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 사람들-중간도매상 나수진씨

"매일 300㎞이상 달리고 있어요. 시장을 이어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요".

서문시장과 경북지역 시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나수찬(48.대구 북구 동변동)씨는 매일 대구와 안동, 영주, 예천, 의성 등지를 오가며 때로는 봉화, 문경, 점촌까지 마다않고 달려간다.

경북지역 소규모 시장 상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서문시장에서 구입, 배달하려면 하루도 쉴 수가 없다.

재래시장이 한창 번창할 때는 각 품목별로 중간도매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래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든데다 택배 등 운송시설이 발달하면서 중간도매상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나씨는 7개월 전 중소도매업에 뛰어들었다.

나씨가 배달하는 물건은 바늘부터 원단, 기계류 까지 다양하다.

"작은 도시에선 재봉틀 바늘이 부러지면 하루 일손을 놓아야 해요. 그런 분들의 편의까지 생각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죠".

나씨는 오전 8시30분이면 서문시장에 도착, 각 상회를 돌면서 지방 시장에서 주문한 물품을 찾는다.

오후 1시면 경북 시.군으로 떠나 다시 대구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 10시. "거꾸로 서문시장 상인들이 경북지역 특산물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어요.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피곤해도 보람이 있지요".

하지만 경북 중소도시에서 재래시장이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씨는 안타깝다고 한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양복점이 약 40군데인데, 어떤 날은 주문이 단 한 건도 없을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경북의 거의 모든 양복점에서 와이셔츠 하나 주문 못 받았다는 뜻이죠. 또 지방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을 때도 많습니다.

일주일 내내 쌀값도 못 벌었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나씨는 힘이 닿는 대로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일은 일종의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열심히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장을 이어주는 실핏줄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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