나이든 사람들이 40살 넘으면 빨리간다고 거짓말하고 있기때문 4) 40살 넘으면 건망증이 심해져서 금방금방 잊어버려서 5) 40살 넘으면 빠른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정답은 1번.
시간은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이 멈출 때 시간도 멈춘다. 그렇잖아요. 느껴보셨죠. 생각의 과정이 시간을 만들어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기본적인 성찰. 시간은 분위기에 의존한다고 하네요. 따라서 행복하면 시간이 총알같이 빨리 가지만 불행하면 시간이 한없이 더디 가는 것. 그러면 40살이 넘으면 행복해서 빨리 가는가. 그것은 절대로,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하여튼 40살이 지나면 그때부터 왜 세월이 빨리 가는 지 정확히 아시는 분은 연락바람. 016-xx21-12xx. 제 핸드폰이거든요.
허무하다. 인생무상이다. 이조말의 선승인 경허스님 왈 , "무릇 인생의 삶이란 힘이 넘치는 청년에만 머물지 않는 것은 마치 달리는 말과 같고 풀끝의 이슬과 같으며 서산에 넘어가는 해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말도 안되고 기가막히고 억울한 얘기 하나. 제가 40살을 두해 전에 넘겼는데 벌써 중년이라고 하네요. 요즘 나이 60살 되신 분들 가운데 젊게 보이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환갑잔치를 거창하게 하시는 분 별로 없는 것 아시죠. 욕 얻어 먹죠. 그러면 이헌태 니가 청년이냐고. 청년도 아니고 중년도 아니고. 뭐 중간쯤 되지않을까요. 어쨌든 중년맞다고요. 너무 슬퍼요. 헉헉. 내 청춘 돌려도.
인도의 도인이 일생을 나무에 비교해 얘기했더라구요. 맞더라구요. "벗이여 내가 한가지 노래를 불러 주겠네/ 인생에선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나무로 만든 요람에 아이를 눕히고 흔들어주네/ 좀 더 자라면 아이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놀지/ 학교에 들어가서는 나무로 만든 연필로 나무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네/ 공부를 게을리하면 선생이 나무회초리로 혼을 내지/ 결혼해서 집을 지으려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명상이 필요하면 나무아래 앉아야 하네/ 그리고 늙어서는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결국에는 두개의 대나무막대기에 얹혀 화장터로 간다네/ 벗이여 그대는 지금 나무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제가 볼 때는 요. 중, 장년을 우습게 알았는지 뺐구먼. "마누라와 자식에게 나무회초리로 인간이 되라고 때리지". 만약 요즘 세상에 그렇게 했다가는 늙어 무슨 고생하려고요. 그게 아니고요. 자식하고 마누라에게 충성해야되거든요. 중년층의 '시대적 테마'인 "늙어 고생하지 않을려면". 이런 내용이 추가되겠죠. "자식이 생기면 가족들을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자주 데리고가서 기쁨을 주어야하고 ". 또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는 전원주택을 살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어야하고". 고달픈 중년이여.
부모는 자식눈치, 선생은 학생눈치, 상사는 부하눈치, 사장은 노조눈치, 대통령은 국민눈치. '눈치 공화국'이구만. 그래서 입시철만되면 눈치보는 학생과 부모들이 기승을 부리나. 힘의 균형이 아니라 힘의 퇴행적 역전현상. 말세다 말세여. 적응하면서 살아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어떤 책에 따르면 "중년이후에는 진격보다는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물러설 때는 늘 염두에 두며 살아야한다.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말석에 앉으면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고 적혀있더라구요. 이 얘기는 저와 전혀 관계없죠. 몇 년후만 되면 인간의 수명이 100살까지 연장된다고 하니 제 경우는 앞으로 20년정도 더 진격할 거니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혈연 지연 학연등 '연고'에 의해 이득을 취하는 것도 '부패'라고 규정지으며 척결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네요. 앞으로 연.고대 체육대회는 물론 각종 동창모임은 모두 해산했다가 이 정권이 끝나거든 다시 만납시다. 특히 노대통령이 나온 부산상고 동창회는 거의 해산수준이겠구먼. 한국사회에서 모든 연고를 끊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거의 도닦는 수준이 될 걸요. 가족과 직장을 제외하면 동문들과의 만남이 인생의 거의 50%이상이 아닐까 싶네요. 하여튼 노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제대로 실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혈연이야 별로지만 학연, 지연에서 완전 벗어나는게 참으로 어렵더라구요. 다들 그렇잖아요. 고향사람 보면 좋고 같은 학교 나왔다고 하면 좋고. 이헌태를 '연고를 전문으로 끊게 해주는 삼청교육대'에 보내야한다구요. 선진국은 연고가 거의 사라졌죠. 연고주의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나쁜 풍습은 틀림없으니 고치도록 조금씩 노력합시다. 그런데 연고주의할 때 연고가 연세대와 고려대의 연고와 똑같은데. 연고주의는 연.고대가 가장 심하다고요. 설마 그럴리가. 부르기 비슷해서인지 '괴뢰대학' 내지 '고구려대학'으로도 불리는 고려대가 가장 심하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의 3대패밀리 아시죠. 호남패밀리, 고대패밀리, 해병대패밀리. 막걸리로 상징되는 고려대학교의 단결력은 알아주죠. 혹시 연고주의를 청산하려면 연세대와 고려대 동창회만 없애면 되지 않을까요. 동창회에서 짤릴라. 제가 연세대 총동창회 조직분과위원회 간사거든요.
국회 대운동장에 가보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 나도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아는 선,후배들의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또 여,야를 떠나 '동문이라는 깃발'아래 서로 어울려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도 괜찮았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측 사람들을 만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민주당도 대선과정에서 당시 노무현후보를 놓고 벌어진 분열상이 지금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웠다.정치가 무엇인지. 다같이 사이좋게 지냅시다.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책을 갖고 다투어야지 대선을 통해 여,야로 갈리면서 생활수준까지 갈리면 되나요.
대선에 승리한 자와 패한 자의 구분,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선에서 이기면 승자는 떵떵거리며 잘 살았고 지면 패자는 거렁뱅이처럼 힘들게 살았다. 얼음장이 갈라지듯 짤 갈라졌고 이로인해 갈등과 대결은 더욱 깊어져가기만했다. 지난 김영삼정권때나 김대중정권때도 집권세력들은 야당때의 오랜 고생을 잊은 채 이전의 집권세력들 흉내를 냈다. 물론 전두환, 노태우정권시절의 끗발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약화되었지만.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노무현정권의 탄생으로 이제 이 같은 풍토는 흘러간 강물이 되어야한다.
소위 '승자독식의 문화' 청산은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과거 오랜 집권경험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김대중정권때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승자독식'문화때문이었다. 여당이 좋은 자리든 돈이든 독식을 해버리기때문이다. 당연 열받지 않을 수 없었고 매사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집권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도록 결사항전하게 된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등 구미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집권했다고 해서 권력을 멋대로 누리는 경우는 없다. 특히 이권개입을 통한 돈벌이는 '천부당 만부당'이다. 그들은 집권기간동안 그들이 신념화하고 추구해온 정책들을 열심히 국정에 반영하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국민들로부터 잘했다고 평가받으면 한번 더 집권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한국처럼 장관이나 높은 벼슬했다고 '살판나는' 사람은 없다. 일부 성직자들도 감투나 벼슬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벼슬가운데 최고의 벼슬이 뭔지 아세요. '닭벼슬'. 잉. 벼슬 차지하려고 환장한 사람들아, 닭보다도 못한 족속들이지 뭐. 이헌태한테 벼슬하나 주면 거절할려나. 거야 모르지 뭐. 잉, 이헌태 속물이네. 죄송합니다.
노사문제의 경우도 간혹 악화되는 것은 '승자독식' 문화때문이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노동자들에게도 그 몫이 돌아가야한다. 물론 미래의 투자를 생각하지 않고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그때 그때 수익을 나눠먹다가는 회사는 망하겠지만 말이다. 뭐든 혼자 다 먹지 맙시다. 그렇게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되고 먹는 사람 마음도 불편합니다. 신라호텔 특급식당에서 최고급요리를 혼자 먹으면 뭐합니까, 정다운 사람들끼리 막걸리 한잔하면서 그리고 라면을 끓여서 찌그러진 냄비뚜껑을 그릇 삼아 게걸스럽게 먹는게 훨씬 더 맛있지. 이게 몸에 좋다는 것은 인체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입니다.
정치얘기는 뚝. 정치얘기한다고 해서 (지난 대선때 민노당 권영길후보가 잘 썼듯이) 행복해지셨습니까. 살림살이가 나아지셨습니까. 한국정치는 언제나 말썽꾸러기. 얘기하면 입만 아파요. 그러니 뚝. 합죽이가 됩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주말 때문에 수원, 비봉까지 엄청 막혔다. 날씨가 너무 포근했기 때문에 주말 상춘객들이 크게 증가했기때문이리라. 그곳을 빠져나오자 차가 쏜살같이 내달렸다. 이전에는 썰물때 바다를 관통하는 차도가 모습을 드러내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제부도를 구경하기위해서는 수원시내를 거쳐 복잡하게 갔지만 지금은 비봉에서 바로 연결되어 시간도 단축되고 가는 편도 훨씬 쉬워졌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수도권지역 주민들에게는 바다를 쉽게 다가서도록 한 귀한 고속도로다. 하루라도 빨리 완공을 했어야지. 국가지도자들이 국가사업중에서 뭐가 우선 순위인지를 잘 모르더라구요. 호남사람들이 차별받는다고 아우성칠 때 가장 먼저 완공했어야 하는 사업이죠. 그런데 작년인가 완전개통했죠, 아마. 이래서 되겠습니까.
제부도에서 장사하는 분들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덕분에 2천만명의 어마어마한 수도권거주자들이 몰리다 보니 돈을 더 벌고 계시죠. 국민 여러분, 한국사회에서 아름다운 산과 강이나 바다에 인파가 몰린다는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다음 중 아닌 것은 1)장사꾼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2) 환경이 바로 파괴된다 3)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 자연이 더 잘 보존된다 4) 남녀간에 썸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2번. 딩동댕. 사람이 넘치면 그곳의 자연은 엉망진창되는 거지 뭐. '환경선진국'이지뭐 파괴분야에서. 오죽했으면 한국에서 자연을 보존하는 지름길은 사람의 통행을 막는 것이겠습니까. 그래서인지 때만 되면 '출입통제'더라구요. 희한한 것은 통제만 시키면 숲과 풀과 나무가 그대로 되살아나니. 약빨은 100%. 아니 1000%. 국민들이 스스로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는 능력이 없는 것같아요. 인간들의 수준이 낮아서 그런가. 남이 꼭 말해서 하지 말고 알아서 잘 합시다. '노예근성'보다는 '주인정신'이 필요한 것이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너무 좋아서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데 한국사람들은 어떤 족속인지 떼거리로 몰려가면 '작살'이 나니까. 民族비하발언 그만하라구요. 사실 맞는데 뭐. 외국 나가서는 욕하면 안되지만 국내에서 우리끼리 있을 때는 지독하게 욕해도 괜찮아. 다 잘되자고 하는 얘기니까.
경기도 평택을 지나 서해대교를 건넜다. 위용을 자랑하는 서해대교. 서해대교 가운데쯤 대형아치에는 '서해로, 세계로, 미래로'란 구호가 내걸려 있었다. 모양 나빠지게 '한국도로공사'는 왜 붙어있나. 그런 것은 좀 떼어내어도 되는데. 기념비적인 다리에 회사이름이 크게 부착되어 있는게 볼썽사나웠다. 그 자리에 '문화대국' '자연사랑'이라는 말을 멋들어지게 써서 붙여놓으면 좋겠다.
나중 돌아올 때 보니 반대편에는 '하나로, 통일로, 미래로'라고 적혀있었다. 미래, 미래 하니까 너무 '발전'과 '전진'에 얽매이게 되고 자꾸 뭔가 나아가지 않으면 허전한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얼마전 방한했던 베트남출신 틱낫한스님이 강조한 '현재의 의미'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슬로우 슬로우 '느림의 철학'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현재의 행복', '정체의 기쁨' 이라는 '현재와 멈춤의 미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 '미래로'란 말을 뺐으면 좋겠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빨리 빨리 먹는 '패스트푸드'문화가 아니라 천천히 담소하면서 먹는 '슬로우 푸드' 문화로 바꾸자.
사실 '미래','전진','발전'이란 말은 서양개념이죠. 서양은 '희망과 전진'이고 동양은 '안빈낙도','태평성대'. 내 몸속에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네.
나라 곳곳에서 또 기업마다 '미래', '미래' 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고 미래를 위해 서로 무한경쟁을 벌이다보니 인간성도 상실되고 인간의 본래 가치와 향기도 사라지고. 앞으로 '미래'란 구호는 법적으로 금지합시다. 앞으로는 시간에 쫓기지 말고 차분하게 살아보자. 무조건 맹목적으로 치달아가는 생활과 삶에 브레이크를 한번 걸어보자.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가자는 것이죠.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면서요. 뱀도 전진만 있다면서요. 인간이 새나 뱀처럼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모처럼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스피드문화'를 청산하고 '쉼의 철학', '여유의 문화'를 건설하자. 어떤 학자는 인간을 죽이고 신을 죽인 것도 근세이후 생겨난 파시스트적 속도때문이라구요. 그래서 노마드적 즉 유목민적 속도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지금 이순간에도 정확성과 속도성이 시대의 윤리적 가치가 되고 있죠. 생산력과 시간단축이 종교가 되다시피했고요. 이 같은 '기술의 윤리'를 깨고 '자연의 윤리'를 다시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야 환경문제도 해결되는 것이고. 한때 최고의 인기드라마 '사랑이 뭐 길래'가 아니고 '시간이 뭐 길래'. 시간이 만물의 영장인 우리를 따라와야지 우리가 시간을 따라가느라고 헉헉된다 말인가. 한국지식인의 전형인 '선비'들의 모습이 아니지.
내 차는 충청남도에 들어서서 당진, 서산, 홍성, 대천을 지났다. 대천을 지나는데 오른편에 서해안의 풋풋한 바다전경이 살짝 모습을 내비쳤다. 해는 대낮의 광채를 띠는 눈부신 모습에서 붉은 감홍시색의 은은한 석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듯했다. 바다 위에는 배 한척이 어디론가 표표이 떠나가고 있었다.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왼편, 육지쪽에는 우람한 산들이 바다의 수호신인 마냥 떡 버티고 서있었다. 무슨 산인가. 이 지역으로는 잘 오지를 않아서. 나는 주로 백두대간쪽에 붙어있는 산들만 부지런히 갔기 때문에. 산도 차별했나. 멋있는 산들이 그래도 백두대간쪽에 집중 몰려있어서.
금강을 건너고 서천을 지나서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나누는 경계선을 넘었다. 바로 군산이 나왔다. 너른 평야지대가 계속 나왔다. 평야지대를 보면서 감회에 젖었다. 약 20여년쯤 대학교원서를 접수하기위해 난생 처음으로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와 대학교1학년 때 서클친구들과 함께 전라도 광주에 놀러 갔을 때가 불현듯 생각났다. 1981년 초 청운의 꿈을 안고 엄마 (나는 아직 철이 없어서인지 지금도 어머니가 아니고 엄마라고 부른다. 무슨 철학이나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버릇이 되어서요. 왜 꼽냐) 와 경부선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 기차가 대전을 지나니 말투가 다른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경기도지역을 통과하면서 차창에 비쳐진 산야의 모습은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경기도지역에서는 야트마한 둔덕 같은 야산이 많았다. 내가 살고 있었던 대구경북지역에는 거의 다 높고 가파른 산악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물지만 군데군데 평지라도 조금 있으면 어김없이 마을과 들판이 있을 정도다. 경기도지역을 지나면서 본 시골풍경은 너무도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한국도 땅이 참 넓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도착해서 생긴 문화쇼크. 보너스 하나. 엄마하고 서울역에 내려 서울역광장으로 나왔다. 다들 경험하셨죠. 바로 면전에 눈이 휘둥거래지는 대우빌딩 때문에 한번 기가 죽고. "와, 높네. 촌놈들은 보는 층수 만큼 돈받는다고 하던데. 반만 보았다고 거짓말해야지"
또 하나는 서울역과 대우빌딩 사이의 지하도에서 헤매는 것. 저쪽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가보면 다른 쪽이 나오고. 나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데 왜 그때는 안내판이 눈에 쏙쏙 잘 안들어왔는지. 머리 좋은 사람은 다 쉽게 잘 찾아온다구요. 알겠습니다. 당신 머리 좋아서 자랑인 모양인데 지금 인생꼬라지 잘 되어가고 있지요. 살림살이 나아지셨고 행복하시지요.
보너스 둘. 지하철을 난생 처음으로 탔는데 사람들이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뛰다시피 하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게 아닌가. 불났나. 처음에는 불난줄 알았다. 나중에는 습관처럼 그렇게 하더라구요. 미친 놈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년후 나도 똑같이 뛰다시피했다). 서울사람들 참 불쌍하다. 그렇게 여유가 없나. 이 같은 지하철 풍경은 지금도 마찬가지.
보너스 셋. 서울에 올라오니 서울남자들의 말투가 "?했었니, 했었냐"라며 기생오라비처럼 말하는게 아닌가. 충격, 충격. 여자들에게 간드러지는 말투. 아이 닥살 돋아. 우리 같은 싸나이들은 저렇게는 살지않지. (일년후 대구에 내려가면 친구들이 "너 서울가서 왜 기생오래비처럼 그렇게 말하냐"며 손가락질 당했다. 에그그).
인간이 간사하다고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대구역에 도착하면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더니 대학교 3학년부터는 서울역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지금도 지방에 몇일갔다가도 가족들이 있는 우리 집에 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고. 하여튼 인간들이 마음 붙이면 고향이라고 하더니 맞더라구요. '제2의 고향'.
대학교 1학년때 서클친구들과 함께 선배가 사는 광주로 놀러갔다. 지금은 모대학 정치학과교수가 되어 소장학자로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더라구요. 이제야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불리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냥 '광주사태'로 불렀다. 유혈이 낭자했고 살벌했던 광주사태가 난 금남로 현장을 떠올리니 아연 긴장이 되었다. 막상 광주 금남로 거리에 가보니 혁명의 도시는 무슨 혁명의 도시, 시끌법적대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고향 대구의 번화가 모습과 똑같았다. 혁명은 무슨 혁명. 그만큼 유별난 도시가 아니라 여느 도시와 같았다는 뜻이리라. 민주화의 성지, 광주여 만세.
말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이 아니고 당시 기차가 호남지역을 통과할 때 끝없이 펼쳐진 평야지대다. 지리교과서에서 말로만 듣던 그 풍경.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더욱 평화롭고 푸근하고 평온한 마음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내 고향 경상도의 산악지대, 경기도의 구릉지대 , 호남의 평야지대를 두루두루 다 살펴보고나니 한국의 지형이 대충 감이 잡혔다. 총평, "와 넓은 세상이구나" 탄성이 나왔다. 10년후 외국에 나가면서 한국이 '꼬딱지만한' 나라라는 것을 알았지만. 특히 미국과 중국의 '망망대해'가 아니라 '망망대지'를 보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대국의 기질'이 지형에서도 나오는구나. 얼마나 국토가 좁았으면 사돈이 땅 사도 배아픈가.
대구에서는 수학여행을 갈 때 대게 초등학교는 경주, 중학교는 경남 충무, 고등학교는 설악산에 간다. 수학여행을 제외하고 나는 대구경북지역을 단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었다. 그때, 도경계를 넘어 놀러가는 것은 부자집 아이들의 전유물이었으리라. 절대다수는 나와 같았겠지. 당시 김밥은 일년에 단 한번 소풍가는 날에만 먹었고 말표 사이다도 마찬가지.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고 아버지가 월급을 받아오는 날 하루만 소고기국을 끓여먹었다.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즐거웠던 시절이다. 너무 그립지만. 반찬이야 고작 김치, 오고락찌 (무우 말랭이), 간혹 고등어와 꽁치가 한번씩 상에 올랐다. 이 생선들이 그때 흔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요즘이야 다양한 재료의 반찬이 넘치는데도 그때의 입맛이 없더라구요. '풍요속에 빈곤'이라구나 할까.
나온 김에 추억하나 더.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황당했던 해프닝. 15년전쯤 회사에 들어갔고 회사분들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데 도대체 밥이 나오지 않았다. 용기내어 한말씀 드렸다. "다들 밥은 안드세요"라고 물었다가 놀림감이 되었답니다. 알고보니 고기를 실컷 구워먹고 나중에 밥과 된장이나 국수가 나와서 마무리를 한다네요. "술배도 있지만 밥배는 따로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이야 다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만해도 고기 먼저 먹고 나중에 밥먹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사회에 나오니 몸관리 등한시 하면 자칫 살찐 돼지가 되기 십상. 잔뜩 먹고 나서 살이 쪄서 그 살 빼느라 고생. 이게 무슨 짓이람. 머리가 나쁘구만. 아예 조금 적게 먹든지. 미련스럽기는. 제 경우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 통제가 안되라구요. 경험하셨죠. 통제가 잘된다구요. 그렇게 독하게 사세요.
제가 살빼는 비결 몇 개 가르쳐드릴께요. 너무 너무 확실한 방법인데 엽기적이라서. 결혼한 사람만 들어야합니다. 매일 섹스만 하면 열량소모가 너무 심해서 뼈만 앙상해질거라고 하더라구요. 카바레의 제비들이 다리가 가늘잖아요. 섹스를 할 형편이 안되면 키스라도 열심히 하세요.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열정적인 키스한번은 3.8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살빼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격렬한 키스끝에 배고파서 뭐 먹으면 꽝이고. 대체적으로 또 먹으러 가더라구요.
다이어트는 고통이죠. 부처님이 '생노병사'를 인간의 고통으로 거론했는데 요즘은 다이어트도 추가해야될 것같아요. 성인 남녀들이 살이 찔까 봐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먹으니. 먹고 싶은 게 없으면 할 수 없지만 바로 눈앞에 먹고 싶은 것을 놔두고, 이 얼마나 잔인한 고통인가. 살을 빼려고 온갖 정열과 정성을 쏟고 있는 인간들이여, 그 노력과 시간을 도닦는 데 투자하면 벌써 도인들로 이 지구는 바글바글.
충격, 충격. 일본 도쿄의대 후치다 고이치로교수는 기생충학의 권위자인데 촌충을 연구하기위해 자신의 뱃속에서 촌충을 키웠다고하네요. 일부러 불결한 생선을 뒤져 겨우 감염된 것을 먹었대요. '기요미'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3년이나 채내에서 키우며 항문으로 비집고 나오면 끊어서 연구했대요. 불필요한 영양과 지방을 먹기 때문에 콜레스테롤과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더 좋아했다고 하네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도 일부러 촌충에 감염되어 6개월만에 105킬로그램에서 55킬로그램으로 확 줄었다고 하네요. 물론 몸에 이상은 없죠. 따라하지 마세요.
중간결론, 한국은 넓지만 각 지역사람들은 모두 다 형제요 동포들이다. 고려태조 왕건이 훈요십조를 통해 차령산맥이남의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네요.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나. 앞으로 골고루 임명하면 되지.
이조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현장답습 지리서 '택리지' 아시죠. "평안도는 인심이 제일 순후하고 다음으로 경상도는 풍속이 질박하고 함경도는 굳세고 억세며 황해도는 산수가 험해 모질고 사납고 강원도는 산골백성이라 대부분 어리석고 전라도는 오로지 교활함을 숭상하고 그른 일에 동화되기 쉽다. 경기도는 서울을 제외하면 인물이나 소산물이 보잘것없고 충청도는 오로지 세리(勢 利)만 따른다. 이는 서민을 논한 것이고 사대부의 풍속은 그렇지 않다".
이중환이라는 자가, 갈라진 국민을 통합시켜야할 지식인으로서 무슨 이 따위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전라도와 충청도사람들에게 무슨 '억하 감정'이 있어서. 지식인이라면 응당 싸움을 뜯어말려야 할 입장인데. 이종환이란 자는 '택'도 아닌 책을 썼죠. 그래서 택리지인가.
나는 경상도사람. 태어나서 지금 이순간까지 경상도 주위분로부터 호남사람들에 대한 좋지않는 평을 귀따갑게 들었다. 아유, 지겨워. 저거들이나 행동 잘 하지. 못마땅한 면이 있어도 같은 동포로서 서로 사랑해야지. 이제 집권세력은 지역차별하지 말고 각 지역주민들은 타지역사람들을 서로 따뜻하게 감싸안읍시다. 대구나 광주에 가서 초롱초롱한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을 한번 쳐다보세요. 그 눈 속에서 증오와 차별이 가당찮습니까. 이제 정신 좀 차립시다.
나는 한국이란 나라의 땅이 좁고 모두가 한동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요리가 똑같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타지역사람들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식당에 가면 마땅히 먹을 음식도 별로 없고 맛도 별로라고 하는데 우리 엄마가 만든 음식은 전라도 목포 여수 광주 전주에 가서 먹은 요리와 똑같더라구요. 얼큰한 된장이나 감칠나는 김치 맛은 똑같죠. 식당음식은 몰라도 가정집음식은 똑같다고보면 되죠. '대동소이'가 아니고 '완전동일'이다. 다만 호남에서는 젓갈을 조금 더 넣는다는 것뿐. 그런데 왜 영남이다, 호남이다, 충청이다고 편을 갈라서 자꾸 싸우는데. 오히려 이북쪽의 음식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같아요. 남한은 음식이 통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유일한 통합이죠. '음식통일'이라고. 근래 북한핵문제나 이라크파병문제를 놓고 '남남갈등'이란 말이 나왔는데 큰일이야.
삼국시대때 신라와 백제가 피비린내 나게 싸웠지만 세월은 벌써 1500년이 흘렀다. 이제는 같은 民族이다. 삼국시대때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이 같은 말을 썼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치는 않는데 그래도 같은 말을 썼다는 주장이 유력하다고 하네요. 삼국이 교류할 때 통역관이 있었다는 기록은 별로 없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1950년 6.25전쟁때 피난으로 인해 民族간의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고 하네요. 한국 역사상 최대의 이동이었다고 하네요. 그전의 각 지방사투리는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였다고 하지요. 전라도 광주에 자주 갔는데 경상도사람의 귀에 특이한 말은 역시 '거시기' 라기보다는 '겁나게'였다. "겁나게 많아 부러" 라면서 '겁나게'를 '겁나게' 많이 사용하더라구요. 누가 호남사람들을 겁나게 했는 모양이죠. 한때는 호남출신이 한국 조폭세계를 잡고 있었다고 하지요. 그 영향이 남았나. 이제 차별이 없으니 너무 걱정말고 '겁나게'를 쓰지말고 대신에 '안겁나게'로 바꿔쓰세요.
저도 경상도사투리가 심한 편인데 빨리 말하면 전라도분들이 제 말을 잘 못알아 듣는다고 하네요. 대략 50%밖에. 경상도사람들은 전라도사람들 말을 다 알아듣는데. 요즘에서야 유일하게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이 있죠. 바로 제주도 말. 아직도 제주도사람들은 자기들끼리는 사투리를 사용하더라구요. 촌놈표내나.
요사이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생활사투리'가 인기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에 대해 전라도말로 " 나야 고맙지" ,경상도 말로 "이 가시나야 궁둥이 다 보인다". 히히히. 저도 마찬가지지만 경상도 사람은 먹는 '쌀'을 '살'로 발음하거든요. "도시락 사 갖고 가자"라고 말하면 경상도사람은 도시락을 싸서 갖고 오는데 서울사람들은 사서 가지고 가기 위해 돈을 가지고 온다고하네요. 슬픔하나, 근래 개그콘서트가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이 참에 없애야할 또 하나의 말. 일상생활하면서 "?죽겠다"라는 표현을 너무 자주 쓴다. "엄마, 배고파 죽겠다". 엄마 앞에서 죽겠다는 끔찍한 표현을 쓰다니. 불효막심한 놈. "아이구 숨차 죽겠다". 얼마나 숨이 찼으면 죽을 지경까지 찼나. 언제부터 이런 말들이 쓰였든지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명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치명적 위급환자 내지는 세계 제1의 구라맨으로 임명합니다"
이거 뭐 생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갔다 하니. 외국사람들로서는 한국사람들이 너무 뻥이 세다고 비웃겠습니다. 이들이 한국말을 배울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 기가 차 죽겠습니다, 죽겠다는 말 쓰지마. 모기 같은 소리로 '네'. 그런데 "맞아서 죽을 뻔했다"는 진짜로 죽을 정도로 맞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특유의 과장된 표현인지 잘 구분이 안되네요.
이런 말도 있더라구요. 남자들이 섹시한 여자가 지나가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 가시나 몸매 쥑인다". 또는 더 나아가 "그 가시나 죽여주더라". 더 이상 상상하지 마시고. 넘어갑시다. 몸매가 왜 나를 죽인다는 것인가. 나 원 참. 그럴 때 보면 인간이 아니고 짐승같지만. 깡패들이 말투마다 "니 쥑이뿐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것은 진짜로 조심해야되요. 성질건드리면 뼈도 못추려요.
한국말에 전투적이고 과격한 말이 많구먼. 수 천년동안 전쟁을 너무 많이 치뤄 말도 성격도 전투적으로 바뀌었나, 아니면 감정적 民族이라서 특히 뻥이 세어서 그렇게 하나. 아니면 진짜 말그대로 죽지 못해 안달인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전쟁나서, 억울해서, 원통해서 한국인을 보고 '한의 民族'이라고 하더니 다 그 흔적이 남아있구나. 잉. 식량문제가 해결된 지금도 먹고 살만한 사람이 한끼라도 걸르면 "배고파 죽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습관때문으로 봐야지. 교육부 장관은 습관적으로 쓰는 말 중에 과격하고 전투적인 말을 골라 추방운동을 폅시다.
군산에 접어드니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전시되고 있었다. '자연전시관' 이라고나 할까. 자연이 모두 걸작의 예술품이고 자연의 모든 공간이 전시장이니까. 오후 6시 30분쯤 되었나. 멋진 황홀경이 펼쳐졌다. 붉은 복숭아색깔의 석양이 덩그런히 하늘에 내걸려있고 저아래 바다에는 그 석양빛이 바다 위에 헤트라이트처럼 반사되어 비추면서 기름칠한 듯 반들반들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연신 감탄사를 쏟게 만들었다. 얼마만에 보는 서해안의 멋진 낙조인가.
군산을 다 지나가면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려고 할 때 구불구불 굽이쳐 흘러가는 만경강 어귀가 보였다. 바다와 연결된, 쬐금 문학적인 살을 갖다 붙이면 감질나는 좁은 폭의 강보다는 망망대해의 바다로 합류하고 싶어하는 물들이 바다쪽으로 서둘러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만경강의 어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헌태, 표현 좋다. 바다로 서둘러 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뛰어가는지 달려가는 것인지 물어봤냐고. 원래 흘러가다가 맞지만 글을 쓸 때는 그런 표현도 한다구요. 따지기는. 딱깨놓고 대다수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별 볼일이 없잖아유, 말재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잖아유.
나는 무한의 바다, 원시의 바다, 시리도록 푸른 동해를 더 좋아했다. 황무지 같은 누런 갯벌의 황해와는 비교도 되지않았다. 동해가 황해보다 한 단계 높은 줄 알았다. 바다도 등급이 있다면. 오래되고 화석처럼 굳은 이 사고덩어리가 무참히 깨어졌다. 박살이 났다. 바다는 바다마다 독특한 특성과 성격과 장끼가 있구나. 동해는 '바다의 심원', 즉 '바다냄새'를 느끼도록 해주고 서해는 '인간의 정감', 즉 '살냄새'을 느끼도록 해주는구나.
석양에 비친 강어귀 마을을 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느꼈고 구수하고 향토적 내음을 물씬 맡았다. 얼마나 낭만적인지. 인간의 삶과 어우러진 , 인간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강을 보았다. 바로 이것이 '한국적 풍경이며 한국적 정서'야.
정지용시인은 "북에는 김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박목월이 있다"고 했든가. 같은 '월'이네. 역시 시인이름 속에는 달이 들어가야되는구먼. 나도 앞으로 '이헌태'가 아니라 '이헌월'. 좋다.
박목월시인의 '나그네'라는 시가 머리를 스쳤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한마디로 행운유수 (行 雲 流 水). 유유자적 (悠 悠 自 適). 빡빡한 도시생활을 탈출해서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가 되고 싶다. 일제시대때 지은 시라고 논란이 있지만 그당시에는 백성들이 인정이 없었나 뭐.
박목월시인이 남도의 강을 건너면서 이런 시를 지었으리라. 나는 박목월과 똑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런 짧은 시 한편은 소설책보다도 더 가슴에 찐한 감동을 던져준다. 근래 시들의 대부분은 거의 말장난이더구만요. 황당해서. 내가 수준이하여서 그런가. 수준높은 시인여러분, 말장난 좀 하지 맙시다. 우리 같은 수준 낮은 사람들 생각하면서 시를 좀 써 주세요.
'나그네' 시를 보니 술 생각이 절로 난다. 예전에 찌그러진 노란색 양철주전자 아시죠. 사발대접에 막걸리 콸콸 쏟아부어 한잔 들이키면 쥑이는데. 김치안주에. 이헌태 니도 쥑인다는 표현을 쓰네.
"자연 속에 살고 싶어라". 동양에서는 무릉도원, 서양에서는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는 원래페르시아어 '피르다우스'에서 유래. 정원이란 뜻이다. 즉 '에덴의 동산' 이라고나 할까. 만경강 강어귀마을 이곳이 바로 파라다이스, 저녁에 밥짓느라 굴뚝으로부터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날아가는 정경, 인심이 철철 넘쳐흐를 것 같은 정겨운 농촌, 호젓하고 조용하고 풍요로운 마을에 살고 싶은게 도시인들의 한결 같은 소망이다. '결혼 권태기'도 있고 고시생들의 '고시 권태기'도 있고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도시 권태기' 도 있다. '부모 권태기' '자식 권태기'가 있다고요. 인간도 아니구만.
또 독실한 종교신자가 자신이 믿는 신이 갑자기 의심되는 '종교 권태기'도 있다. 사는 게 권태로워 생명을 끊을려고 하는 무리들도 있다. 제가 기자시절에 국회의원들 가운데 권태기를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처음에 국회의원이 되면 국가와 사회, 국민을 위해 입법활동도 하고 대단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당지도부가 시키는대로 해야하다보니 무력감을 절감한다. 흔히 " 내가 이런 국회의원 하려고 그렇게 고생했나"라며 후회막심이다. 물론 국회의원하다 보면 그 나름대로 재미는 있다. "의원님 의원님"하면서 굽신굽신하는 사람들은 크게 줄어졌지만 그래도 어디 나가도 번듯한 대접은 받는다. 한국의 현실에서는 '폼 재는' 국회의원하다가 보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선거철이 돌아오면 다시 출마한다고 분주하다. 꼭 험한 꼬라지 당하고 나서야 정계를 떠나더라구요. 스스로 떠나는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그래서 '정치가 마약' 이라고하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으니.
국민들이야 알수가 없지만 대통령도 권태기가 있을 것같아요. 대통령이 되면 영광도 크지만 그 비례로 사사건건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프다. 또 대통령 업무가 일상화되다 보면 따분해지기도 하고. 저도 결혼하고나서 13평 살다가 17평 사니까 대궐 같더라구요. 다시 33평으로 오니 그렇게 넓더라구요. 지금은 넓은 줄도 몰라요. 처음에는 굉장해도 나중에는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죠. 대통령으로서 권태기라고 말하면 큰일나죠. 그것은 '국가 극비보안 사항'이죠. 하느님이나 부처님 같은 신들은 권태기가 없을까. 절대로 없지. 바로 절대진리이며 절대순수이기때문이다. 창조한 인간들이 쉬원찮을 때는 짜증나실 때는 있겠지 뭐.
권태기도 많기는 많구만, 당연 인간이니까. 단조로움과 레코더 테이프같은 반복됨은 재미가 없으니까. 부처님은 설산에서 6년, 달마스님은 면벽수도한지 9년을 어떻게 버텼을까. 우리나라 선승들도 절안 한군데서만 20-30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참 신기하다. 사기나 도둑, 노름 같은 나쁜 짓을 하다가 권태기 오는 것은 좋지않을까요. 권태기는 안동 권씨인가 무슨 권씨인가. 이헌태 억지로 말 만들지마라. 억지가 아니고요, 국민학교때 권태기라는 학생이 있어서 주변의 놀림감이 되었구요. 기자시절에 법원에 가보니 '우동집'이라는 사람이 개명신고를 했더라구요. 이름만 부르면 이상한 게 없느데 성하고 같이 부르니. 저도 어릴 때 선생님들께서 "왜 새태라고 짓지않고 헌태"라고 지었느냐는 놀림을 많이 당했어요.
이처럼 호남지역의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다. '자연속의 인간'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그러니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당대의 기라성 같은 선비들이 유배온 게 아니고 낙원에 온 것이다. 돈 주고 와야 할 판에 공짜로 왔으니.
옛날 권력자들은 정적들을 유배 보내면서 너무 너무 좋은 데로 보냈으니 머리가 나빠도 한참 나쁘다. 이조시대 때만해도 교통때문인지 강원도나 제주도가 유배의 땅인데 요즘에 와서는 그곳에 못 가서 안달이다. 경치가 수려한 곳에 유배가서 좋고, 맑고 깨끗한 공기 마시며건강을 찾아서 좋고, 한가하게 학문을 연마해서 좋고. 그래서 그런지 대게 유배가서 큰 학문적 업적을 쌓더라구요. 너무나 고생스런 '유배'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건배'로구먼.
제주도에 친한 친구가 있다, 제주일보의 현창국 기자라고 나의 둘도 없는 친구다. 나와 의형제를 맺었다. 늙으면 제주도에 와서 같이 살자는 놈이다. 키도 훨칠하고 인간성은 그만이고 나보다 훨씬 괜찮은 놈이다. 나 스스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진실은 진실이니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와 비슷한 말을 했죠.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 닭모가지를 비틀면 새벽이 오긴 오지만 닭이 죽기 때문에 닭모가지를 비틀지 맙시다. 잉, 또 다른 관점이네. '생명존중사상'. 왜 갑자기 이 말이 나오냐구요. 그냥. 살다보면 '그냥'도 있어야 재미있지. 원인과 이유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딱딱 나오고 논리가 철두철미하면 무미건조한 세상이지. 살다 보니 나보다 괜찮은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 돈벌고 돈모으는 것만 빼고. 현창국 파이팅. 각설하고.
예전에 1997년도인가 외환위기가 났을 때 농담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판 것처럼 제주도를 미국에 팔았뿌라. 그것 판다고 미국 앞바다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것만 팔면 달러가 들어와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어 온 국민이 편하다"고 말했다. 사이판이나 괌에도 가봤지만 제주도만한 아름다운 섬이 전 세계에 별로 없거든요. 따라서 비싼 값에 팔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놈은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말라" 고 펄펄뛰었다.
이친구에게 자주 하는말, "니는 나보다 부모로부터 재산 3억원을 더 상속받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라"고. "니는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해서 제주도 같은 그런 낙원에 태어났냐. 조상을 잘 만났어". 잉, 이헌태 조상욕을 하다니. 조상탓을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요. 다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착륙할 때 창밖에 비친 제주도가 너무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서요. 우리는 일년에 한번 갈까 말까한 곳을 아에 눌러앉아 살고 있으니까 부러워서 한 말이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는 사실 제주도나 강원, 부산에 비하면 볼게 별로 없다. 고향에 한번씩 내려가도 자연으로부터 느끼는 감흥은 빵점이다. 겨우 팔공산이라고 있어 위안을 주지만 억지로 찾아가야한다. 갓바위에 가면 특히 부산사람들이 자녀 대학합격을 기원하기위해 만원이다. 고향욕한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사실은 사실이니까. 태어난 땅, 태어나게 해준 핏줄, 소위 인간의 기본 속성인 지연과 혈연, 이헌태 조상탓하고 고향푸념하고 아주 한꺼번에 패키지로 불평이구나.
니 그런 식으로 불평하면 다음 세상에 먹을 것도 없는 동토의 땅,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는 늑대나 지글지글 끓어대는 열사의 나라 사하라 사막에 사는 뱀으로 태어나게 해줄까. 아닙니다, 4계절이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구에서 조상님들의 축복을 받아 건강한 가정에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휴 살았다. 불평했다가 자칫 더 나쁘게 다시 태어날 뻔했다. 만족하면서 살아야지. 하기야 나중에라도 제주도나 강원도에 들어가 살면 되지. 그게 정답이네. 누가 그런 곳에 산다고 몽둥이로 때리거나 감옥소에 쳐넣을 사람 있나. 가서 살면 되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습니다. 맞다. 나중에 제주도나 강원도에 가서 살아야지.
이어 김제가 나왔다. 커다란 입간판에 '지평선의 고장, 김제. 지평선 쌀. 2년연속 대상수상'이라고 큼직막하게 적혀 있었다. 사방이 논이었다. 이것을 평야지대라고 하는구나. 집들도 경기도에서 본 둔덕옆이나 위에 있는게 아니고 땅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평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다의 수평선, 구름의 운평선, 땅의 지평선, 갯벌의 갯평선 등등 평선이 많구나. 한국의 땅이 얼마나 좁았으면 지평선도 자랑이라고 내걸렸나. 중국의 지평선하고 비교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데. 일제때 신작로가 가장 먼저 난데가 군산-전주간 도로였다네요. 이유는 아시겠죠. 곡창지대의 쌀을 마구마구 가져갈려고. 나쁜 놈들.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들, 드문드문 점점으로 박혀있는 집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경치에 넋을 잃고 계속 달렸다. 김제와 부안사이에는 동진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만경강어귀처럼 너무 멋졌다. 한참 달리다 보니 부안시에서 세운 '노을과 새만금의 변산반도'라는 홍보간판이 서있었다. 변산반도야 국립공원이니까 당연 홍보할만 하고 또 노을도 자랑중의 자랑이지만 새만금간척사업은 중단해야하는데 뭐 자랑이라고 새만금이라고 저렇게 내세우나. 여기서 새만금이라하면 간척사업이 아니라 새만금갯벌이라구요. 어느 새만금인지 헷가리게 하면서 얼렁뚱당 넘어갈려고. 새만금갯벌인지 새만금간척공사인지 확실히 구분합시다. 감추고 싶고 구린게 있어서 그런가.
저녁 7시 10분쯤 부안 톨게이트에 도착했다. 날이 아직 어둑어둑해지기 직전이었다. 인근 고창에서 돼지콜레라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니 나오는 차를 분무기로 소독하고 있었다. 내 차도 공장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독을 당했다.
부안 시내에서 허정균선배와 조우했다. 허선배는 하루전날 미리 이곳에 내려왔다. '죽음의 방조제를 생명의 갯벌로'. 새만금사업 반대행사가 있어서. 김경일 교무,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 문규현 신부등 원불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4대종단을 대표하는 성직자들이 28일 어제, 새만금 간척공사 현장인 해창 장승벌에 모여 서울까지 700리 길에 이르는 3보1배 기도수행에 나선 것이다. 또 베트남출신 틱낫한 스님도 이행사가 끝난 뒤 강연과 함께 새만금갯벌위에서 '걷기명상'을 진행했다. 새만금갯벌보존운동이 세계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이다.
'농발개'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수경스님 말씀, "3보, 즉 세 걸음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탐.진.치(貪:욕심 嗔:성냄 痴:어리석음) 3독을 극복하자는 상징행위이며, 이어 대지에 엎드려 올리는 한 차례의 절은 생명경시에 대해, 책임 없다 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참회를 촉구하고, 또한 그 참회의 몸짓을 스스로 시민들과 함께 체험하기 위해서입니다." '3보 1배' . 세번 걸어가고 한번 절하고 얼마나 힘들겠노. 언제 서울까지 갈려나. 고생 좀 하십시오. 좋은 결과가 있겠죠.
부안은 몇 년전에 내 절친한 친구하고 두가족이 모두 부안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시내길들이 기억에 다시 살아났다. 그때 부안이 좋은 인상을 남겼다. 나중에 설명을 차차할께요. 왜 그랬는지. 허선배는 대뜸 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바다에서 바로 잡아온 싱싱한 쭈꾸미를 샀다. 4만 5천원어찌를 샀는데 양이 20명 정도도 먹을 수 있는 만큼 너무 푸짐했다.
그것을 사들고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란 단체의 대표인 신형록씨(38)의 집을 방문했다. 들녘 한가운데 놓인 마을에 집이 있었다. 농가들이 너른 들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산재되어있었다. 경상도지역과 달랐다. 환경동아리 대학생들과 대구에서 온 환경단체간부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날 우리가 사온 쭈꾸미 요리가 별미였다. 알이 가득찬 대가리가 특히 인기가 있었다. 속에 찹살을 넣었다고 속였는데 속아 넘어갈 정도로 맛이 비슷했다. 모두들 저녁을 포식해서 그런지 잘 먹지 않았다. 삶아 익힌 것은 그래도 먹었는데 생쭈꾸미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초장에 찍어 한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부드럽고 담백했다. 일품이었다. 나도 직전에 김치하나만으로 촌밥을 맛있게 먹었다. 참 이상하지, 촌에 오면 밥도 김치도 맛있으니.
저녁 9시를 넘겨 나는 허선배와 함께 허선배의 형님이 사는 집으로 갔다. 다 쓰러져 가는 집을 리모델링해서 잘 활용하고 있었다. 공사를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었다. 허철희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분은 향토 부안의 얘기를 기록하는 사진작가 겸 향토학자였는데 방안이 컴퓨터와 많은 책들로 가득차 뭔가 기인이 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황토방이었다. 이분이 밖에 가서 부안에서만 거의 잡히는 백합조개를 어렵게 사오셔서 직접 칼로 따주셨다. 희멀건 조개물, 졸깃졸깃 조개살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상상이 가십니까. 조상들이 황달에 걸리면 이 조개를 많이 먹었다네요. 간에 특히 특효가 크다고 하네요. 백합을 안주삼아 소주를 몇 병 깠다.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분노와 이를 저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서로 주고 받다가 새벽 2시쯤 잤다. 황토방이 슬슬 끓었다.
30일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술을 늦게까지 마셨는데도 일찍 일어났다. 담배를 끊고 나타난 증상이다. 증상은 나쁜 말인데. 그러면 효과로 바꾸든지. 아무리 과음해도 아침 일찍 기상한다. 그만큼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이고 금연은 몸에 매우 좋다는 반증이다. 깨어났음에도 2시간 동안 뒤척 뒤척거렸다.텔레비전에서는 이라크전쟁속보가 계속 보도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평화롭게 지내는데 저쪽은 생과 사를 오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누구는 한국에 태어나고 누구는 수십년간 전쟁이 지속되는 이라크에 태어나고, 신이시여. 왜 그런가요.
TV가 참 요상한 물건이다. 이것이 인류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만든 물건이라는 생각이 미쳤다. 뭐든지 눈으로 보니까. 분노가 일든지 감동이 일든지. 인간에게 있어 눈으로 보고 확인한다는 것은 인식과 실천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오직 했으면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했을까. 지금까지 TV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가지, 극장이 늘 만원이었겠지 뭐. 너무 간단한 답변이다. 그런 것 생각해서 뭐하나. 머리만 아프지. 맞습니다,맞고요.
그런데 '보다' 중에 가장 최고의 '보다'가 뭔 줄 아시죠. 제가 식도락가여서 그런지 '맛 보다'입니다. 맛은 어떻게 보나. 현미경으로 보나. 먹는 것보면 환장인 사람 내지 맛있는 음식만 보면 환장인 사람에게는 '보다'가 '붓다'이겠네. 요즘 먹는 것찾아 삼만리하며 인생의 낙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모 간장선전 씨엠송아시죠. "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xx간장. 빛깔을 보세요 향긋한 냄새 입맛을 돋오는 xx간장." 여기는 '보다'와 '맛보다'는 확실히 구분했네. '맛보다'가 '보다'보다 한수위네. 비교하는 '보다'도 있네. 한국말 이 참 신기하네. 외국사람들은 한글은 워낙 과학적이라서 배우기는 쉬운데 말배우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맛보다'를 볼 때 혓바닥에도 눈이 달렸겠지뭐.
허선배 형님과 또 서울에서 내려온 웬 처자분하고 네 명이 변산반도쪽으로 가서 바지락죽을 사먹었다. 해장죽이다. 숲속에 있는 그 식당 주위에는 수피가 붉은 색을 띤 장대 같이 가느다랗고 긴 소나무가 무성했다. 경복궁을 지을 때 이 지역의 소나무가 이용되었을 정도로 좋은 나무였고 정부에서 특별관리까지 했다고 한다. 요즘이야 모래나 시멘트로 건물을 짓지만 예전에는 나무였구만. 당시 대형목재소가 현대의 대형시멘트회사구먼. 500년후에는 뭘로 집을 지을까. 궁금하다. 시멘트와 모래는 아닐 것같은데. 인류사에 있어 최근 10년간의 변화가 과거 1천년간의 변화에 버금갈 것같다고 본다면. 상상도 못한 희한한 소재로 집을 지을 것같군요.
여기서 고발하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을 벌려고 모래를 너무 파내면서 자연이 완전 망가지고 있어요. 제가 존경하는 한 선배가 경기도 청평댐안 강변에서 연수원겸 산장을 운영하는데 10여년 전만해도 강변은 은빛 모래사장으로 덮혀있어 너무 아름다웠다고 하네요. 춘천시가 돈에 눈이 어두어 청평댐안 강변을 따라 모래를 너무 파내는 바람에 지금은 그 추억의 모래사장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고 기슭이 다 파헤쳐졌을 뿐 아니라 강물도 혼탁해졌다고 하네요. 춘천시에다가 얘기해도 '소귀에 경읽기' 라고 하네요. 아니 '안하무인'이래요. 지방자치단체가 몇 푼번다고 어떻게 천혜의 비경을 그렇게 훼손할 수 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춘천시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것같아요. 춘천에 천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 천한 것들인 모양이에요. 개그콘서트의 세바스찬의 말, "천한 것들이" 모래 팔아서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중에 지옥가서 판 모래만큼 먹는 벌받아라.
허선배와 나는 그분들과 헤어져서 새만금갯벌을 파괴하고 있는 제1방조제 위를 차로 달렸다. 어머어마한 규모였다. 단군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고 했다니. 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해안, 미국과 캐나다의 해안, 아마존강 하류지역을 포함해서 세계5대 갯벌중의 하나인 새만금갯벌이 죽어가고 있었다. 10년동안 28.5킬로미터의 방조제가 건설되었다. 넘치고 넘쳤던 조개, 생선 그 수많은 생명들이 졸지에 초상을 당했으니. 지구의 많은 나라 가운데 우리에게만 은총을 준 이 갯벌을 일부러 부수고 있으니, 바보 아냐. 바보가 아니라 원수지 원수.
30여년 전만해도 식량생산이 국가의 큰 목표였기 때문에 간척사업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쌀도 재고가 넘치고 "환경이 삶"이라는 구호가 뒤덮고 있는 세상에 간척이라니, 정신나간 짓이다. 그래서인지 새만금간척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이 농지를 조성한다 했다가 또 대규모 공단을 만든다느니 생태공원을 만드느니 자꾸 빙빙 둘러대고 있다고 한다. 나라곳곳마다 크게 지은 공단이 텅텅 비어서 난리인데 왜 하필 세계적인 명성의 갯벌에 공단을 만들려고 하는지, 또 생태공원은 무슨 생태공원, 갯벌 그 자체가 생태공원인데. 보글보글 끓고 있던 생태찌게 속의 생태가 기가 막혀 폴짝 폴짝 뛸 노릇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간척사업을 빨리 포기해야지. 미련스럽게 계속 추진하고 있다니. 하기야 소식을 들어보니 미련한 것은 아니더라구요. 똑똑하더구만. 무슨 소리냐구요. 그래야 매년 수척억원의 돈이 떨어지거든요. 조상들로부터 귀하게 받았고 후손에게 귀하게 물려줄 갯벌이 파괴되든 말든 내만 배부르면 된다는 발상인데, 나중에 큰 벌 받을 거에요. 그렇게 돈 번 사람들은 꼭 가정에 불행한 일이 있더라구요.
하기야 나쁜 짓 하다가도 죽을 때까지도 잘 먹고 잘 산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또 유식한 채 한번 해보겠습니다. 일명 이헌태식 분류법, 1)나쁜 짓한 놈이 죽을 때까지 평생 잘 먹고 잘 산다 2) 나쁜 짓한 놈이 벌 받아서 결국 비참하게 망한다. 3) 착한 일한 사람이 복을 받아 평생 잘 산다 4) 착한 사람이 복은 커녕 거꾸로 힘들게 살다가 죽는다 5) 나쁜 짓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잘 먹고 잘 사는 데는 별 관계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6)기타
사마천의 사기는 '백이열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천도무친 상여선인 (天道無親 常 與善人)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부질없이 하늘에 기대하고 있는 말이다. 이 말대로 한다면 선인은 언제나 번영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나 잘 되질 않는다. 백이, 숙제가 인을 쌓고 행실을 깨끗이 했지만 그들은 아사하고 말았다. 또한 공자의 칠십명의 고제(뛰어난 제자)가운데 진심으로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한 것은 안연 오직 한사람이었지만 그는 집이 가난하고 불우하여 영양실조에 걸려 젊어서 죽고 말았다. 이래도 하늘이 선인의 편을 든다고 말할 수 있느냐. 또 저 유명한 악당인 (중국최고의 도적) 도척은 죄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고 인육으로 회나 포를 뜰 정도로 갖은 악행을 일삼았고 수천명에 달하는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는데도 장수를 누렸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덕을 쌓았기때문이냐. ---조금 주의해서 보면은 품행도 단정치 못한 채 사회의 질서를 문란케하면서 일평생 안락하고 재산을 자자손손에게 전해주는 자도 적지않은 반면에 항상 몸가짐이 공겸하고 올바른 길만을 걸으면서도 재화(災禍)의 도가니속을 헤매는 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것 저것을 통찰하여 볼 때 여기에 중대한 의문이 남는다. 천도시(天道 是)냐 비(非)냐" 라고 주장했다. 사마천은 '백이열전'에서 '천도시냐 비냐'라며 하늘을 의심하는 비통한 말을 남겼다.
하기야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공자님이 살아계셨을 당시, 설교나 설법을 하실 때는 고향에서 환영을 받지 못했라구요. 다 고행과 고난의 길이었죠. 사후에 인류의 영원한 등불이 되셨지만.
사마천의 얘기는 세월이 2100년이 지난 지금도 딱 들어맞구만. 남의 가슴에 못질하고 나쁜 짓해서 돈번 놈들이 망해야 되는데 오히려 더 큰소리치고 위세등등, 떵떵거리며 살고 있으니 눈이 뒤집어지지. 죽은 후에 봅시다. 사후세계가 없어서 벌받지 않으면 억울한데. 사후세계가 있다고 보자구요. 알겠습니다. 또 죽기전이라도 나쁜 짓하면 마음이 편하겠어요. 마음고생하다가 죽겠지 뭐. 남이사 어떻든, 내만 마음 편하게 먹고 착하게 살면되지 뭐. 남일에 신경쓸 것 뭐 있어. 내만 잘하면 되지. 맞죠. 맞습니다, 맞고요.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장국영' 이라는 아시아 최고의 스타가 자살을 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너무 멋진 배우였는데. 자실이유가 동성애때문으로 알려졌지만, 하여튼 인생에서 기쁨을 얻지 못했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는 유언에서 "평생 나는 나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나"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헌태식 분류법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돈과 명예, 사랑 그가 받은 속세적 복은 너무나 컸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불행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나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장국영이 올해 초 출연한 영화 '이도공간' (異 度 空 間) 에서 빌딩에서 자살하는 정신과 의사역할을 맡았는데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것 아닌가. 얼마전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 기억이 나시죠. 영화평론가인 대학선배에 따르면 지하철 그 객차안에 영화광만 있었다면 범인이 라이트를 만지작 하는 모습만 봐도 지하철에 불을 지르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고 바로 저지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온국민이 영화에 깊이 빠졌으면 막을 수 있는 사건이라구요. 그러다가 영화장면을 모방해서 자살과 범죄가 난무하면 어떻게 하죠. 모르겠다구요. 정답은 "영화를 많이 보더라도 현실과 착각하지 맙시다"
나와 허선배는 인근에 있는 계화산에 오르기 위해 계화면 계화리로 갔다. 박정희대통령때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간척땅위에 형성된 넓은 평야지대에서는 질좋은 쌀이 생산된다고 한다. 박통(흔히 박통으로 말하잖아요) 때는 간척사업을 해도 바다로 흘러나오는 강을 막아서 생태계를 교란시키지는 않고 깊숙히 들어간 곳을 메웠다고 하네요.
박통이 다시 회생한다면 새만금 갯벌을 보존하도록 지시할 것같아요. 박정희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힌 '개발독재'를 했지만 국가경영전략은 괜찮았죠. 실제로 환경보존운동과 나무심기운동은 박통이 시작한 것이죠. '개발독재'가 당시에는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 마찬가지로 새만금방조제사업은 어림도 없는 소리.
환경운동을 통해 인류가 하나가 될 수 있다. 지구적 차원의 환경위기는 특정국가, 특정인종, 특정계층에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고 너나 할 것없이 전인류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환경위기를 소리높여 외치는 것이야말로 인류를 단결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최근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불교나 도나 선, 생명사상이 각광을 받는 것같더라구요. "물 만났구만". 인류단결을 위해서 환경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이라구요. 참 기가막혀. 폐수를 자꾸 버리면 환경이 더욱 오염되어서 인류가 더욱 단결하겠네. 말장난해서 죄송합니다.
어떤 분들은 외계인을 등장시키면 인류가 똘똘 뭉친다고 하네요. 개봉되고 있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처럼. 이 분에 따르면 외계인이 나타나는 그 순간 인간은 인종과 民族간 다툼을 그만둘 것이고 '지구인'이라는 동질적 정체성을 공유할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미국의 NASA는 UFO(미확인비행물체)를 만들어 수시로 지구의 저녁 하늘에 띄우고 CIA는 헐리우드의 소품담당자들과 합작해서 불에 타거나 그슬려진 아주 교묘히 제작된 고무인형을 외계인의 시체인양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더라구요. 어떻게 될까. 과연 인간이 뭉칠까. 아니면 더욱 혼란에 빠지나.
인간들이여 외계인들이 오기전에 싸우지 말고 지구를 잘 보존하면서 행복하게 삽시다. 꼭 외계인들이 들이닥쳐 더러운 꼬라지 당하지 말고. 한국도 1997년에 환난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대응을 했어야하는데 환난을 겪고난 뒤 험한 꼴을 봤지 뭐. 거리에 실업자가 나뒹굴고 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 헐값에 막 팔리고.
계화리로 들어가 '양지 경노당' 앞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입구 우물앞에 아주머니 한분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우물, 얼마만에 보는 추억어린 정물인가. 어릴 때 우리집 마당안에 우물이 있었는데. 그 우물속 물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재미있게 놀던 그때가 아련히 되살아난다. 빠지기도 했고. 아주머니 말로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라며 마시기를 권해 추억의 뚜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마셨다. 물맛이 꿀맛이다. "이게 바로 그 물맛이야" 수백만년 맛있는 물을 불과 몇 십년만에 죽여버린 인간들, 나중에 벌받겠지.
계단이 만들어진 이 산행코스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산은 소나무로 빽빽하게 덮여있었다. 봄기운이 완연했다. 대지에는 잡초들이 푸른색을 수놓았고 자그마한 노랑나비가 너훌너훌 날아가고 있었다. 산보하는 기분으로 힘들지 않게 정상에 도착했다. 산을 다니면서 흰색눈과 갈색의 흙, 초록색의 나무를 제외하고 노란 칼라색을 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서서히 다채롭고 화려한 색깔로 자연이 채색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흑백TV'에서 '칼라TV'처럼 '흑백자연'에서 '칼라자연'으로.
한국의 각 계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봄, 꽃피고 새우는. 여름, 녹음방초 우거진. 가을, 온산마다 불타는 낙엽.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도 있나. 그런데 봄은 내가 볼 때 엑스터시, 환희와 절정이다. 생명이 대폭발하는 때다. 여기서도 꽝, 저기서도 꽝, 꽝꽝꽝. 봄은 생명의 감동을 연출한다. 꽃은 지는 것도 아름답지만 역시 피는 것이 더 아름답다. 올해 봄은 백두대간종주를 시작하고 나서 첫 봄이어서인지 하루하루의 변화를 지켜봤고 자연의 그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소생하는 풀과 나무를 보면서 인생의 환희를 느끼고 있다. 그것도 공짜로.
13세기 일본 조동종을 창건한 '도젠선사'의 '봄'은 예술이죠. "봄을 그리려함에 / 버드나무나 복숭아꽃, 살구꽃을 그리지 말지니 / 그저 봄만을 그려라" 너무 멋있지 않으세요. 봄의 기운과 향기, 봄의 생명은 어떻게 그리나요. 나중에 그 방법을 가르쳐드릴께요.
정상에 올라가니 넓은 터 한가운데 봉수대가 삐쭉 솟아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탄성이 절로 내질러졌다. 한쪽은 바다. 바다쪽은 끝없이 펼쳐져있고 넘실대는 파란 물결, 한쪽은 변산반도. 군립공원도 아니고 도립공원도 아니고 국립공원이니 찬사를 늘어놓으면 입만 아프다. 용이 하늘을 날기위해 웅크리고 있는 그 웅장한 모습으로 해안가에 빠짝 붙어있다. 한쪽은 육지. 드넓은 평야지대. 항공기로 농약을 살포한다고 하니 저 곳을 사람이 걸어가면 몇날이 걸리지 않을까. 한쪽은 강어귀. 오늘의 하이라이트. 저멀리 군산공황 활주로가 보이고 또 군산과 김제 사이를 흐르는 만경강, 김제와 부안 사이를 흐르는 동진강의 어귀가 살포시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의 어느 땅에서 이 같은 다채로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겠는가. 화려한 교향곡을 음미하는 착각에 빠졌다. 어떤 지역은 강이면 강,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땅이면 땅,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축복, 축복이라며 감격해 했을텐데. 이 부안의 계화산에서 본 주변의 장관은 4개 동시 패션쇼를 연출했다. 전국을 다 돌아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자연 종합판'을 본 적은 없다. 분명 하늘이 내려준 땅이다. 부안 사람들은 좋겠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나. 이곳 사람들도 내가 보기에 나보다 대략 3억원의 상속을 더 받고 태어났다. 10여년전만해도 경운기를 타고 갯벌에 들어가 조개나 쭈꾸미를 산더미처럼 채취해서 나오곤 했다는데 이것이 사라져서. 새만금간척공사, 또 열받네, 성질나네.
이헌태, 열받지 마라, 열받으면 니만 손해지. 핏대 세우면 몸에 해롭지. 하기야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는게 암을 비롯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네요. 귀따갑게 들어 이제 다 아시죠. 건강비법 몇가지 르쳐드릴께요.
첫째, 전두환 전대통령의 건강유지법. 기자시절에 새배풍경을 취재하러갔더니 하객들에게 세배돈은 못주고 덕담한마디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남에 대한 증오와 미움의 감정을 100에서 출발해서 자꾸 내리면 건강해진다네요. 인간이다보니 30이나 40까지밖에 줄일 수 없지만.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노태우전대통령을 일컬었는지는 몰라도) 보기싫은 사람 안보면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모인 사람들이 모두 깔깔 웃어댔지만. 이와 비슷한 달라이라마의 비법. 평소 10분간 화를 내었다면 다음엔 그것을 8분으로 줄이고 다음에 5분 그런 식으로 나가면 결국 사라지게 된다고 하네요. 이것은 쉽지않을 것같네요.
둘째, 고대 티베트밀교의 '사자의 포효'비법. 분노나 성욕, 증오가 불타오르면 티베트승려들은 거울앞에 앉아서 사자처럼 으르렁대며 울부짖었다고 하네요. 사자처럼 몰입하는 거죠. 그 순간 눈녹듯이 사라진다고 하네요. 안의 감정을 밖으로 모두 쏟아내는 거죠. 최고의 카타르시스죠. 화가 나면 난리를 치면서 화를 푸는 방법인가. 그래야 속이 쉬원한가. 혹시 소리를 지르며 발광을 치다가 옆에 물건 다 깨뜨리지 말고. 명심할 것은 '사자의 포효'방법은 거울앞에서 혼자 소리지르는 것입니다. 정확히 아세요. 이 방법도 실천하다가는 옆에 사람 짜증나겠구만. 골방에서 혼자 하세요. 이헌태처럼 화 잘 안내고 살수 없나. 꼭 이렇게 해야하나.
하여튼 화내지 맙시다. 화는 바보, 천치들이 내는 거죠. 몸에 해롭다는데 자청해서 해롭게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즉 자해할 이유가 어디있습니까. 이헌태, 나는 외롭고 슬프고 화나도 굳굳이 혼자 간다. 무소의 뿔처럼, 캔디처럼. 무슨 소리하냐.
틱낫한스님이 쓴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부제가 붙은 '화'란 책을 아시죠. 이 책을 잠깐 소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미움, 두려움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며 이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라고 하는데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라고 강조했어요. 틱낫한스님은 '화'를 칭얼대는 아이와 익혀 먹어야할 감자에 비유했더라구요. 울고 있는 아이처럼 보듬고 달래야하며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당장 분출하기보다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화는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일상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일이 원인이 된다고 하네요.
여러가지 방법을 소개했는데. 모르겠다. 이헌태가 화 참는 법. "성질 죽이고 살자. 화내면 지만 손해지. 사지육신이 멀쩡하니 너무 너무 행복하다". 나같이 착한 사람이 화내지 않고 살려고 하니 간혹 속이 터질 때도 있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더라구요. " 온순한 것은 불편하게 살다가 스스로 죽는다". 참 맞는 말같더라구요.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군요. 하여튼 부안이 파라다이스죠. 에덴의 동산. 인류가 가장 먼저 태어나고 산 지역. 놀라지 마세요. 탄화볍씨가 부안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다고해요. 낙원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요. 선조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죠. 가장 살기 좋고 경치 좋은데 정착하지 않겠어요. 부안이 바로 그곳이래요.
일단 부안에서 탄화볍씨화석이 나왔는데 일본의 것보다 훨씬 앞섰다고 하네요. 이는 논농사가 일찍 시작되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고 이것은 논농사문명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일본이 우리에게 벼농사를 전해주었다고 떠들었던 모양이다. 질문하나. 한일간에는 왜 그렇게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일이 많은지.
백제시대때는 우리가 일본보다 정말 잘 나갔지만 근세에 들어와서는 우리가 한참 뒤졌는데.세상은 늘 변하는데, 예전에 잘났다면 누가 상주나. 참 한심한 인간들. 이제라도 싸우지 말고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야지. 일본도 그렇지, 이 넓은 지구상에 자기들이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 왜 그렇게 모질게 하는지. 일제때 그토록 나쁜 짓 했으면 반성하고 미안하다 깨끗하게 잘못빌고 넘어가면 되지. 짜식들. 그러니 '좀쌩이'들이라고, 좀 더 나아가볼까요, '쪽발이'들이라고 하지. 한국사람들도 일제시대때 너무 매달리지 말고 대범하고 대국적으로 나아갑시다. 이제부터 싸우지 말라. 국민여러분 동생과 형을 구분하는 법 아세요. 제가 만들었는데요. '대드는 놈이 동생이고 포용하는 놈은 형'이죠. 꼭 북한과 남한같아요. 형이 좀 잘 살면 동생을 도와줘야지.
인류가 가장 먼저 정착하고 문화를 활짝 꽃피웠던 고대문명의 발원지 아시죠. 이집트의 나일강, 이라크의 티크리스 유프라테스강, 인도의 인더스강, 중국의 황화강. 그런데 지금은 왜 그렇게 한결같이 몰락했는지. 중국은 소생하는 용이지만. 나머지는 꽝이에요. 이라크는 아주 화끈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같아요. 화투칠 때 좋은 표현이 있잖아요. "초반 끗빨 개 끗빨"이라구.
문화의 발상지 4대강의 전성기도 진짜 강처럼 흘러가고 템즈강의 대영제국, 센강의 대불제국, 한강의 대한제국. 잉. 대영제국, 대로마제국처럼 우리도 한때 대한제국이 있었네. 그때는 망하기 직전의 나라라구요. 알겠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대'자만 붙었길래.
4대문명에서 탄생된 자연과 우주, 인간을 연구한 사상과 철학이 중세후에 발달된 서양의 과학에 밀려서 그렇다구요. 하기야 4대문명이 사실 기초가 탄탄했죠. 도시국가가 처음 출현했고 문자가 탄생되고 종교가 탄생되고 인류문명의 핵심은 다 그때 창조되었죠. 지금 서양의 과학기술은 그때와 비교하면 자잔하고 테크닉한 기술들이죠. '지혜'와 '지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결국 나중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요. 제가 뭐 압니까. "화투는 끝나서 일어설 때 보자구요. 이제 인류가 문명을 일구고 산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알겠습니다.
인류가 망하기 전까지 수십만년의 인류역사가 남아있다고요. 제가 뭐 압니까. 백년 후에 거들날 지 ,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오래 못 갈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수천만년 더 오래 버틸지. 하여튼 인류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아있는게 대충 3천년 정도라고 하니, 갈 길에 비해 온 길은 시작도 안했구먼. 의미부여를 세게하는 사람들은 천년이 바뀔 때 현장을 구경한 사람들도 큰 복이라구 하더라구요. 이헌태도 '뉴밀레니엄'이라는 구호를 경험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부안은 '한국의 파라다이스'죠. 우리나라에서 산물, 먹거리가 가장 풍부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자연경관에다가 먹을 것까지. 그러면 원더풀이지뭐. 부안군청에서 홍보를 잘 한다고 상줄라. 하는 김에 화끈하게 더 홍보해 드릴께요. 변산 해수욕장, 채석강, 내소사, 위도도 유명하다네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천헤의 고장"입니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자기의 생산지로서 찬란한 문화고장이라고 하네요. 다양한 먹거리와 훈훈한 인심은 그만이구요. 하나더 홍보할께요. 한국에서 흑미가 최고래요. 흑미를 넣어 밥해 먹어보니 색깔도 좋고 밥맛도 그만이더라고요.
눈에 딱하나 걸리네요. 바다 저멀리 길게 이어진 흰띠. 바로 저 먼 바다를 빙 둘며 막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 기가 막힌다. 천혜의 땅 부안, 하늘이 이렇게 준 선물인 부안을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무너뜨릴 수 있나. 이 간척사업으로 해마다 갯벌 천지에 늘려있던 조개들이 이제 거의 사라지고 있다니, 이 무슨 대량 살육행위인가. 전쟁보다 더 나쁜 생명에 대한 살육행위다.
허선배와 나는 계화산 정상에서 새만금간척공사에 대한 분노를 재확인하며 하산했다. 바로 인근 구암리로 가서 고인돌이 모여있는 곳에 들렀다. 청동기시대의 지석묘 13기가 군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방식 고인돌이라고 한다. 가정집 안팎에 고인돌이 놓여있었는데 이상한 돌이라고 소문이 난 뒤 1963년 고고학자의 귀에 들어가 결국 고대 유물로 평가받고 최근 그 집을 철거시켜 보존을 하고 있단다. 그 집사람은 그 고인돌 위에 빨래도 말리고 막걸리도 마셨을 것이다. 그 집에 살던 사람은 '돌' 때문에 쫓겨났구만. 그래도 역사의 현장인데. 쫒겨나도 좋지 뭐. 안내원의 홍보자료에는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돌은 영원불멸의 상징이었다"고 적혀있었다. 돌도 엄연한 문화유산이니까. 앞으로 돌대가리, 돌쌍놈, 돌이란 말을 넣어 남을 욕하지는 말아야지.
허선배는 고인돌 현장을 보더니 흥분했다. 몇해전 모습하고 완전 다르다는 것이다. 집을 철거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마음대로 한군데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 보존해두어야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것이다. 사이트에 올려 고발하겠다며 사진을 요리조리 찍느라고 바쁘다.
허선배와 나는 변산반도 자락에 있는 개암사로 갔다. 허선배 형님일행과 '산채'라는 식당에서 재회했다. 전에다 막걸리를 마시고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비벼 먹었다. 막걸리가 일품이었다. 뻥치면 내가 마셔본 막걸리중에 가장 빼어났다. 시원하면서 깔끔하고 막걸리의 걸죽한 뒷맛이 남아있고. '신선주'라고나 해야할까. 헤어진 뒤 허선배와 나는 바로 위 개암사에 올라갔다. 빨간 동백꽃도 보았고 경내에서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개암사 뒷산에 놓여있는 석성은 우금산성 (일명 주류성) 이라고 하는데 백제가 망한뒤 불씨를 꺼지지않기위해 마지막 항전을 벌였던 성으로 학계는 추측하고 있단다. 참 이상한게 1천5백년전인데도 호남지역에는 백제의 역사들이 살아 숨쉬고 있으니. 신라가 백제를 처참하게 멸망시켰으니 영,호남간의 갈등은 정녕 해소될 수 없단 말인가.
김대중대통령이 호남출신으로는 단군이래 한반도, 전국단위의 첫 통치권자가 되었다고 하니. 호남에서는 김대중대통령이 보통 인물이 아니구만. 몇 천년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전무후무'한 불세출의 영웅이구만. '전무'는 맞지만 '후무'는 아니라구요. 언제라도 능력있고 인품을 갖춘 분이 호남에서 나오면 영남사람들도 또 밀어줘야지. 머리수가 적어 호남은 당분간 대통령이 나오기 힘들다구요, 내각제로 바꾸면 수상은 되겠지. 방법이 있었네.
오후 3시 허선배를 형님 집에 데려다 주고 나는 상경길에 나섰다. 정겨운 부안 들길도로를 따라 운전하고 있는데 곳곳마다 논을 태우고 있어 매케한 연기가 자욱했다. 오후 3시 20분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하루만에 소독분무기가 치워져 있었다. 벌써 괜찮아졌나. 올라오면서 '부안- 산과 들 바다의 부안'이라는 대형 입간판을 뒤로하고 서울로 서울로 항했다.
오면서 보니 서해안의 또다른 특징을 발견했다. 지리책에서 숱하게 배웠지만. 바로 한국의 큰 강은 서해안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내가 오는 도중에 한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을 건넜다. 운치가 넘쳐나는 강어귀를 모두 지났다.
백두대간에서 서해바다쪽으로 강을 타고 내려가 바다의 넓은 품에 안긴다. 백두대간은 결국 위로는 하늘과, 아래로는 땅을 거치며 바다로 이어져있다. 이렇게 한국의 산과 강과 들은 다 연결되어있다. 다 한몸인 것이다. 서해의 바다물은 백두대간에서 바다까지 마을을 지나 한참을 흘러간 물이어서 동해의 바다물보다 진국이다. 백성들의 기쁨과 애환이 담뿐 담긴 물이니까.
허정균선배의 주장."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생명의 근원인 물이 골짜기를 빠져나와 내를 이루고 들판을 적시며 다시 큰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 든 곳에 갯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갯벌은 백두대간의 종점입니다. 결국 백두대간이 차려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산과 강과 갯벌을 하나로 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나는 '백두대간 종주'가 금수강산인 '조국의 자연을 종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따라 걸으며 심성을 정화하는 '내 마음의 종주길'이라고 생각한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제와 다른 석양을 또 봤다. 해만 보면 하늘아래 모든 만물이 같은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차도 꽉 막혔혔지만 떠난지 4시간만인 오후 6시 30분에 귀가했다. 사흘후에는 '잔인한 4월'이 시작된다. 라디오에서는 4월에 대한 계절적 특징얘기가 나온다. 4월과 5월의 경우 지하철등에서 유실물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뭔가 노곤해지고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긴장이 떨어진다는 말일 것이다. 일을 가장 많이하고 교통량도 가장 많아지면서 활동이 왕성한 계절이라고 한다. 진짜인가. 모르겠다. 맞겠지 뭐. 라디오에 나와서 거짓말하겠나. 남의 얘기 믿어야지 뭐.
집에 들어와 마누라와 자식들 눈치보다가 안동찜닭집에 모처럼 데리고 가서 간단하게 외식하면서 이틀간의 여행을 대신 보상했다. 마누라야 산을 싫어하니 할 수 없고 자식들, 너거들 앞으로 내 보다 살날이 더 많고 여행할 날도 훨씬 더 많으니 내가 한번씩 훌쩍 산에 가더라도 양해해줘, 나는 어릴 때 부모하고 함께 놀러간게 몇 번 안된다. 자꾸 그럴 얘기하지 말라구요. 알겠습니다. "이헌태 니 왜 사니". 말 잘했습니다. 사는 것과 관련된 좋은 말들이 있더라구요.
"산에 왜 갑니까"에 대한 정답은 "산이 그곳에 있기때문". 우리의 영웅, 조지훈 시인은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물으면 "살기위해 산다"고 말했습니다. 살아있는 그 자체가 우리에게 기쁨이라는 뜻이죠. 이백의 산중문답아시죠.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대답없이 웃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복사꽃 띄운 물 아득히 흘러가니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있다네".
시인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요.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저보고 "왜 사냐"고 물으면 바보처럼 웃습니다. 틀렸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재미로 산다고 답하겠습니다.
시인 푸쉬긴이 말했지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안녕. 푸쉬긴의 시를 끝까지 적어라구요. 알겠습니다.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 믿어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진짜 안녕. (3월 29일 ,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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