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절반이 지나고 이제 한해의 마무리를 생각해야 할 때. 새해에 대한 설계나 새로운 결심으로 할 일없이 마음만 바빠지는 시기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일출하면 흔히 동해를 생각하지만 망망대해 선상에서 일출을 보면서 새해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라면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선상일출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숨은 비경을 살펴봤다.
◆선상 일출
6천여t의 카페리호에 승선했다. 총수용인원 500여명인 오리엔트 스타 2호는 부산 연안부두를 출발, 11시간에 걸쳐 밤바다를 항해한다. 항구를 떠나 갑판에 나서니 부산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지에서 멀어지면서 부산시내 전체가 보인다. 용두산공원 타워가 보이고 산까지 올라간 주택들과 도심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문득 머릿속을 지나가는 '용두산엘레지'를 흥얼거린지 한 시간쯤 됐을까. 온 천지가 암흑이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 포말이 끝없이 생겨난다. 배에 설치된 조명이 바닷물에 비쳐 계속되는 포말을 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배 밑으로 향하던 시선을 들어 바다를 보니 수평선과 구름이 맞닿을 듯 보인다. 그 사이에 불 밝힌 배들이 띠를 두른 듯 도열해 있다.
장관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정한 간격으로 선 오징어배들이 일제히 집어등을 켜 조업에 한창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밤바다 오징어배들로 인해 새삼스레 느껴진다. 수평선과 함께 있는 오징어 배들이 도열한 모습이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해뜨기 30분 전부터 갑판에서 서성인다. 제주로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세차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구름위로도 그 기운이 뻗쳤다. 바다 일출은 온 천지가 붉은 색이다. 바다위로 솟아 오른 해는 잠시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평선에서 시작된 일출은 순식간에 배까지 미치더니 온 주위가 붉어진다.
◆주상절리
중문관광단지 컨벤션센터앞에 있는 주상절리는 해금강 총석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수없이 많은 돌기둥이 해안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신이 빚은 듯 정교하게 쌓여 있는 검붉은 육각형 돌기둥이 파이프 오르간처럼 정열해 있다. 가끔씩 높은 파도가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장면은 기막힌 파이프 오르간 연주다. 지금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푸석푸석 먼지가 날리던 길에 포장작업이 끝났고 예전에는 없던 주상절리 전망대가 새로 생겼다.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남제주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있는 4백여m 높이의 화산인 산방산은 원래 한라산 정상이었던 것이 뽑혀 산방산이 되고 그 뽑힌 자리가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화산임에도 분화구가 없다. 전쟁할 때 쓰는 투구모양을 닮은 산방산은 고도 200m지점에 부처를 안치한 자연석굴인 산방굴사가 있다. 굴 앞에 있는 노송에서 바라보면 형제섬, 가파도, 마다도 등이 보이고 용머리해안의 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산의 남쪽해안에는 하멜표류 기념탑이 있다. 그 밑에는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용머리를 닮았다 해 붙여진 용머리 해안이 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층층이 쌓인 암벽들이 나타난다. 마치 쟁이로 논을 갈아 옆으로 세워놓은 듯하다. 곳곳에 바람에 날려온 파도가 암벽에 낸 기묘한 구멍들이 장관이다.
용머리해안의 바다는 말그대로 청정해역이다. 코너를 돌 때 마다 현지인들이 바닷물을 퍼올려 해삼과 멍게를 씻어 파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연동굴로 바닷물이 들어오면 멸치떼도 함께 밀려와 장난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시간이 아쉽다. 오전 11시가 지나면 밀물이 밀려와 용머리해안을 다 둘러 볼 수 없다.
용머리해안 마지막엔 하멜호가 있다. 올해가 하멜표류 350년 되는 해인만큼 제주에 가면 하멜기념관과 하멜호를 한번 둘러보는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송악산
제주도에는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등 산이 붙는 곳은 3곳 뿐이고 나머지는 다 오름으로 불린다. 남제주군 대정읍에 있는 송악산은 불과 104m에 불과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올려다 보면 제법 높아보인다.
99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 송악산은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운다'는 뜻의 '절울이 오름'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 직접 솟아오른 앞부분은 수직으로 된 절벽이고 이 절벽으로 무수히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들려와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가 온산을 뒤덮어 붙혀진 송악산은 지금은 넓은 벌판뿐이다. 겨울철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송악산의 해안절경은 말로 설명이 어렵다. 입구에는 2차대전 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인공동굴이 여러개 보인다.
◆소인국테마파크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소인국테마파크는 국내 최대의 미니어쳐 파크다. 작년 4월에 개관, 제주를 자주 찾은 이도 아직은 잘 모르는 곳. 한라산이 코앞에 보이고 기생화산들이 사방에 펼쳐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2만여평부지에 서울역, 타지마할, 경복궁, 자금성, 피사의 탑, 백악관, 만리장성 등 30여개국 100여점의 세계각국 유명 건축물의 미니어처가 있다. 건물과 인간을 실제크기의 1/20~1/25로 정밀하게 축소, 자연과 함께 전시를 하고 있는 미니어쳐는 일출 한두시간후나 일몰 한두시간전이 가장 볼만하다.
마치 걸리버가 된 기분이 든다. 자녀들 학습효과도 만점이다.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이 비춰 더 아름답다고 한다. 도자기를 직접 구워볼 수 있는 체험가마터도 있다.
시민관광에서는 12월 31일 대구서 출발해 새해맞이 선상파티와 해맞이 그리고 제주도 숨은 비경을 살펴보고 1일 밤비행기로 돌아오는 선상해맞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객실에 따라 요금은 16만원에서 23만5천원. 문의: 053)651-6666
사진,글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