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내고향 언덕

몇 해 전 가족들과 함께 고향 영덕 강구를 찾았다.

명절이라 친지들도 뵙고 그리운 친구들도 만나고 초등학교, 중학교 교정을 한번씩 둘러보았다.

참 많이도 변해보였다.

고향을 떠나온 지 23년이나 흘렀으니 몰라볼 만큼 변할 법도 한 것인데 내마음속의 고향은 항상 똑같으려니 생각한 것이다.

나의 생가 터엔 조그만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고향을 찾을 때면 더없는 허전함이 찾아오는 것은 큰 추억이 하나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대구에서 했기때문에 고향을 찾을 때면 자랑스럽게 나를 맞이해주셨던 어머니,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 이젠 고향에는 반갑게 맞아줄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리움은 더하다.

초등학교 때 소풍지로 빠지지 않았던 오십천 강변. 지금은 영덕대게의 상가들로 즐비한 강구교와 강구항 주변은 제일 친했던 친구와 중학교시절 내가 혼자 좋아했던 여학생의 집이 있어 매일 다니다시피 한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던 강구해수욕장과 더위를 잊기 위해 땅에 떨어진 얼음이라도 얻고 싶어 줄을 섰던 그 얼음공장은 아직 그대로 있는지도 궁금하다.

내년 고향길에는 꼭 둘러보고 싶은 곳이 있다.

학교 갈 때 걸었던 동네 골목길, 정문이 멀어 항상 불법으로 넘었던 학교 담벼락과 강구면이 한눈에 펼쳐지는 나비산,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향해 힘들게 걸었던 산비탈 오솔길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갖게 되어 '라면 땅' 봉지 속에 싸서 소설처럼 담장 밑에 묻어뒀던 아버지의 월남참전 기념반지도 한번쯤 다시 찾아보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입버릇처럼 예기했던 고향에서의 멋진 공연도 기획해보고 싶다.

그리운 내 고향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고 싶다.

대게보다 맛있을지 모를 예술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항구에서 열리는 선상음악회라도 좋고,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 자그마한 무대를 만들어 젊은이들 떠난 마을을 평생 지켜온 어르신들이라도 모셔서 '오페라'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김종원(문화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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